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MBC TV 창사특집 HD「신 조선책략」
동아시아와 한민족의 생존전략은
김 용 성 부산MBC 보도국 부장
조선책략(朝鮮策略)은 1880년 중국 외교관인 황준헌이 조선 예조참판 김홍집에게 조언한 조선의 외교 전략을 정리한 책 또는 그 전략을 말한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친중국 결일본 연미국(親中國 結日本 聯美國)’이다. 즉, 중국과 긴밀하게 지내고 일본과 원활한 관계를 맺으며 미국과 연대하라는 말이다.
이미 일본의 포함외교에 굴복해 개방한 뒤 생존의 길을 모색하던 조선으로는 귀가 솔깃한 묘책이었다. 고종은 이 의견을 받아들여 1882년 미국과의 수교를 시작으로 서구열강과 잇따라 국교를 수립하고 동방의 은둔국가에서 벗어난다.
개방의 시초, 조선책략
조선책략을 처음 접한 것은 대학교 2학년 때였다. 사학과에 들어와서 재미없는 교양과목만 수강하다가 처음 접한 전공과목이 ‘개화기 한국사’였다. 그 과목은 지금은 모 대학에 석좌교수로 있는 Y교수님이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까지의 한국역사를 가르치셨는데 고교 시절 배운 역사와는 비교할 수 없는 다양함과 깊이를 갖추고 있어서 매우 흥미로웠다.
교수님은 항상 강조하셨다. “한국의 근대역사를 알기 위해서는 국제관계에 대한 이해가 매우 중요하다. 연구자들에게 일본어와 중국어는 필수이며 러시아어도 필요하다.” 그 말씀의 뜻은 조선책략이라는 단어에 집약적으로 나타났다.
조선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중국과 친해야 하고 일본과 미국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 외세와 손을 잡아야 한다는 것은 당시에는 너무나 혁명적인 생각이 아닐 수 없었다.
그 어려움을 넘어서 임금이 개방을 선택한 것은 매우 잘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미 그 때는 조선이 힘을 쌓기엔 너무 늦은 시기였다. 힘 약한 조선에게 중국과 일본은 벗이나 형제가 아니었으며 미국도 친구가 되지 못했다. 조선책략 25년 뒤 조선은 사실상의 식민지인 일본의 보호령으로 전락했다. 이 역사적 사실은 구체적인 실행책과 힘을 가지지 못한 전략이란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21세기를 맞이한 이 즈음 100년도 훨씬 더 된 케케묵은 ‘조선책략’을 들먹여 ‘신 조선책략’을 입에 올리는 것은 왜일까?
생존의 법칙은 일정하다
그것은 지금의 동아시아 정세가 100년 전과 너무나 흡사하기 때문이다. 1905년 일본은 러일전쟁에서 승리하며 한반도의 통치권을 국제사회로부터 획득했다. 그로부터 100년이 흐른 지금. 한반도 주변에는 중국과 일본, 미국과 러시아가 더욱 강력해진 상태로 여전히 버티고 있다.
20세기 후반부터 중국이 고속으로 성장하면서 동아시아의 질서는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오랫동안 이 지역의 헤게모니를 장악해 온 미국은 중국의 성장에 큰 위협을 느끼고 있다. 19세기 말 러시아의 팽창을 두려워 했던 영국에 비할 바 아니다. 일본은 그런 미국의 우려를 기화로 제국주의를 꿈꾸며 급속히 우경화되고 있다. 러시아는 새롭게 진용을 짜고 호시탐탐 남쪽을 바라보고 있다.
더욱 나빠진 점은 한반도가 둘로 나눠져 있다는 것이다. 한민족은 과연 언제까지 생존할 수 있을까란 의문은 너무나 자연스런 것이다. 힘을 바탕으로 한 생존의 법칙은 과거나 현재나 같을 수밖에 없다. 이제 우리는 실행파일과 그것을 구동할 수 있는 파워풀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부국강병과 유일자강
「신 조선책략」의 요지는 1, 2부의 제목에 그대로 담겨져 있다.
1부 ‘부국강병의 길’은 힘을 바탕으로 한 생존법칙이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가고시마, 나가사키, 하기, 시모다 그리고 도쿄(東京) 등 여러 일본 도시에 있는 일본 근대의 유적들은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일본의 근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들에게 있어 근대란 탈아입구(脫亞入謳)의 성공한 기억으로 남는다.
2부 ‘해협에 부는 바람’은 동아시아의 국제관계에서 가장 특징적인 바다를 매개로 질서의 흐름을 살펴보는 것이다. 대륙세력인 중국과 러시아, 해양세력인 일본과 미국 그리고 그 가운데에 선 한국과 대만.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코드로 컨테이너선을 등장시켰다. 홍콩에서 부산까지 4박 5일 간의 여정을 동행하면서 21세기 동아시아 신 해상실크로드를 꿈꾸었다. 부국강병의 길로 접어든 중국의 광둥과 샤먼, 대만해협을 두고 마주보는 타이베이, 그리고 그 중간에 있는 홍콩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오버랩 시키고자 했다. 그리고 필리핀의 역사를 통해 마지막 제국주의 국가 미국의 실상을 고발하면서 힘이 있어야만 평화가 있다는 지극히 자명한 진실을 얘기하고자 했다.
HD 제작의 허와 실
이번으로 두 번째 HD를 제작했다. 웬만한 문제점은 지난해 첫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겪어봐서 그 이상의 어려움은 느끼지 못했다. 기획단계에서부터 문제있는 내용을 제외시켰기 때문이다. 알려져 있듯이 HD는 디지털 베타보다 서너 배의 해상도를 갖기 때문에 매우 예민하다. 그래서 고발뉴스처럼 기동성이 필요한 촬영이나 사전 준비없는 야간촬영과 인터뷰를 하기가 매우 어렵다.
다행인 점은 가편집 후 비선형편집 단계에서 가공이 훨씬 자유자재로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역사류에서는 다양한 후반작업이 가능해 완성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점차 HD 이용이 많아지면서 잦은 인터벌 촬영과 편집이 벌써부터 식상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plannist@busan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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