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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라디오방송을 아시나요?

동네 라디오방송을 아시나요?

[오마이뉴스 김봉덕 기자]
▲ 금강FM 방송국의 라디오프로그램 제작 모습.
ⓒ2006 금강FM 제공
라디오방송의 FM 주파수 대역에서 작은 출력을 이용해 지역밀착형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공동체 라디오'가 지난 9월 29일 국내 방송법상 최초로 법적 근거를 가지게 돼 본격화될 전망이다.

지난 2005년 7월 이후부터 분당FM, 관악FM, 마포FM, 영주FM, 성서공동체FM, 금강FM, 나주방송, 광주시민방송 등 8개 사업자(지역)에서 시범방송 중인 '공동체 라디오'는 그간 법적 근거 미비로 인해 일반 지상파 라디오방송에 준하는 규제를 받아왔다.

특히 '1W' 출력이라는 제한된 용량 등 정책과정에서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 간의 불협화음으로 인해 시범사업자와 지역주민들에게 그 피해가 전가되었다.

이로 인해 지난해 12월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국회 문화관광위원회)은 비영리 소출력 라디오방송의 사업취지에 맞게 '소출력 공동체 라디오'로 명칭하고, 공공적인 미디어의 활성화를 위해 출력을 10W 이상으로 하고, 허가절차 및 운영의 간소화를 주내용으로 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후 지난 9월 29일 방송법 일부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번 개정안은 공동체 라디오방송에 대한 법적 지위 부여와 허가대상 및 허가절차, 소유제한, 편성비율 규정 등을 신설해 법제화한 것으로 사실상 '공동체 라디오법'을 제정하는 것과 같은 의미가 있다.

 
▲ 공동체 라디오와 관련된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한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
ⓒ2006 천영세의원실 제공
천영세 의원은 "이미 호주, 일본, 미국 등 세계 주요국들은 공동체 라디오와 같은 새로운 개념의 방송영역을 규정하여 10W 이상의 일정한 출력과 주파수 대역을 보장하고 있다"면서 "현재 다양한 지역 공동체 구성원이 직접 제작·운영하는 공동체의 매체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천 의원은 "한국에서도 시민과 공동체가 직접 만들어가는 지역밀착형 제3의 방송 영역인 '공동체 라디오'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향후 출력 증강 등 법과 정책제도 개선에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가장 쟁점이 되었던 '10W 이상' 출력증강 부분은 정보통신부의 의견을 반영해 '10W 이하'로 조정되었고, 개정안에 대한 구체적인 대통령령이 만들어지고, 관보를 통해 공포되는 시점부터 시행된다.

그렇다면 '공동체 라디오'란 무엇일까?

공동체 라디오는 FM 주파수 대역에서 작은 출력을 이용해 지역밀착형 방송을 행하는 것으로 '저출력 FM', '미니 FM방송', '커뮤니티 라디오'로도 불리고 있다. 기존 FM방송이 500W에서 10KW의 대출력을 이용한 방송이라면, 공동체 라디오는 소출력을 이용한 FM방송으로 전파출력이 다른 라디오방송보다 적어 제한된 지역을 대상으로 방송서비스가 이뤄지고, 지역성(locality)을 띠게 된다.

따라서 공동체 라디오에서 '지역밀착성'은 핵심적인 키워드다. 즉, 기존 라디오의 프로그램은 지역편성 시간의 부족, 종합편성 위주, 다양성 부족, 소수대상 프로그램 부족이라는 문제점이 나타났다. 이러한 점에서 공동체 라디오 프로그램은 주류 방송에서 배제된 다양한 계층의 입장과 지역공동체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프로그램을 생산해야 한다. 그리고 방송프로그램 편성과 제작에서 지역공동체 구성원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 금강FM 방송국 스튜디오.
ⓒ2006 금강FM 제공
공동체 라디오를 구축운영하기 위해서는 20∼30평 정도의 장소가 적합하다. DJ룸, 주조정실도 있어야 하며, 별도의 엔지니어 없이도 1인 방송이 가능하고, 스튜디오는 2∼3인의 토론형태가 가능한 4∼5평 규모가 적절하다. 기자재는 제작, 편집, 자동송출시스템 기능을 갖춘 복합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송신시스템은 디지털송신시스템으로 구축하는 것이 적정하며, 오디오 편집실도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 최근에는 네오미디어, 동서전자, 에이디소프트 등의 국내기업이 공동체 라디오방송 시스템을 개발하여 보급하고 있다.

그리고 소요인력은 기존의 지역방송 인력을 고려하되, 가능한 한 최소의 인원으로 방송을 운영한다는 원칙을 지킨다. 특히 많은 NGO단체와 자원봉사자들의 참여와 지역대학과 연계하여 인턴쉽(internship)을 활성화하는 측면이 가장 이상적이다. 이미 미국 대학들은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만드는 방송사나 신문사로 지역언론의 기능을 하고 있다.

미국, 일본, 영국 등 주요 국가는 이미 공동체 라디오가 활성화되어 있으나, 각국의 정책에 따라 명칭 및 출력 등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은 100W 미만, 일본은 20W 미만, 영국은 1W에서 25W 사이, 호주는 10W 미만에서 운용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미국과 호주는 지역방송의 형식, 일본과 영국은 이벤트 방송의 형식도 채택하고 있으며, 미국의 LPFM과 영국의 RSLs는 비상업적 용도로 허가하거나 상업적 운영을 배제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호주 등은 상업광고를 허용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커뮤니티 방송은 1992년에는 단 하나의 방송국만이 존재하였으나 꾸준한 증가를 보여 2000년 12월 기준으로 138개국이 운영되고 있다.

일본의 커뮤니티 방송은 지역밀착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해당지역의 정보와 복지 등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교통정보, 일기예보 등의 생활정보와 지역의회, 지자체공고 등의 행정정보, 여행, 축제, 음악 등의 오락과 광고 등이 주요프로그램으로 이루어져 있다. 또 임시목적 방송인 이벤트방송은 각종 박람회, 전시회, 스포츠, 축제 등의 이벤트와 관련해 FM 주파수를 사용하여 행사의 원활한 운영에 이바지하는 동시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

▲ 미디어연대(www.access.or.kr)는 공동체 라디오 활성화를 위해 정책개발과 제작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2006 김봉덕
국내는 방송 목적에 따라 크게 '공동체 라디오방송'과 '미니 FM'으로 나누고 있다. 미니 FM은 관광지나 박물관, 경기장처럼 제한된 공간에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이미 2002년 월드컵 당시 경기장 내에서 실시한 적이 있다.

또 공동체 라디오방송은 지역 특성에 맞는 방송을 통해 지역의 소리를 전달하거나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커뮤니티를 구축하기 위한 비영리 방송으로 1957년 4월 중앙대, 1957년 10월 경희대, 1959년 11월 연세대 등이 정식인가를 받아 대학 내 교육방송들이 공동체 라디오의 발전에 기여했으나 당시 정권의 조처로 폐쇄되고 말았다.

이후 2004년 방송위원회는 소출력 라디오방송 송출·제작 장비 지원하는 시범사업자를 공고하여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17개 사업자 중 분당FM, 관악FM, 마포FM, 영주FM, 성서공동체FM, 금강FM, 나주방송, 광주시민방송 등의 8개 사업자를 선정하였다.

그리고 시범사업자 운영에 대한 문제점 분석과 제도개선 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추가 사업자를 허가할 예정이었고, 지난 9월 29일 방송법 일부 개정안이 통과되어 국내 방송법상 최초로 법적 근거를 가지게 되면서 공동체 라디오의 활성화를 길을 열게 되었다.

공동체 라디오는 방송통신의 융합이라는 패러다임 속에서 새로운 영역의 지역매체 대두, 지역민 소통채널 마련, 지역문화의 창구 역할이라는 데 대해 많은 필요성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재정운영을 위한 광고제도와 사회적인 관심부족으로 인해 다양한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고, 실질적인 제작과 관련된 교육과정을 교육받을 수 있는 곳이 매우 미흡하게 개설되어 있어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활성화가 공동체 라디오의 발전과 연계될 것으로 보인다.

공동체 라디오 활성화, "재정·행정·인력 삼박자 갖추어야"
[인터뷰] 김광육 금강FM의 사무국장

 
▲금강FM 김광육 사무국장
'유익한 방송', '푸른방송', '참여방송'이라는 모토로 공주영상대학 내에 있는 금강FM(이사장 황성하)은 8개 시범 사업자 중 유일한 대전충남지역의 공동체 라디오 사업자이다. 공주영상대학과 여섯 개의 단체 및 개인이 출연하여 1W, 104.9㎒로 지난 2005년 9월 29일 개국 후 공주시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다.

금강FM의 김광육 사무국장 인터뷰를 통해 '공동체 라디오'가 가지는 의의와 앞으로 준비해야 할 사안들에 대해 들어보았다.

- 편성과 프로그램 내용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가?

"지역 밀착형 교양프로그램이 편성의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 30%는 음악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역밀착형 프로그램의 경우 '함께 돕는 공주인'과 '공주농업 기상정보', '공주시정 소식', '명소순례', '어린이프로그램' 등으로 세부적으로 나누어져 있다. 이 중에서 지역민들로부터 인기가 있는 프로그램은 공주지역의 다양한 정보를 알려주는 '함께 돕는 공주인'과 도농복합지역인 이 지역에 대한 농업기상정보를 알려주는 '공주농업 기상정보' 등이다. 이러한 점에서 공동체 라디오의 편성은 지역밀착형을 벗어날 수 없으며, 앞으로 공동체 라디오가 활성화 될 수 있는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 어떤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지역민들의 관심은 어느 정도인가?

"상근직원 4명, 자원봉사자 30명 등 현재 34명이 참여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는 공주영상대학 아나운서과, 방송기술과 등으로 이루어진 전공자들이 실습과 봉사활동이라는 측면에서 절반 정도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지역민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공동체 라디오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적극적인 참여의식을 가지는 <오마이뉴스> 등의 시민기자와 같은 봉사자들이 필요하다.

지역민들의 관심도는 공중파 같은 경우 스케일이 방대하고, 질적으로 좋은 내용은 있지만, 금강FM은 바로 내가 아는 이웃의 소식, 사랑방에서 이루어지는 이야기들이 방송을 타는 지역밀착 매체라는 점이 가장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 운영에 있어 어떤 점이 가장 어렵고, 추후 허가를 신청할 사업자들이 미리 준비했으면 하는 것이 있다면?

"재정, 인력, 행정으로 나뉠 수 있다. 재정적인 부분으로 시범 사업자는 방송위원회에서 월 제작비 600만원 정도가 지원이 되나 실질적으로 1000여만원이 소요된다. 만약 상업 광고가 지금처럼 허용되지 않는다면 원활한 운영을 위해 출연단체, 또는 개인의 안정적인 재정지원과 함께 관련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참여인력은 수도권이 아닌 지방으로 내려올수록 전문 인력이 부재하다. 방송제작 및 기술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하고, 지역정보의 습득방법 등에 대한 사전교육이 필수적이다. 참여인력의 교육이 없다면 몇 개월간 음악방송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관련대학과 지역신문 등의 언론매체의 교육, 정보공유 등 협력이 필요하다. 특히, 지역신문사 등은 같은 지역권의 경쟁매체라고 생각하지 말고 정보 공유, PD, 기자의 프로그램 출연, 지역민 대상 교육프로그램 운영 등에 대해 서로 협력이 이루어진다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또 행정능력이 기본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방송위원회와 지자체, 기관 등과의 문서 수발뿐만 아니라 자체 사무처 기능까지 기본적으로 해낼 수 있는 행정능력이 필수적이다." / 김봉덕


/김봉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