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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방송과 소니의 야망

HD 방송과 소니의 야망


기자는 최근 미국 뉴욕에 본사가 있는 세계 최대의 HD(고화질) 채널 보유 방송사인 '붐(VOOM) HD 네트워크'로 출장을 다녀왔다.

'붐 HD 네트워크'는 미국 내에서 15개 HD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세계 최대 HD 채널 보유자이며 2003년 세계 최초로 24시간 HD 전용위성을 발사해 화제를 모으기도했다.

붐 HD 본사를 출장취재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는 막대한 비용을 들인 최신 방송 기자재들이었다.

2~3평 남짓한 스튜디오 하나를 꾸미는 데 20억~30억원이 들었다는 붐 HD의 첨단방송국 시설은 미래의 방송 스튜디오가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지를 가늠할 수 있는 생생한 학습장이었다.

또 한 가지 인상적이었던 것은 스튜디오에 있던 대부분의 첨단 방송 기자재가 일본 소니사(社) 제품이었다는 사실이다.

방송국 내 여기저기에 수없이 많이 걸려 있던 HD 방송용 TV는 소니와 파나소닉, 삼성전자 등으로 제조사가 나뉘어져 있었던 데 비해 대당 수천만~수억원을 호가하는 방송 송ㆍ수신용 및 조종용 장비는 거의 대부분이 소니사 제품이었다.

현지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세계 어느 방송국이나 HD 방송용 기자재는 대부분 소니의 제품을 쓴다는 설명이었다.

파나소닉 등 일부 경쟁업체가 있긴 하지만 소니가 HD 방송과 관련된 기술력에서 가장 앞서 있을 뿐 아니라 안정성, 기존 제품과의 호환성 등의 문제로 소니 제품을 쓸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소니가 HD 방송 활성화를 위해 쏟아붓는 마케팅 비용만도 연간 수천억원에 달할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미국 내에서는 세계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HD 방송 전환 로드맵이 소니를 위시한 일본 전자업체들의 배만 불려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청시간이 적을수록 좋은 '바보상자'의 화질을 몇 배 더 좋게 하는 데 가구당 수백만~수천만원씩 추가비용을 들이는 것이 뭐가 그리 급하고 중요한 문제냐는 비판이다.

TV 화질의 만족감을 추구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기 때문에 지금은 HD 방송 가지고 이렇게 부산을 떨고 있지만 언젠가 HD 방송이 일반화되면 그 때는 더 나은 화질의 TV를 팔아먹기 위해 요란법석을 떨 것이라는 게 비판론자들의 논리다.

이미 가전업계에서는 HD 방송보다 4~5배 더 선명한 '울트라 TV' 시험개발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1990년대 이후 삼성전자 등의 거센 도전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전자왕국' 소니의 사활을 건 'HD 방송 올인' 전략이 성공할지 여부는 결국 소비자들의 선택에 달려 있는 것 같다.

무비판적인 HD 방송 활성화 분위기가 판치고 있는 지금, 소비자들이 더욱 현명해지지 않으면 '21세기 전자왕국 부활'을 꿈꾸는 소니의 야망은 너무나 손쉽게 실현될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정 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