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뒤척이다 겨우 잠들만 할 때 기상이다. 선발조는 어제의 작전회의에서 결정 난 대로 7시 무조건 출발이다. 오전7시…깜깜한 어둠 속 매서운 영하의 칼 바람 속에 각 차량들 시동을 건다……엄마야….브르릉이 아니라 퍼덕퍼덕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난리가 났다. 휘발유 차량을 제외한 디젤 차량들은 혹한에 견딜 수 있는 연료를 넣어 뒀어야 하는데…어제 알리를 출발하면서 –20도나, -30도짜리 연료를 구할 수 없어서 그냥 0도를 넣고 왔고 그게 이곳 영하20도의 날씨에 얼어버린 것이다. 중국은 넓고 기후조건이 다양하다 보니 연료를 구분해서 팔고 있다. 휘발유는 90, 93, 97(옥탄가를 표시한다)로 구분하고 디젤은 0, -10, -20, -30, 그리고 특수하게 –35도 있다…이는 숫자에 맞는 기온까지 얼지 않고 견딜 수 있는 연료를 나타내는 것으로 우리 차량에는 최소한 –20이 들어 있어야 했던 것이다… 이런 낭패가 있나…한참의 시도 끝에 결국 물러설 수 밖에 없다. 어디 기온 조절이 사람 뜻대로 되는 것인가…? 대책이 또 막 나온다…석유만 좀 구할 수 있으면 섞으면 되는데…하늘의 별을 따는 게 더 빠르다. 뜨거운 물을 붓자…뜨거운 물 구할 수도 없거니와 구한다 친들 언 발에 오줌 누기다. 결론은….기다렸다가 –35짜리 연료를 구해서 넣으면 서로 섞이면서 녹게 되고 그 편이 빠르다. 그러면 기사 송고는 꽝 아닌가벼….꽝은 무신넘에 꽝!!! 마감 전에 못 보내면 저녁에 보내고 그러면 모레 기사로 나갈 거인디 뭐시가 문제가 된다요…하믄 그렇제…맞는 말이제.. 하루 늦게 기사 난다고 기록갱신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라면 순리에 맞겨야제…ㅎㅎㅎ 그렇지만 속은 탄다. 꿈자리 뒤숭숭 하더만 앞으로 뭔 일이 또 일어 날란고… 대원들에게 새로운 대책을 설명하고 다시 한번 용기를 북돋운다. 오전9시 뒤늦게 나온 중국지원팀 눈들이 휘 둥그레 진다. 왜 출발하지 않았느냐…?..자초지종 설명을 하니 갑자기 바빠진다. 연료담당장교는 눈썹 휘날리며 달려오고…병영 앞 식당은 연료통 굴리며 준비 한다. 병영 앞 식당에서 준비한 연료통에는 군용 마크도 선명했고 내용물은 특제의 –35도짜리 였다. 우선 선발대 차량에 주유를 가득 하고 얼어버린 연료가 잘 녹게 차를 좌우로 흔들어 댄다. 반 시간이나 지났을까….시동이 걸리고(그 동안 엔지니어팀들 죽도록 고생했다) 선발대는 꽁지 빠진 닭 모양 죽어라 계산대판으로 내달린다. 소변 볼 사이도 없이 4시간을 달렸다. 이 지역은 평균해발이 5,000m이상의 고원이라 5,100-5,200m정도의 산들은 산이 아니라 자그마한 언덕에 지나지 않는다. 4시간을 그렇게 달렸을까 해발고도 약5,300m의 작은 동산을 넘어 좌로 굽은 도로를 달리다….시야에 뭔가가 확 들어온다…..나…심장마비로 죽는 줄 알았다. 나즈막한 언덕배기 넘어 길 한켠에 커다란 돌로 된 조형물이 있고 그 가운데 해발6,700m라고 콱 박아둔 글씨가 눈에 띄었다…내가 5,300m를 막 넘어 살짝 내리막 길을 달렸을 뿐인데 언제 해발6,700m까지 올라 왔단 말인가…? 차량에 장착된 GPS해발고도를 다시 한번 읽어 본다….5,217m.. 귀신 곡 할 노릇이다….대체 뭔 조화당가….??? 차에서 내려 장족청년 로부를 잡아먹을 듯이 족쳤다….여기가 어디냐…? 계산대판….허걱 …야 이눔아 이건 개!판!대!산! 이지…진짜 계산대판은…??? 떠거랄 …맞단다…이 구간에서 제일 높은 곳이라고 이렇게 표시해 두지 않았느냔다. 야 이눔아 누깔 있으면 말혀 봐라 좀 전에 저 언덕이 높으냐…이곳이 높으냐…??? 급한 김에 차를 몰고 옆의 산등성이를 마구 올랐다. 김부장도 오르고…오르면 6,700m에 도달이라도 하는 것 처럼…마지막 50여m는 가파르다. 이쯤해서 GPS를 다시 들여 다 본다…옴마야…..5,280m!!! 그럼 중국 광동출판사에서 발행한 책의 내용은 뭐고 국내 사이트의 각종 정확하다는 정보는…순 구라…??? 국내 판매된 책의 저자는 확인도 안 해보고 시부렁그린 사기꾼…..어~~메 속 탄다. 하기사 세계 최대의 허풍쟁이 원흉은 중국 정부다. 희대의 허풍꾼 한족들!!! 해발 6,700m표시석 아래에 무장경찰대 이름 까정 버젓이 적어 놓고 있으니 일반 여행자들은 깜빡 속는 것이다. 늦게 나타난 이국장에게 물었다…설명 좀 해 달라… 통상 고개 근처의 정상을 적는 것이 중국의 관습이란다…그럼 주위에 6,700m짜리 봉우리는 어디에 있느냐….? 사방을 돌아본 뒤…좀 멀어서 안 보이는 것 같다….안 보이는 산의 높이를 부칠 것 같으면 차라리 8,848m라 하든지 가까운 K2봉을 따 8,600m대라고 하지 6,700m으로 사기를 치는 이유가 뭔가…아….졸도라도 하고 싶당!!! 세계의 중심이라며 중화를 척 가져다 부치더니 뭐든지 세계최고를 만들고 싶어서….높다는 것을 강조 하다 보니 이런 허풍도 눈 하나 깜짝 않고 해 되는 거 아닌가… 이렇게 해도 되는겨…??? 기네스북 기록 갱신은 이렇게 수포로 돌아가고(차라리 중간에 높은 봉우리를 오를걸 그랬다. 몇 개 있었는데…)기록 수정에 만족해야만 했다. 모든 일을 한꺼번에 다 이룰 수는 없는 일…하지만 너무 억울하다….. 6,700m를 오르다 못 오르는 것 하고 힘도 한번 못 써보고 허풍에 당하다니… 모두들 허탈해 하며 돌 표시석 옆에 포즈를 취한다…..아~ 씁씁하다. 홍류탄으로 오는 도중에 또 다른 부대에서 연료를 공급 받고 홍류탄의 부대에 도착했다. 높은 곳에서의 마지막 밤을 56도짜리 얼궈터로 달구면서 보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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