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동영상 사이트에 끌려갈 것” | ||||
[기획인터뷰] 사이버 문화 평론가 민경배 교수 | ||||
이재영 인턴기자 redin4u@naver.com | ||||
사이버 문화 평론가 민경배. 그는 뭔가 다르다. 급변하는 사이버 세상의 흐름을 한 눈에 꿰뚫고 그 흐름보다 언제나 반 보 정도 앞서간다. 예민한 감각으로 남들보다 먼저 사이버 세상의 새로운 기류를 감지하며, 남들이 그것에 막 적응하기 시작할 무렵이면 이미 또 그 앞을 내다보고 있다. 2003년, ‘포털 뉴스가 기존의 올드미디어(신문ㆍ방송)를 장악하게 될 것’이라고 처음 예측한 것도 바로 그였다. 그 때 ‘네가 언론에 대해 뭘 아느냐’며 비웃던 언론학자들은 지금 “포털도 신문법으로 규제해야 한다”며 뒤늦게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민 교수는 ‘포털을 언론으로 규정하는 신문법이 통과될 즈음이면 포털 언론도 한물 갈 것’이라며 다시 한 수 더 앞서 나갔다. 혁신적인 전망을 내놓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이버 문화 전문가. 경희사이버대학교의 교수이자 시민운동가인 그를 만나보았다. 노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사이버 세계 입문 평범한 사회학자였던 그가 사이버 문화 전문가로 거듭나게 된 것은 그의 말대로 ‘정말 재미있는 에피소드’ 때문이다. 그 에피소드에는 노무현 대통령, 안희정 씨 등 지금 연일 신문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유명 인사들이 연관돼 있다. “그 때 그 양반(노무현 대통령)이 정보화에 상당히 앞서 있었어요. 그 양반이 그러더라고. ‘PC통신을 잘 봐라. 그 안에 또 다른 사회가 만들어지고 있다’라고.” 14년전 학교 선배 안희정 씨의 권유로 함께하게 된 ‘지방자치실무연구소’에서 민경배 교수는 처음으로 사이버 세상을 접하게 됐다. 당시 연구소장이었던 노무현 대통령은 그에게 ‘PC통신’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했고, 민 교수도 ‘PC통신’에 대해 큰 매력을 느꼈다. 그것이 지금의 ‘사이버 문화 평론가 민경배’를 만든 계기가 됐다. “1990년대 초반 동구권이 몰락하면서 혼란스러웠던 와중에 새로운 세계를 보게 된 거죠. 1996년 연구소가 해체된 후, 저는 학교로 돌아가 ‘사이버 문화’에 대한 연구를 계속 했습니다.” 연구를 계속 하던 그는 1999년, 뜻을 함께 하는 후배들과 힘을 합쳐 ‘사이버 문화 연구소’를 세웠다. 연구소를 통해 맺어진 인맥들은 지금도 민 교수를 받쳐주는 큰 힘이 되고 있다. 뭐든지 인터넷의 책임으로 돌려선 안돼 ‘사이버 문화’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그는 뭐든지 인터넷의 책임으로 돌리려는 세태를 비판했다. 인터넷은 오프라인(실제 세계)의 연장선일 뿐인데 사람들은 오프라인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마녀사냥 식으로 인터넷을 때려잡으려 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왜곡된 성문화나 성교육의 부재에 대한 고심 없이 그저 인터넷 음란물 때문에 청소년 성범죄가 늘고 있다는 식의 진단을 내리는 것은 무책임한 짓입니다.” 실증적으로 연구된 바도 없고, 증명된 바도 없이 개인의 신념에 의거해 ‘인터넷 때문에 청소년 성범죄가 늘고 있다’는 말을 하는 사람이나, 그 말을 ‘전문가의 소견’이라며 받아쓰는 언론 모두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원조교제도 그렇습니다. 예전에 ‘원조교제의 원인은 인터넷 채팅 사이트’라는 보도가 나간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인터넷이 없었으면 원조교제도 없었을까요? 10년 전에 원조교제가 유행한 일본에선 여고생들이 공중전화 부스에 스티커를 붙여 원조교제를 했습니다.” 요컨대 매체의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인터넷을 욕하기 전에 우리 사회의 비뚤어진 모습들을 먼저 고쳐야 한다는 것이 민 교수의 생각이다. “방송사, 동영상 사이트에 압도될 것”
그런 그가 최근, ‘이젠 방송의 차례’라며 앞으로 방송사가 ‘동영상 사이트’에 압도당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판도라TV 황승익 이사가 저작권 문제 때문에 밤에 잠을 못잘 정도라고 하소연 하더라구요. 그래서 ‘앞으로 조금만 참고 버티면 방송사에서 머리를 숙일 때가 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황 이사가 못 믿겠다는 듯 떨떠름한 표정을 짓더군요.” 저작권 시비에 휘말려 힘들어하는 황승익 이사에게 민경배 교수가 마지막으로 해준 말은 “자신의 잠재력을 스스로 알지 못하는구나”였다. 시대의 흐름상 올드미디어는 뉴미디어에게 그 자리를 내어줄 수밖에 없고, 특히 ‘동영상 사이트’는 기존 방송사의 영역을 흡수해 더 큰 꽃을 피우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민 교수는 이에 대한 근거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방송 장비와 기술이 기기의 발달과 더불어 대중화ㆍ개인화됐고, △연예인과 방송 인력은 전문 매니지먼트사 소속으로 방송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어졌으며, △공중파 외에도 인터넷 등을 통해 얼마든지 전파 외의 루트로 방송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IPTV(인터넷 프로토콜 텔레비전)가 나오면 방송사의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입니다. 지금 인터넷 방송의 가장 큰 약점이 ‘화질이 나쁘다’는 것인데, IPTV는 42인치 PDP TV에도 고해상도의 영상물을 전송할 수 있거든요. 방송사들이 동영상 사이트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제발 우리 영상 콘텐츠 좀 틀어 달라’고 애원할 날이 머지 않았습니다.” 나의 정체성은 ‘사이버 문화 연구 개척자’ 나의 정체성은 ‘사이버 문화 연구 개척자’ “‘네티쿠스’라는 닉네임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최초의 인류라는 개념에 네트워크를 접목시킨 건데, 스스로 ‘사이버 문화 연구의 개척자’라는 정체성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경희사이버대학교 온라인학습지원처장, 함께하는 시민행동 정보인권위원회장, 사이버연구소장, 사이버 전문가 … 시민운동가이기도 한 그를 수식하는 단어는 많다. 그러나 훗날 자신을 어떤 사람으로 기억해주길 바라느냐는 질문에 그는 자신을 ‘네티쿠스’라고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답했다.
학교에서 처장 보직을 맡게 돼 웹서핑 시간이 줄어든 것이 요즈음 가장 큰 불만이라는 민경배 교수. 그의 바람대로 ‘네티쿠스’로서 사이버 문화 연구 분야에 큰 화석으로 남게 되길 기대한다. |
출처 : 청.춘.어.람 : 내일의 인터넷 기자
글쓴이 : 재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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