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봄의 불청객’ 황사가 찾아왔다. 황사문제는 각종 호흡기 질환, 농작물 성장저해, 항공기 결항 등의 피해를 유발하며 연간 피해규모는 3~5조원에 달한다. 피해 발생국이 늘어가면서 황사는 세계적 환경이슈가 되었고, 세계 각국은 대응책 마련에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환경부와 <국정브리핑>은 정연만 환경부 홍보관리관이 주요 황사발원지 몽골 '고비사막'을 찾아가 직접 취재한 내용을 7회에 걸쳐 연재한다. 심각한 사막화 실태를 생생한 사진과 함께 전달하고 이에 따른 향후 대책도 알아본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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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만 환경부 홍보관리관 |
해마다 봄이 오면 봉오리를 터트리며 꽃을 피우는 나무, 제법 따스해진 햇살이 완연한 봄기운을 느끼게 하지만 그 중에는 초대받지 않은 손님도 있다.
바로 거대한 모래바람을 몰고 하늘을 누렇게 덮어버리는 ‘황사’가 그 주인공이다.
따사한 봄기운에 토양이 녹으면서 잘게 부서져 미세입자로 변한 황사는 강한 상승기류를 타고 우리나라에 날아온다. 멀리는 미국 서부, 캐나다까지도 말이다.
지난 80년대 서울지역의 연간 황사발생일수는 평균 3.9일이었지만, 90년대에는 7.7일, 2000년 이후에는 12.4일로 해마다 그 빈도수가 증가하고 있다. ‘봄의 불청객’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이제는 겨울에도 찾아오는 손님이 돼 버렸다.
이는 지구온난화라는 환경적 요인과 함께 현지 주민들이 초지를 농경지로 바꾸고 연료로 사용하기 위한 벌목량 증가로 사막화의 진행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이다.
2002년 3월 황사가 심하게 오자 4373개의 학교가 휴교했고 항공기 결항, 호흡기 질환자 급증, 농작물 생육 저해, 야외활동 장애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황사로 인한 경제적 피해도 연간 3~5조원 이상이다.
올 봄, ‘짙은 황사’ 피해 예상
올해는 황사발원지의 날씨가 따뜻했고 강우량이 예년보다 적어 심각한 황사피해가 예상된다는 외신보도가 연이어지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황사가 오기 전에 황사에 대한 현황과 대처법을 정확히 알리고 정부 14개 부처 합동으로 수립중인 ‘황사피해방지종합대책’도 홍보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어떻게 하면 국민들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을 것인지 수차례 고민하던 끝에 황사발원지를 직접 현장취재하기로 했다. 그동안 황사관련 취재가 일부 지역에만 국한되어 있어 전체적인 현장감 없이 막연한 불안감만 가중시키는 측면이 있었기에 이번에는 보다 정확한 실상을 보도하며 현장감을 곁들인 홍보를 하기로 한 것이다.
앉아서 자료만 제공하는 홍보보다는 거대한 모래바람이 시작하는 그곳에 가서 직접 그 원인과 현황을 살펴보고 국민들에게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황사발원지 직접 찾아가 사막화 실태 알리기로
황사의 발원지는 멀리는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가깝게는 만주까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내몽골 고원에서 발생하는 황사가 우리나라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지만 중국은 경제가 발전하면서 2000년대 들어 초목보호, 수자원 확보 등 다양한 사막화방지 사업을 추진해 최근에는 사막화 면적이 조금씩 감소되고 있다.
반면 몽골은 사회주의 폐기 후 가축사육두수의 증가, 무분별한 벌채, 광산개발에 따른 지하수 고갈 등으로 이미 전국토의 절반이 사막화됐다.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지 않을 경우 국토의 90%가 사막화될 위험에 놓여 있어 망설임 없이 몽골 ‘고비사막’을 탐사지로 정했다.
<고비사막 개요>
위치 : 몽골고원
크기 : 동서 1,600km, 남북 500∼1,000km
특징 : 고비란 몽골어로 ‘풀이 잘 자라지 않는 거친 땅’이란 뜻으로, 모래땅이란 뜻은 내포되어 있지 않다. 고비사막 대부분의 지역은 암석사막을 이루어 모래사막으로 된 지역은 매우 적고, 또 일반적으로 고 비사막이라 부르는 지역범위 안에는 넓은 초원지대가 포함되어 있다. 강수량은 중앙부에서 연 25∼50mm, 북부에서 남동부에 걸쳐 150∼200mm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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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황사발원지> |
그러나 고비사막 탐사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중국은 사막지역에까지 고속도로가 뚫려 있고, 그쪽 사정에 밝은 사람들이 많아 정보가 풍부했지만 몽골은 사정이 달랐다.
수도인 울란바타르 주변과 비행기 이동이 가능한 다란자르가드 주변을 다녀온 사람은 있어도 고비사막을 횡단한 사람은 없다고 한다. 현지인들도 몽골에서 가장 춥다는 2월에는 가지 않는다고 하니 마땅히 정보를 구할 곳이 없었다.
하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하지 않던가. 올해 초 몽골 자연환경부 장관이 우리나라를 방문하면서 만들어진 인적 네트워크와 몽골에서 식목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사단법인 시민정보미디어센터와 연결이 되어 1200㎞의 고비사막을 횡단하겠다는 야심찬 일정을 잡아 기자단에 공고했다.
막상 기자단에 제안은 했지만 언론사별로 각자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고비사막의 기온이 영하 30∼40℃는 보통이며, 사막에서는 게르(Ger, 몽골식 이동 천막)에서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하루 600㎞씩 비포장도로를 강행군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참가자가 별로 없을 것 같아 내심 걱정을 했다.
그러나 예상 외로 방송 3사를 포함해 14명의 기자단이 참가하겠다고 신청을 했다. 생각보다 많은 언론사가 참여하게 되어 준비하는데 더욱 신경이 쓰였지만 왠지 모르게 기분은 좋았다. 그리고 언론에게 조금은 특별한 현장취재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사실의 보다 정확한 이해 속에서 정부 정책도 접근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은 확신도 들었다.
사막횡단 협조 요청하자 소동 일어난 몽골 정부
기자단 참가자가 정해지자 환경부에서 2명, 황사관련 관계기관 전문가 2명(국립환경과학원 지구환경연구소장, 환경관리공단 담당처장), 시민정보미디어센터 사무총장 및 관계자 3명 등을 포함해 총 21명의 대부대를 편성하게 됐다. 그리고 몽골정부에 고비사막을 횡단·취재를 할 수 있도록 협조해줄 것을 통보했다. 그러자 몽골 자연환경부에서는 큰 소동이 일어났다.
“몽골의 사막화 현장을 보여주고 국제협력을 얻어야 한다”는 그린벨트 국장과 “이 추운 날씨에 고비사막을 가면 불상사가 날 가능성이 너무 크다”는 국제협력관의 의견이 충돌했기 때문이다. 결국 그린벨트 국장이 우리 일행과 동행하기로 결정하면서 우리의 방문계획은 그렇게 성사되었다.
몽골 밤의 추위를 버텨낼 침낭과 김치, 라면 등 먹거리를 잔뜩 사들고 내복, 오리털 파카로 중무장을 한 채 2월 26일 드디어 우리 일행은 울란바타르행 비행기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