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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서부극지대탐험

중국서부극지대탐험21-라체-증파(10월17일)


 

아침7시에 식사도 못하고 라체를 떠났다.
비록 500여km에 지나지 않지만 몽땅 비포장 구간이라 서둘렀다.
길 상태는 비포장치고는 괜찮은 편이라 시속100km/h를 넘을 때도 있다.

평균 해발4,000m이상의 고원지역 임에도 주위 풍광은 단조롭기 그지 없다.
대원들은 최소 4,000m이상 최고4,600m 지역에도 뛰어 다닌다. 이제는 고소적응이 완전히 됐음을 의미한다.

평지 자체가 워낙 높다 보니 5,000m급 산들은 이제 고봉이 아니라 뒷산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오늘 구간은 설산 등 높은 산이 없고 고원의 평원지대를 달리는 구간이라 대원들은 졸음 운전에 시달려야 했다.

가끔 길을 가로 질러가는 양떼나 야크떼가 유일한 사건으로 기록 될 정도이다.
그러나 그러한 호사도 중파에 다가 갈수록 깨지기 시작 했다. 길은 좁고 험해지고 고도는 자꾸 올라간다.

평균고도에서 2-300m만 높은 곳을 2-3시간이상 달리면 처음부터 고산병 전력이 있었던 대원들은 적응하는데 남들보다 배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고 그 시간만큼은 반드시 고통으로 대가를 지불해야 했다.

지친 대원들의 유일한 희망은 장족 청년 로부의 말 한마디 였다.
오늘의 숙소는 새로 지은 호텔이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도 자 본적이 없어 시설에 대해 더 이상 뭐라고 말할 수는 없다….간단명료한 답 아닌가?….그 말에 대원들은 상상 이상의 희망을 갖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 꿈이 깨지기 까지는 그리 오래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험했던 마지막 구간을 돌파하고 나자 중파 입구의 도로는 기름기 촬촬 넘치는 아스팔트로 깔려 있는 게 아닌가….흐미… 살았다…무전이 막 날아든다…비단길이 따로 없다는 둥…뜨거운 물을 욕조 가득 부어놓고 담그고 싶다는 둥…이해 한다…그런데 뭔가가 좀 이상하다.

도시에 불빛이라고는 한 점도 없다. 한쪽에서는 검둥이 흰둥이 할 것 없이 수십마리의 개떼들이 차량을 쫓아 온다…어쩌다 가끔 보이는 행인들의 표정은 섬뜩해 보이기도 하고…이런 오지에 미치지 않고서는 좋은 호텔을 건립할 이유가 있을까…?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불현듯 이런 멘트가 머리를 확 지나간다….오늘도 날 샜군.
우리를 어느 길가에 세워두고 호텔을 알아보러 간다 던 젊은 장족 청년 로부는 그 이후 통신 두절이고 북경에서 온 이국장이 바쁘다.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연락이 온다…대원들은 아직도 미련을 못 버린 듯 계속 뜨거운 물 타령이다….처음에는 고소증으로 겁이나 일부러 머리도 감지않고 세수도 안 한 친구들이 였는데….

연락한 곳으로 갔다. 현정부청사를 새로 짓느라 자재로 어수선한 뒷편에 창고 비슷한 건물로 안내한다. 현정부에서 운영하는 초대소…란다…모두들 얼굴에는 경악하는 표정이 역역하다. 뜨거운 물 콸콸 나오는 호텔에서 세상에 제일 후진 숙소(?)로 변하는 대는 찰나의 시간이면 족했다.

그러나 어쩌랴 해발4,600m고원에서 영하12도의 칼 바람 속에 한데잠을 잘 수는 없는 법…상황을 파악한 대원들은 즉각 현지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그냥 자지 뭐…한마디에 방 배정에 들어간다. 그러나 이런 창고 수준의 방도 수량에 한계가 있는 까닭에 3인1실로 구성된 방을 미디어팀1방, 쌍용팀1방…그리고 생각해줘서 대장과 통역 박철국 대원에는 2인1실 방을 배정한다. 냉방에 유리창, 커튼 성한 곳 한곳도 없다.

저녁은 도시전체가 정전되어 불 꺼진 식당의 석유등 아래에 가지고간 라면으로(김천중 대원이 자원하여 끓였다) 대충 때우고 씻지도 못하고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