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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 위에 서면

OB들의 밤란(夜亂)

목동 지하철 3번 출구 바로 뒷편의 먹자골목.

소위 '서방파'(서울의 서쪽을 근거지로 근무하는 사람들)의 주도로

갑자기 소집된 VOU OB모임이 곧 벌어질 곳으로 한껏 긴장하고 있습니다.

 

정작 주도한 '서방파'는 이런저런 이유로 나타나질 않고...

그 와중에 먼저 오신 대빵급들이 길거리에서 짝다리 짚고 이바꾸 하시는 모습이 안스러워

다른 식당을 물색하러 자리를 옮기는 중.

왼쪽이 2기 보도 한기영형, 가운데가 나도 근 20년 만에 뵙는 1기 아나 장혜경언니,

오른쪽은, 20대의 마음과 40대의 몸과 60대의 머리를 갖고 계신 1기 기술 지존 우광호형.

혜경언니는 公社에 장기간 근무해서인지 얼굴을 가리는 것도 전형적인 공무원 스탈로 가립니다. 

 

의외로 식당은 빨리 잡았습니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적당한 자리들을 차지하고 몸값을 해내는 베테랑들이지만

누구하나 까탈을 부리지 않았기 때문이죠.

이런 태도가 VOU 동문들의 장점이기도 합니다.

'라보때'. "에이원' 등에서 라면국물에 소주를 마시던 순수의 시절을 잊지 않았다는 반증?

문제는 길거리에서 짝다리 짚고 그 간의 안부와 세상과 정치를 논하던 입들이

모두 생삽겹살에 먹혀버렸다는 것.

소주 한 잔에 육즙이 찍~흐르는 생삽겹을 음미하는 광호형의 오묘한 표정과

익은 김치에 싸먹을까 되친 콩나물에 얹어 먹을까 고민하는 혜경언니와

방금 비즈니스를 끝내고 도착한 창구기형은 피곤에 지쳐 하품을 하면서도 주린 배를 포기하지 못한

모습에서 우정도 잠시 쉴 수 밖에 없질 않은지요?

 

어쨌든, '서방파'의 일원으로 7시 뉴스를 끝내고 부랴부랴 달려 온 2기 아나 처룽이형은

자기가 시킨 고기맛에 정신을 쏙 뺀 동문들의 모습 때문인지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흐흐흐... 이 정도면 한시간 30분 늦게 온 죽을 죄도 상쇄되겠지'하는 건가?

 

생삽겹살과 안창살이 두번 정도 추가된 시간쯤. 배도 어지간히 부르고 알딸딸 취기도 오르고...

슬슬 고기에 씹힌 우정이 발하기 시작합니다.

말하기 시작했다는 말씀! 

 

오른쪽에 나온 손은 2기 기술 태지니형 손인데, 북핵과 관련하여 장시간 전문가(광호형,장교출신으로

다년간 정보부대...)의 분석을 들은 이후 소견을 얘기하는 중.

여하튼 작통권의 회수는 속 빈 강정이고 그래도 전쟁은 없을 것이라는...

 

카메라가 창구기형한테 넘어갔습니다.

그러더니 예의 혜경언니를 집중 조명하고 있군요.

걸들에 대한 친절함이 창구기형이 가진 핵심 무기 사양 중에 하나이기도 하지만

넘 오랜만에 나오신 혜경언니에 대한 깍듯함이라고 해야 옳을 것입니다.

이 시츄에이션은 이렇습니다.

 

"언니 여전히 예쁘십니다"

"아이 뭘, 놀리지마..."

 

뭐 대충 이런 얘기.

하긴 그렇습니다. 혜경언니는 20년 전과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혹자는(입을 가리고 소곤소곤 얘기합디다), 저것이 가스公社의 위력이라는...ㅎㅎㅎ

 

20대의 마음과 40대의 몸과 60대의 머리털을 가지신 광호형.

주린 배도 채우고 북핵관련 정보 분석을 통해 후배들의 불안심리도 안정시키고,

정신도 알딸딸하니 영 만사가 귀찮다는 표정이십니다.

그래도 돌아 온 카메라를 살짝 의식하시는 센스는 보여주시는데...

 

이 분이 바로 위에 계신 광호형의 동기이신 1기 아나 성만형입니다.

요즘은 사진을 찍어도 내츄럴한 것이 흐름이요 일상이건만 포즈를 취하십니다.

그것도 고기드시다가 화급히.

이런 경우를 굳이 비교설명 드리면 이런 것 아닐까요.

<45도로 서서 허리춤에 손 올려 붙이는> 컨츄리 스탈? ㅋㅋㅋ

 

이미 내 사진기에 걸려든 분들의 분해를 경험하신 탓일까.

창구기형이 찍었음에도 손으로 얼굴을 가리시는 이 분은 그 유명한 '당나라 군대 산악대장'

희석형입니다.

이 분은 公社에 근무하지도 않지만 굳이 가리시는 이유는 뭘 잘못했을까요?

아닙니다.

하레이션에 빛날 수 있는 그 무엇을 가리는 것이 아닐런지 강하게 의심해 봅니다.

 

"성만형 포즈 여전하십니다!"

 

늦게 마눌이고 사업이고 다 때려치고 2차에 합류하기 위해 안산에서 부랴부랴 달려 온

2기 PD 단인기형.

 

사업과 관련하여 은행대출 실무자와 낮 술 오지게 깠다는 인기형.

그래도 별 티가 안납니다.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거쳤다는 반증이겠지요.

 

"사실 그런 전투력을 가진 사람들을 내가 많이 아는데... 이따 얘기해주랴?"

 

 

"야~ 나도 파란만장 놈이야..."

 

차수를 변경하여 자리한 호프집.

1차는 생삽겹에 안창살까지 꽤 많은 주린 배를 해결한 고기집은 성만형의 카드와 일필휘지 싸인으로

정리했습니다.

보통은 십시일반 하지만 VOU는 아직도 신발 먼저 신은 사람이 내는 미덕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동문들의 표정도 한결 살갑고 유쾌해 보입니다.ㅎㅎㅎ

 

처룽이형 옆에 있는 사람은 5기 기술 이황형군 입니다.

한물(?)간 기수들의 모임은 주로 1,2기에 마당쇠 같은 3기가 가끔 붙는 것이 관례처럼 됐었는데

오늘은 특별히 소식을 접한 황형이가 자리를 해주었습니다.

이로서 OB들의 모임은 한결 폭넓고 유연하게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고마워~황형!"

 

사실 사람마다 조금 다르겠지만 이 장면과 다음 장면이 하이라이트 입니다.

표정을 보세요.

아닌 척하며 귀를 쫑끗 세우고 있는 태지니형.

'아니 그런 일이!'라는 내 표정.

그러나 아주 덤덤히 얘기하는 성만이형 얘기는,

사업과 관련하여 <2억불(약 1800억원)>짜리 수표와 그 수표를 써준 투자자와 관련한 믿지 못할,

그러나 사실인 얘기를 하는 중이고.

우린 그걸 침을 꼴깍하며 듣고 있습니다. 

 

서울의 모 특급호텔 인사담당 이사인 기영형은 또다른 테이블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데.

공사 생활 오래하신 혜경언니는 소설 같은 얘기라는 듯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지만,

각종 매체와 소문과 입과 입을 통해 반신반의하던 연예계의 "사건과 실화"

그 얘기들의 일부를 하는 중입니다.(참고로 기영형은 그 호텔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보고 받는 위치)

한번도 제대로된 철학과 性교육을 받을 수 없어 이지러진 우리의 관음증과 황색 저널리즘이

통쾌하게 通하는 기회였습니다.

예를들면, '번지점프를 하다'의 남자배우 L과 '가을동화'의 여배우S  사건,

이혼한 모여배우 L의 간호실 사건...

히히히. 무척 궁금하고도 궁금할 겁니다.

(정말로 참을 수 없는 동문은 따로 연락주삼! )

이런 얘기를 왜 하냐면,  세월이 흐른만큼 사회 각계각층에서 자리잡고 사는 선배들이 있고,

다양한 선배들의 사는 얘기가 재미있었다는...

제가 대학 1학년 때부터 선배 잘못 만나 개봉동 모아파트에서

<블랙 엠마누엘>과 <엠마누엘 시리즈> 그리고 엘로우 페이퍼로 피폐해진 마음의 수준을

나타내는 것은 적어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서너시간 아주 화기애애하고 유쾌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직 소기의 목적에 조금 덜 다가가신 분도 있고 안정적인 자리를 갔고 있는 분도 계시고,

저 처럼 만 2년 속수무책 백수도 있지만 아직도 꿈과 성공을 위해 철저하게 사시는 분들이

VOU 동문이라는 사실은 무척 고무적이고 행복한 일이었습니다.

자주 이런 모임을 갖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좀더 발전적인 OB모임을 위해 여러 동문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기대합니다.

아~

이것이 무슨 밤란이냐구요?

그럼,

1호차 희석형은 국가제공 대형기차를 타고 용산으로

2호차 태지니형은 광호형 창구기형 인기형과 함께 과천방향으로 가고

3호차는 성만형 차를 대리하여 성만형 처룽이형 기영형 황형이가 타고 갔는데

장안평 룸싸롱村(비슷한) 근처까지 갔다가...설왕설래...%$$^^%^^&...

노래방에서 대충 놀다가 헤어졌다고 하는 전언 받았습니다.

그 이상은 잘 모릅니다.

이 정도면 지레짐작 할만한데.

 그래도 자세한 것이 궁금하시면 '서방파'의 모씨에게 물어보시면...ㅋㅋㅋ 밤란일 수도 아닐 수도!

 

(참 망설였습니다. 엇그제 열라 썼다가 다음 시스템 불안정으로 다날라가서...

다시 쓰려니  따끈하고 디테일을 살리는데 실패했습니다. 그래도 선배들이 쓰라고 하시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