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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포다큐 아는 것이 힘이다-sbs

            [엔포다큐 아는 것이 힘이다]

무조건 힘이 되고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서 뜬다!

연출 | 민인식·박진홍
진행 | 신용철·박미선·서상록·김윤경
방송 | 월요일 저녁 7시 10분

 

세기는 정보 혁명의 시대다. 새로운 정보는 곧 돈이고 성공의 관건이다. 동네의 한가한 잡담에서도 남달리 아는 게 뭐라도 있어야 소위 ‘말발’이 서는 힘을 얻을 수 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공감하고 누구나 알고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굳이 월요병을 들먹이지 않아도 몸과 마음이 지치는 월요일 저녁에 화끈하고 신나게 스트레스 해소는 못해줄 망정, 무슨 ‘정보’ 운운하며 시청자들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할까?
피곤에 지친 사람들에게 정말로 ‘힘’을 줄 수 있는 정보라면 또 모를까…. [엔포다큐 아는 것이 힘이다]의 고민은 여기에서부터 시작이 되었다.

보기만 해도 인생이 바뀌는 정보의 힘
첫 난관에 부딪힌 것은 ‘무엇을 알려줄까’였다. 알면 힘이 되는 정보는 많지만, 그 정보를 이미 알고 있는 똑똑한 시청자들이 너무나 많은 것이 현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아는 것이 힘이다]가 지향해온 정보의 범주는 크게 건강과 음식, 그리고 돈버는 정보 이 세 가지였다.
평소에 흔히 먹으면서도 맛 외에는 특별히 신경 쓰지 않던 각종 음식들의 놀라운 효능과 건강의 비결을 총망라했고,‘걷기와 달리기’‘비타민C’‘황토’ 등 사회에 불고 있는 건강 바람의 실체를 조목조목 분석했다. 또한 ‘알짜 쇼핑’‘돈 잘 버는 법’과 같이 직접 피부에 와 닿는 경제 정보들을 수집했다. 2002년 역시 [아는 것이 힘이다]를 채워줄 ‘씩씩하고 튼튼한’ 정보의 모습은 이런 것들이 될 것이다. [아는 것이 힘이다]를 통해 방송된 많은 사람과 많은 취재 현장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스타로 떠오른 사람은‘다이어트’ 편에 출연했던 조주현 군. 당시 6개월만에 몸무게를 70킬로그램이나 뺀 것이 방송되면서 각 방송사와 여성잡지에 불려 다니는 다이어트 전도사로 변신했던 것.
또한 자장면 편에서 마라도의 단 하나뿐인 자장면 집이 소개된 이후, 마라도에 또 다른 자장면 집이 출연하기도 했다. 소식을 들은 제작진이 그 불꽃 튀는 경쟁의 현장을 다시 찾으면서 느꼈던 것은 재미있는 정보가 인생을 바꾸는 ‘힘’이 된다는 것이었다.

 

아이템에 따라 달라지는 생활
한 가지 주제로 45분을 엮어내야 하는 만큼 제작진들의 아이템에 대한 애정은 실로 지극하다. 단적인 예가 바로 점심 메뉴. 그 동안 라면, 김치, 자장면, 생선회 등 음식을 주제로 다룬 적이 많았던 만큼, 먹는 것이 아이템으로 결정되고 나면, ‘아이템을 알기 위해’ 꼭 먹으러 가야만 했다. 물론 일을 핑계로 맛있는 걸 먹는 즐거움도 있었지만 밥상을 앞에 놓고 “김치의 영양이 말이야…” “표고버섯에는 비타민 D가 풍부하다는데…” 하면서 일장연설을 늘어놓는 사람들과 같이 밥을 먹어야 했던 다른 사람들에게는 조금 미안한 게 사실이다.
음식이 아닌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 ‘다이어트’ ‘걷기와 달리기’를 방송하면서 아침이나 저녁이나 걸어서, 혹은 뛰어서 출근하기 운동이 벌어지는가 하면, 음치탈출 편에는 모든 노래가 음치 버전으로 둔갑되었다. 가장 괴로웠던 것은 영어 편.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주변 사람들이 겪어야 했던 고충은 짐작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아이템에 대한 애정이 애증으로 변할 때도 있었으니 바로 아이템과 제작진의 운명이 함께 할 때이다. 2001년 3월, 춘곤증에 착안해 ‘잠’이라는 아이템으로 방송 준비를 했던 그 때, 농구 중계 때문에 ‘잠’은 3주 동안 편안히 잠을 자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서 생긴 “아이템이 팀의 운명을 좌우한다” 는 불문률 때문에 ‘물’을 방송하면서 ‘물’ 먹을까봐 얼마나 긴장을 했던지.

 

좌충우돌 ‘딴지 PD’의 도전
[아는 것이 힘이다]의 4가지 코너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이 ‘출동! 딴지 PD’라는 코너이다.
“머리를 때리면 정말 머리가 나빠질까?” 또는 “비오는 날에 먼지나도록 맞는게 가능할까”라는 황당 실험에서부터, ‘뿌셔뿌셔’로 라면을 끓여보고, 황토흙으로 떡을 만들어보고, 붕어빵 속에 붕어를 넣어 보는 등 기존의 생각을 뛰어넘는 새로운 시도를 해왔고, “방귀에게도 당당한 분출의 권리를 주자” “음치들에게 립싱크를 허하라”는 등의 색다른 주장을 펼쳐왔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발상이 나오기까지는 뼈를 깎고 머리를 쥐어짜는 제작진들의 노력이 숨어 있다. 또한 갖은 고생 끝에 출동시킨 딴지 PD가 현장에서 겪어야 하는 좌충우돌도 만만치 않았다. 음치들의 립싱크 음반을 취입하는 과정에서 수십 번 반복 녹음에 지친 음반 제작자들이 중도에서 그만둘까봐 가슴을 졸여야 했던 일, 잠버릇을 취재하느라 며칠 밤을 꼬박 새며 카메라 들고 졸아야 했던 일, 또 포장마차의 화장실을 취재하면서 술 취한 사람들이 볼일 보러 가는 걸 슬며시 미행해야 했던 일, 지금 생각해보면 추억이지만 당시에는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하지만 그런 좌충우돌로 인해 SBS 마크를 단 6미리 카메라만 보면 딴지 PD라고 반가워한다는 얘기를 다른 팀에게 전해듣곤 한다. 덕분에 그 주에 딴지 PD 코너를 맡은 PD는 의상에 각별히 신경을 쓰지만 말이다.

 

웃고 울어야 했던 우연의 절묘함
며칠 밤을 새도, 현장에 나가서 아무리 고생을 해도 방송쟁이들에게 힘을 주는 것은 시청자들의 한마디이다. [아는 것이 힘이다]도 예외는 아니다. 물론 재미있는 프로그램이라는 입 소문이 돌아서 일부러 기다렸다가 봐준다면 더없이 고마운 일이지만, 그것보다는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봤더니 ‘너무 유익했다’라는 시청자를 접할 때 팀 내부에는 감동의 물결이 지나가기 마련이다.그러나 그 ‘우연히’ 봤기 때문에 억울한 누명을 써야했던 적도 많았다. 그 중에서도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는 것은 2001년 4월, 또 다시 발생한 일본의 교과서 왜곡 문제로 온 국민이 분노했던 그때의 일이다. 한 달에 두세 번씩은 방송되었던 해외 취재 코너 중 다른 많은 나라를 제치고 유독 일본 취재 내용만이 그 당시 ‘우연히’ 시청자들의 눈에 띄였으니…. 홈페이지에 매국노라는 말을 서슴없이 써대는 시청자들을 대하면서, 남들이 교과서 왜곡 문제에 부르르 떨 때, 그 옆에서 제작팀들은 남몰래 ‘울어야(?)’ 했다.

 

알려주기 ‘힘’든 것을 알려주는 힘!
[아는 것이 힘이다]가 방송된 지도 어느덧 1년 8개월. 그 동안 80개가 넘는 아이템이 [아는 것이 힘이다]에 의해 낱낱이 해부되었다. 앞으로 정보가 힘이 된다는 구태의연한 주장은 더 이상 시청자들에게 호감을 주기 힘든 시점이다.
이제 [아는 것이 힘이다]가 주력해야 할 것은 그 ‘힘’을 지속시킬 수 있는 ‘재미’일 것이다. 물론 보고 듣기만 해도 절로 신이 나고, 힘이 펄펄 솟는 살아 있는 정보라는 것이 매주 우리 앞에 쑥쑥 나타나주기야 할까마는, 이제까지 [아는 것이 힘이다]를 지탱해온 힘은 바로 그런 난관 속에서 숨은 진주 같은 정보를 찾아내는 지구력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는 것이 힘이다]의 모든 사람들은 오늘도 무식하게, 그리고 무모하게 자료를 찾고 전화를 돌린다. 그리고 ‘힘’될 만한 것이 걸리면 6미리 카메라를 메고 세상을 헤집고 다닌다.

글 | 홍정아· [엔포다큐 아는 것이 힘이다]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