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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나가는 케이블TV 어디까지?

막 나가는 케이블TV 어디까지?

 

케이블TV는 선정성과 폭력성이 하나의 전략이다. 방송위원회의 시정명령도 약발이 떨어진 지 오래다. 프로그램에 대한 징계가 ‘훈장’이라도 되는 듯, 끊임없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내용들이 쏟아진다. “욕먹는 만큼 시청률은 오른다”는 네거티브 전략의 위험한 줄타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 텔레비전이 온 가족이 모여 보는 ‘가족 오락관’에서 1인 미디어로 변해간다는 걸 십분 이해하더라도 ‘막 나가는’ 케이블TV에 고삐를 물려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고삐 풀린 케이블

요즘 케이블TV의 가장 ‘뜨거운’ 프로그램은 M.net에서 방송 중인 ‘조정린의 아찔한 소개팅’. 1일 시즌 2를 시작한 ‘아찔한 소개팅’은 제목만큼이나 아찔한 수위를 넘나든다.


성차별 발언이 예사로 등장하고, 비속어도 난무한다. 소위 ‘킹카’, ‘퀸카’로 나오는 출연자들은 강북 비하 발언을 일삼는다. 총 21회에 걸쳐 방송된 시즌 1은 매회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방송위로부터 징계와 권고도 수차례 받았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냉정함을 넘어선 잔혹한 데이트’ ‘연애는 경쟁이다’는 프로그램 홍보 문구는 허울 좋은 미사여구일 뿐이다.

MTV ‘클럽 피버(fever)’는 소개팅을 넘어 클럽에서의 ‘부킹’(즉석 만남)을 다룬다. 남자 연예인이 있는 곳으로 여자를 데려와 마음에 들 때까지 만남을 주선한다. 이 과정에서 남녀 간의 신체 접촉 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여성이 남성의 무릎에 마주 보고 올라앉아 ‘러브 샷’을 하고, “2차(?) 가자”며 야릇한 분위기를 만들어 간다.



tvN ‘독고영재의 현장르포 스캔들’은 미국의 ‘현장고발 치터스’의 포맷을 차용했다. 남편이나 아내, 이성 친구가 바람피우는 현장을 당사자와 진행자, 경찰이 급습하는 리얼리티 형식이다. 카메라가 흔들리고 욕설이 날것으로 드러나지만, 어디까지나 연출된 화면이다. ‘페이크(fake·속임수) 다큐멘터리’라는 형식으로, 진짜처럼 만들어진 내용이다. ‘스캔들’에서 나타나는 선정성은 리얼리티가 아니라 철저하게 계산된 선정성이란 얘기다.

#“억울하다” vs “규제 강화를”

지난해 10월 국가청소년위원회가 청소년이 즐겨보는 케이블TV 채널 16개와 지상파 4개 채널을 대상으로 청소년 보호 수준을 시범평가한 결과, 케이블TV의 경우 1시간 동안 노출된 폭력장면이 10.7회로 지상파보다 5배 이상 높았다. 선정적인 장면도 1시간당 6.26회로 6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케이블TV 관계자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유료 방송 시장인 케이블에 지상파와 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광고 관계자나 대외 홍보에서는 “케이블TV의 영향력이 지상파 못지않다”는 이중적인 입장을 취한다.

케이블TV의 저질화를 막기 위해선 무엇보다 방송위의 규제 강화가 절실하다. 현행 방송법상 케이블TV 프로그램 규정은 방송법 제100조에 의한 ‘시청자에 대한 사과’ ‘해당 방송 프로그램의 정정·수정 또는 중지’ ‘방송편성 책임자·해당 방송 프로그램의 관계자 징계’ ‘주의 또는 경고’ ‘1억원 이하의 과징금’ 등이 있다.

그러나 이들 규정은 ‘솜 방망이’라는 지적이다.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은 “방송위의 제재 조치가 오히려 광고 효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며 “현재 방송되는 150여개 케이블 채널에 대한 대대적인 실태조사와 함께 문제점이 드러난 채널과 프로그램은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송위 심의2부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법 개정과 함께 케이블TV의 선정성과 자극성에 대한 징계를 강화할 계획”이라며 “단발적인 규제는 약해 보일 수 있지만 동일 징계가 반복되는 경우에는 채널 등록 취소 등 강력한 제재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