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획 특집

<나이지리아에 철도 깔고 석유 받는다>

[연합뉴스   2006-11-06 16:58:08]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우리나라와 나이지리아가 철도와 유전을 맞바꾸는 '빅딜'에 합의했다.

이번 '빅딜'로 포스코와 가스공사를 중심으로 하는 한국컨소시엄은 100억달러 규모의 나이지리아 철도현대화 프로젝트 2단계 공사에 참여하는 대신 나이지리아로부터 현재 생산 중인 유전의 지분을 양도받게 된다.

기존 석유공사, 대한진흥공사의 아프리카 석유.광물자원 개발 사업에 이어 포스코건설을 중심으로 한 나이지리아 철도현대화 프로젝트 참여 및 생산유전 광구 인수는 우리나라의 아프리카 자원개발사업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나이지리아에 철도 깔고 석유 받는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영국 식민지시절 건설된 뒤 유지.보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사실상 흔적만 남아 있는 전국 3천500㎞ 구간의 철도를 30년에 걸쳐 정상화하겠다는 장기 프로젝트를 지난해 내놓았다.

총 4단계 350억달러 규모로 추진되는 이번 프로젝트는 라고스와 아부자, 카누를 연결하는 길이 1천315km의 1단계 공사(83억달러)와 포트하코트, 아부자, 마이두구리를 연결하는 1천500km 길이 2단계 공사(100억달러)가 우선 실시된다.

당초 우리나라의 포스코건설은 지난 해 9월부터 두 차례의 현지조사를 실시한 뒤 나이지리아 정부와 1단계 공사 수주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러나 중국이 자국의 토목공사그룹(CCECC)을 전면에 내세우고 나이지리아에 거액의 차관을 제시하면서 1단계 공사 수주계약은 중국측으로 넘어갔다.

이에 우리정부는 지난 3월 노무현 대통령의 나이지리아 국빈 방문시 철도현대화 프로젝트 2단계 사업에 한국기업의 참여를 강력히 요구했고 우리나라 건설교통부와 나이지리아 교통부간 철도분야 협력 MOU를 체결하면서 수주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어 지난 6월 서울에서 열린 제1차 한.나이지리아 자원협력위원회에서는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이 다우코루 나이지리아 석유장관에게 중소규모의 생산유전 할애를 요청했고, 지난 8월에는 이원걸 산자2차관이 오바산조 나이지리아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철도와 생산유전의 '빅딜'을 제의해 양국간의 협의가 급진전됐다.

◇"실무협상에서 생산유전 광구 결정"

이번 MOU 체결로 우리나라는 나이지리아의 2단계 철도현대화 사업을 수행하고 이에 필요한 자금의 일부를 장기저리의 상업차관 형태로 제공하게 된다.

반면, 나이지리아는 낮은 금리의 차관제공으로 인한 한국컨소시엄의 위험을 회피(헤징.hedgeing)하기 위해 생산유전의 일정 지분을 컨소시엄에 제공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철도현대화 사업을 담당할 포스코건설도 이날 나이지리아 교통부와 MOU를 맺었으며 양국 정부는 조만간 이뤄질 실무 협상을 통해 상업차관의 제공규모와 금리, 인수될 생산유전 광구를 확정하게 된다.

산자부 관계자는 "현재 나이지리아의 생산유전 광구 중 서너곳을 인수 후보로 올려놓고 있다"면서 "우리가 원하는 생산유전 광구의 크기나 원유 매장량 등에 따라 나이지리아가 요구하는 상업차관 제공 규모나 금리 수준 등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사업은 100억달러 이상의 자금이 필요해 우리나라가 해외에서 수주한 단일 공사로는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나이지리아측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어왔던 철도 현대화사업을 조기에 착수할 수 있게 됐고 우리나라도 나이지리아 철도현대화 프로젝트 수주는 물론, 생산유전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특히 정부는 이번 MOU 체결로 향후 한국기업의 나이지리아 사회간접시설 건설 참여 기회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지난 3월 '유전개발과 발전플랜트 연계 프로젝트'가 성사된데 이어 이번 '빅딜'로 제2의 한국형 에너지.플랜트 동반진출 프로젝트가 가시화되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자원 선점 노력 가속화

이번 MOU 체결로 우리나라의 아프리카 지역 자원 선점 움직임이 한 층 빨라질 전망이다.

한국석유공사는 지난 2004년 서부 아프리카의 베냉 공화국 해상 2.3광구 지분 80%를 인수하며 사실상 아프리카 자원개발에 첫 삽을 떴다.

석유공사는 이어 한국전력, 대우조선해양 등과 공동으로 나이지리아의 20억배럴 규모의 자이언트급 해상 유전 광구 2곳도 지난 3월 인수했다.

앙골라가 내년 상반기 분양하는 12개의 유전광구에도 석유공사, SK 등 국내기업들의 참여가 예상되며 광업진흥공사는 마다카스카르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각각 니켈 및 유연탄 개발을 추진 중에 있다.

정부는 내년 초 앙골라와 자원협력위원회를 개최, 신규 광구의 분양을 적극적으로 요청하는 한편 서아프리카의 적도기니, 상투멘과 콩고공화국, 가봉 등과도 자원개발 협력에 나서기로 해 우리기업들의 아프리카 지역 진출은 한층 속도를 높이게 된다.

산자부 관계자는 "중동, 카스피해, 북아프리카 등은 이미 미국, 유럽연합(EU) 등의 자원독점이 진행되고 있어 현실적으로 자원 확보에 어려움이 크다"면서 "반면 나이지리아 등 중부와 서부, 남부 아프리카 지역은 국내기업들의 진출이 상대적으로 쉬운데다 정부도 대통령 순방, 정부간 자원협력위원회 개최 등을 통해 측면지원을 강화하고 있어 향후 전망이 밝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에서는 아프리카 국가 상당수는 아직 정정이 불안하고 향후 자원민족주의 등이 대두할 가능성도 있어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 현실상 아프리카 자원 부국과의 협력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pdhis959@yna.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