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커진 제작사, 드라마 판권 ‘접수’ | |
[방송가 권력 이동중] 2005년 ‘슬픈연가’ 필두 방송사 독점시대 막내려 제작비 자체 조달 ‘태왕사신기’ 한-일 동시방영도 | |
허미경 기자 | |
현빈, 성유리가 주연으로 나오는 드라마 <눈의 여왕>은 지난주 방송을 마쳤다. 그러나 제작사인 윤스칼라는 이 드라마의 해외 판매와 만화나 디브이디 등 2차 콘텐츠 판매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느라 여전히 바쁘다.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를 <한국방송>이란 채널로 인식하지만 실제 이 드라마의 포괄적 저작권 및 해외 판매 판권은 제작사인 윤스칼라가 가져갔다. <한국방송>은 국내 방영권만을 쥐었을 뿐이다. 올 봄 <문화방송>에서 방영될 대작 사극 <태왕사신기>도 판권은 제작사인 김종학프로덕션이 갖게 된다.
종전 지상파 방송사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드라마 판권이 최근 잇따라 제작사 손에 들어가고 있다. 제작사들의 사업규모가 커지면서 제작사들이 이제 더는 제작비를 전적으로 방송사에 기대지 않게 되었고, 스스로 자본을 유치해 부가가치를 직접 챙기는 시대가 된 것이다.
‘슬픈연가’에서 ‘눈의여왕’까지=제작사가 판권을 행사한 첫 사례는 2005년 문화방송에서 방영한 <슬픈 연가>(김종학프로덕션 제작)가 꼽히지만 당시만 해도 예외적인 사례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난해 들어 방송사가 독점해오던 판권이 판매지역을 국내·외, 나라별로 나눠 갖거나 아주 가져가는 등의 방식으로 제작사로 잇따라 넘어갔다. 판매수익 배분 비율 등은 제각각이지만 <에스비에스>에서 방송된 <천국의 나무>(로고스필름 제작)에 이어 윤스칼라가 제작한 <봄의 왈츠>(한국방송), <내 인생의 스페셜>(김종학프로덕션 제작, 문화방송)의 판권이 제작사로 넘어갔다. 드라마 시청자들에게 호평 받은 <연애시대>(에스비에스) 역시 가장 큰 해외시장인 일본 판권을 제작사인 옐로우필름이 가져갔다. 이 회사는 케이블채널에서 방영된 <썸데이>와 <프리즈>의 판권도 나눠 가졌다. 제작사 판권 보유 줄이을듯=판권을 확보하려는 제작사들의 움직임은 앞으로 더 거세질 듯하다. 올리브나인은 5월 방영 목표로 제작중인 <명가의 후예>와 대작 드라마 <자이언트>(내년 하반기)의 판권을 직접 보유하고 방송사에는 방영권만 줄 계획이다. <에스비에스 드라마플러스>에서 올 상반기에 방영할 한-일 합작 <커플 브레이커>의 판권도 챙길 계획이다. 김종학프로덕션은 지금 한창 찍고 있는 <태왕사신기>의 제작비를 일본 자본 유치 등으로 마련해 일본에 선판매했다. 이 드라마는 일본 <엔에이치케이>와 국내 <문화방송>에서 동시에 방영될 예정인데, 국내 방영권을 뺀 대부분 판권이 김종학프로덕션에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옐로우필름은 다음달 촬영에 들어가는 멜로물 <내가 나빴어>와 올 하반기로 예정된 과학수사물 <에이전트 제로>의 판권 보유를 추진하고 있다. 제이에스픽처스도 사전제작 준비 중인 드라마 <식객>을 방영권만 방송사에 넘기고 판권을 직접 챙기기로 하고 올 가을 방영에 앞서 벌써부터 해외 판매에 나섰다.
방송사로서도 불확실한 2차 콘텐츠사업에 따른 기대수익보다는 판권을 내줌으로써 갈수록 치솟는 제작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지상파 피디들 사이에선 지상파방송이 단지 그 드라마를 방송했다는 브랜드로서만, 곧 그 드라마를 편성한 ‘플랫폼’ 사업자로서만 존재 의미가 축소되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허미경 김미영 기자 carmen@hani.co.kr
‘판권 이동’ 엇갈린 시각
드라마 판권이 제작사 쪽으로 넘어가는 현상을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방송사 쪽은 애써 그 의미를 축소하거나 우려하는 반면, 제작사들은 장기적으로 제작사가 판권을 갖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올리브나인 김태원 부사장은 “저작권을 방송사가 갖는 것은 창작자의 권리가 침해될 수 있고, ‘원소스 멀티 유스’로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초록뱀미디어 조재연 팀장은 “판권 문제가 해외 바이어와 제작사만의 거래로 끝나지 않고 방송사가 끼어 있어 복잡하다 보니 드라마 수출이 주춤해졌다”고 말했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윤재식 팀장도 “장기적으로 드라마 판권은 제작사 쪽으로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에스비에스 드라마를 수출하는 에스비에스프로덕션 최재영 차장은 “제작사들이 판권을 가지려고 무리하게 저가 제작비를 감수한 뒤, 이를 충당하려고 한탕주의 식으로 해외 판매 때 지나치게 비싼 값을 매겨 한류 드라마 판매에 찬물을 끼얹은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방송사가 체계적으로 판매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국방송 이강현 피디는 “판권을 제작사에 넘기는 건 일시적으로 제작비를 줄이는 효과가 있지만, 공영방송이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공급하는 기능을 약화시키는 신호탄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사가 권력을 가져야 한다는 게 아니라, 자본 논리로 끌려가는 것을 막고 수준 높은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서 제작비 현실화와 판권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허미경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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