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자동화되어 가는 세상에서 옛 것을 취하고, 그로부터 파생하는 불편함을 감수한다는
것은 좀처럼 쉬운 노릇이 아니다. 특히 사진은 (외형적으로만 보자면) 정밀기계공학과 광학, 화학이 유기적으로 맞물린 첨단공학의 산물이다. 사진의
태생이 그러할진대 어찌 '새 것'을 도외시하고, '옛 것'을 취한단 말인가. 특히 사진을 찍어 밥을 벌어먹는 사람들에게 카메라는 새것일수록
편하고 '본때' 나며, 그것이 내재한 편리는 작업 능률을 획기적으로 높여줄 수도 있다. 하지만, 사진이 때로는 사람을 울고 웃게 하며, 시대의 반영체이자, 동력체로 작용한다는 데
동의한다면, 이것이 결코 '첨단공학의 메커니즘으로만'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 역시 어렵지 않게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은 '아름다움과
추함 그리고 기록과 기억에 대한 인간의 의미부여'가 발생할 때 비로소 사진다워진다. 하지만 현장에서 사용하는 무거운 카메라말고, 늘 휴대할 수 있으며, 초점을 확인할 수 있고,
셔터속도과 조리개 손조작이 가능하며, 단단한 내구성을 갖췄으면서도 가격마저 합리적인 그런 '물건'에 대한 갈망은 늘 있어왔다. 한때는 정겨운 빨래터이자, 연날리기 놀이터,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였다던 청계천은 1920년대
일본에 의해 복개가 시도됐다. 일본은 청계천의 오염 때문에 전염병이 나돈다는 핑계를 댔지만, 사실은 만주사변과 중일전쟁을 겪으면서 한반도를
병참기지화 하려는 야심의 일환이었다. 그들은 '대경성 프로젝트'를 짜고 1936년에 밑에는 지하철, 위에는 고가도로를 놓는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데 이어 1937년에 청계천 상류인 광화문 사거리∼광통교 구간의 복개를 진행했다. 그러던 것을 해방 후 이승만 정권이 1958년부터 복개공사를 재개하고, 박정희 정권이
1963년 12월에 공사를 마무리했다. 이어 1966년 '불도저'란 별명으로 유명했던 김현옥 서울시장이 청계고가를 건설하면서 청계천은 지하의
하수와 지상의 도로, 그 위의 고가도로라는 오늘날의 3층 구조를 갖추게 됐다. 일본의 시나리오가 그대로 적중한 셈이다. 늘 그렇지는 않지만, 가장 싼값의 물건 뒤에는 가장 싼값에 일하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개발독재 시절 청계천 주변의 영세공장들은 저임금 고강도 노동의 신음터였다. "근로기준법을 지키라"는 평범한 요구를 위해 제 몸을 불살랐던 청년
전태일 역시 청계천의 노동자였다. 그 스스로가 '또 다른 전태일'이었던 청계천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한국노동운동의 기수가 된 '청계피복노조'가
꾸려지고, 군사독재를 긴장시킨 가열찬 투쟁이 벌어진 것은 그래서 당연한 일이다. 한때 "청계천 전기수리 기사들만 단합하면 인공위성도 만들 수 있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였으니,
그 나름의 자신감도 만만찮았던 듯하다. 모든 기능을 손조작 할 수 있는 카메라 중 가장 싼 축에 속하는 'Canon G-III
QL17'에 가장 싼값의 필름(35mm 36컷 1500원)을 넣고, 가장 싼 것들을 파는 동네 청계천을 어슬렁거리는 행위는 사실 즐거운
일이었다. 정식명칭은 'Canonet G-III QL17'이지만 'G-III'만 떼서 부르기도 하고,
'QL17'이라고만 부르기도 한다. 이름엔 뜻이 있게 마련, G는 grade up을 III는 Canonet과 New Canonet의 뒤를 이은
3세대의 뜻을 가진다. QL은 Quick Load를, 17은 렌즈 밝기인 1.7에서 따왔다고 한다. 퀵로딩 방식은 캐논이 자체 개발한 필름
로딩방식으로 흔히 수동카메라에 필름을 장착할 때 느끼는 번거로움을 대폭 줄였다. 인터넷에는 이 녀석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사용기가 올라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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