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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특집

[몽골 고비사막을 가다] ② 울란바타르의 잠못 이루는 밤

몽골 사막화 방지, 국제공조 서둘러야
[몽골 고비사막을 가다] ② 울란바타르의 잠못 이루는 밤

올해도 어김없이 ‘봄의 불청객’ 황사가 찾아왔다. 황사문제는 각종 호흡기 질환, 농작물 성장저해, 항공기 결항 등의 피해를 유발하며 연간 피해규모는 3~5조원에 달한다. 피해 발생국이 늘어가면서 황사는 세계적 환경이슈가 되었고, 세계 각국은 대응책 마련에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환경부와 <국정브리핑>은 정연만 환경부 홍보관리관이 주요 황사발원지 몽골 '고비사막'을 찾아가 직접 취재한 내용을 7회에 걸쳐 연재한다. 심각한 사막화 실태를 생생한 사진과 함께 전달하고 이에 따른 향후 대책도 알아본다. <편집자>

정연만 환경부 홍보관리관
고비사막에서 발생한 황사가 편서풍을 타고 우리나라에 오는데 24시간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인천에서 울란바타르까지 비행기로도 3시간이 채 안 걸렸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보이는 몽골의 모습은 산이 높게 보이지 않고 구릉지 같은 지역만 간간이 보였다. 평지나 구릉지는 어두운 붉은색을 띄고 있었고 군데군데 산발적으로 눈이 보일 뿐이어서 어째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징기스칸 공항에 도착, 수속을 마치고 나오니 사람들의 생김새가 너무도 우리와 비슷해 마치 우리나라 시골에 온 느낌이었다. 몽골과 우리나라는 인종적으로나 거리적로나 그만큼 가까운 나라였다.

징기스칸 국제공항. 사람들의 생김새가 우리네와 비슷하다.

출발 전 매우 추울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울란바토르의 날씨는 영상 2도였다. 보통 이만 때쯤이면 영하 10도쯤 되는데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온이라 한다.

우리를 마중 나온 사람은 바야르씨와 자야씨라는 몽골인이었다. 바야르씨는 경희대학교에서 공부를 마친 뒤 귀국하여 현재 시민정보미디어센터의 몽골지회에서 일하고 있다. 우리의 통역을 맡아주기로 한 자야씨는 한국에서 6개월 연수를 한 경험이 있었으며 남편이 한국인이다. 우리는 서로 인사를 나누기가 바쁘게 대기한 버스에 짐을 실었다.

공항을 빠져 도심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외국기업의 대형 광고 입간판들이 보였다. 몽골에도 외국기업 진출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버스 오른쪽으로는 자그마한 산악 지대가 보였는데 바라보이는 가까운 곳의 지역은 나무가 없는 벌거숭이 산이고 뒤로 멀리 보이는 산들은 나무가 있었다.

연료용으로 도벌을 많이 해서라는 시민정보미디어센터 오기출 사무총장의 설명이 뒤따랐다. 정부에서는 도벌을 막으려고 노력하지만 정부의 일손이 달리고 도벌꾼들은 점차 대규모화되는 경향이 있어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울란바타르 시내 전경. 멀리 화력발전소에서 내뿜는 연기가 보인다.

왼쪽으로는 울란바타르의 도심이 보였다. 아파트들이 우중충한 빛바랜 자태를 보이고 있었으며 조그만 게르와 나무집들이 보였다. 멀리서는 화력발전소의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었다. 현재 울란바타르에는 4개의 화력발전소가 있다고 한다.

연료로 석탄, 갈탄을 사용하는데 대기정화장치가 없어 아황산가스 등 오염물질이 그대로 배출되고 있는 실정이었다. 뿌연 연기가 도시 전체의 하늘을 뒤덮고 공기는 메케해져 눈이 조금 따끔거리고 시린 느낌이었다.

사막횡단 강행군을 대비해 사전교육과 휴식을 취하기로 되어있는 도착 첫날의 당초 일정과는 달리 몽골 자연환경부 장관이 공항에 마중을 나오지 못해 미안하다며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몽골 자연환경부 건물 입구.

그래서 급히 SBS 박수택 부장과 에트텐바타르 자연환경부 장관을 만나러 몽골의 자연환경부가 있는 건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자연환경부 장관실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몽골에 있는 7개 방송사에서 취재를 하는 통에 어느 정도 긴장도 됐고, 면담이 끝난 이후에도 인터뷰 요청이 있어 뜻하지 않게 몽골의 모든 방송을 타게 됐다.

이 때문에 현장 취재 시에 알아보는 몽골인들이 있었다. 반갑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술을 많이 받아야 하는 행복한 아픔을 경험해야만 했다. 몽골에서는 귀중한 손님이 방문했을 때 보드카를 주는 문화가 있다고 한다. 방문하는 지역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보드카를 건네는 통에 대표단의 체면과 몽골인들의 성의를 무시할 수 없어(몽골에서는 방문 및 이별시 건네는 술잔을 안 먹으면 큰 결례라고 한다) 한잔씩 받아 마셨더니 몽골 방문기간 내내 취기를 느끼는 때가 많았다.

몽골의 에트텐바타르 자연환경부 장관과.

에트텐바타르 장관은 몽골정부도 황사·사막화 등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으나 경제적 여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실질적인 대책을 추진하는 데는 국제적인 공조와 도움이 절실하다고 했다. 그런 만큼 그는 우리 일행의 방문에 관심이 컸고 전폭적인 취재지원을 약속했다.

저녁에도 아비르메드 그린벨트 사업국장과 함께 식사를 하며 몽골의 사막화 현황, 이번 취재일정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린벨트 국장은 직접 지역 자치 단체들에게 취재협조를 지시하였기에 불편하지는 않을 거라면서 혹여 문제가 있을 경우 연락하라는 말을 덧붙였다.

몽골 음식은 처음이었는데 양고기를 우리나라 닭꼬치처럼 요리한 것이 맛이 꽤 좋았다. 이 정도면 이번 출장기간 동안 음식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하는 안도감이 생겼다.

사막 횡단을 위해 다음날 새벽 5시부터 공항으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공항 근처 보전휴양림지역에 있는 호텔로 이동했다. 가는 길이 무척 스산하고 바람이 세찼다. 주로 몽골의 공안계통 사람들이 많이 머문다고 하는데 사실 시설은 별로였다. 그저 샤워를 할 수 있다는 데 감사했다.

우리는 늦은 시간이어서 취재 일정을 간략히 논의한 후 각자 방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몽골을 처음 방문한 사람들이 많고 출장 첫날이라 대부분이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래서 잠 못 이루는 사람끼리 호텔 입구에 모여 가져간 팩소주를 기울이며 새벽 2시까지 사막화와 황사문제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3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