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들, 슬금슬금 '드라마 올인'

방송사들, 슬금슬금 '드라마 올인'

MBC 25분·SBS 20분 늘려…'고무줄편성' 공공성 위협

[미디어오늘 정은경 기자]

지상파 방송사 드라마 편성시간이 또다시 슬금슬금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05년 방송3사 드라마국장들은 미니시리즈 편성시간을 70분에서 60분으로 줄이는 방안에 동의했지만 실천으로 이어가지 못했다. 시청률과 공공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보다는 일단 '급한 한 마리'부터 먼저 잡겠다는 편성방침에 방송사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MBC 25분·SBS 20분 늘려

	▲ 왼쪽부터 SBS <연인> <사랑하는 사람아> MBC <있을 때 잘해> <주몽>

미디어오늘이 지난해와 올해 같은 기간 동안 MBC와 SBS 주요 드라마(월화, 수목, 주말, 일일, 아침드라마) 편성시간을 비교한 결과 MBC는 25분, SBS는 20분 가량 늘어났다(편성표 기준으로 2007년 1월8일∼1월14일, 2006년 1월9일∼1월15일 비교).

MBC는 지난해 5월 개편 이후 드라마 편성이 확대됐다. <주몽>을 시작하면서 월화 드라마가 70분에서 80분으로, 주말기획은 60분에서 70분으로, 아침드라마는 30분에서 40분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가을개편 이후 일일드라마는 35분에서 30분으로 5분 줄었다.

SBS는 1월초부터 수목 <드라마스페셜> 시간을 70분으로 80분으로 늘려 편성 중이다. 주말 대하사극은 지난해 7월 <연개소문>부터 60분에서 70분으로 늘렸다. 지난 15일 첫 방송을 내보낸 월화드라마 <사랑하는 사람아>는 80분으로 편성됐는데 이는 1, 2회는 10분 정도 늘려 편성하는 관행에 따른 것이라고 SBS는 설명했다.

KBS(1TV와 2TV 포함)의 경우 수목 미니시리즈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분 줄어 전체적으로 주요드라마 편성시간은 10분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5일 첫 회가 방영된 <꽃피는 봄이 오면>이 기존 70분이 아닌 75분으로 편성됐지만 이 역시 첫 방송인 데 따른 것이라고 KBS는 설명했다. MBC도 지난 10, 11일 수목 미니시리즈 <궁S> 1, 2회는 80분을 내보냈다.

"드라마 성과 내기 위해 올인"

이처럼 막대한 제작비를 감수하면서까지 방송사들이 드라마를 위주로 편성하는 이유는 역시 광고 수익 때문이다. 시청률 50%에 육박하는 <주몽>은 해당 드라마뿐만 아니라 사각시간대까지 패키지로 팔 수 있어 MBC에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해 방송사들이 높은 매출액을 올리고도 영업이익을 내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수익의 상당수가 제작비, 특히 드라마 제작비에 투입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한 지상파 방송사 간부는 "수익의 상당액이 드라마 제작에 투입되다보니 여기서 뭔가 성과를 내지 않으면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사정이 이렇다보니 너도나도 드라마에 '올인'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방송사들 사이의 지나친 시청률 경쟁도 원인이다. SBS는 "MBC 때문에", MBC는 "SBS 때문에" 드라마 편성 축소 합의가 지켜지지 않는다고 탓한다.

"시청자가 원한다고 사탕만 줄 것이냐"

이처럼 드라마가 점점 길어지다 보니 주로 심야시간대에 편성돼 있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은 점점 뒤로 밀리고 있다. 문제는 이제 이 같은 현상을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MBC 시사교양국의 한 PD는 "이제는 프로그램을 하면서 투입 대비 산출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직접제작비가 얼마 투입되면 광고가 얼마 붙어야 한다는 계산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수익을 직접적인 목적으로 하지 않는 시사 프로그램에서도 광고가 따라주지 않으면 개편의 1차 타깃이 된다는 설명이다.

'경영난'을 이유로 불만을 내놓고 말하지는 못하지만 방송사 내부에서는 이 같은 '드라마 올인' 편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MBC 한 PD는 "시청자가 원한다고 해서 사탕만 줄 것이냐. 시청자 서비스 정신에는 어긋날 수도 있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장기적으로는 더 큰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Copyrights ⓒ 미디어오늘.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정은경 기자, pensidre@med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