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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개론

한국 방송다큐멘터리 분기점에 서다.

한국 방송다큐멘터리 분기점에 서다.

 

홍순철 / 한국얘술종합학교 방송영상과 교수 (PD 출신)

고선희 / 방송작가협회 회원 (76인의 포로들, 인간시대 집필)

 

 

"방송사 PD들 중 순전히 자신의 소신대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방송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으며

자신만의 시선과 영상어법으로 만들어 낸 작품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번 특집 테마와 관련해 내가 제일 먼자 하고 싶은 말도

우리 방송 다큐가 너무 천편일률적이라는 점이다.

어느 방송사나 어느 채널이나 다 비슷비슷한 다큐멘터리를 방송하고 있다.

 

무엇을 말할 것인가? 보다는 왜 만드는가를 생각하고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를 생각해야 하는데,

그 대안을 찾는 데도 너무 단순하고 획일적이다.

 

다큐멘터리관련 기사든 세미나든 하여튼 그런 멍석만 펼쳐지면 모두들 "내레이션의 남발, 과잉'을

꼭 지적하고 나온다. 마치 그것이 한국방송 다큐멘터리 최대의 단점인 양 말이다.

꼭 그렇게 볼 일만은 아니지 않나? TV 다큐멘터리의 시청환경은 집안일도 하고 아이도 보고 왔다갔가 보다 말다 한다.

 

이런 조건들을 고려할때 우리 작가들이 즐겨쓰는 '친절한 내레이션'은 TV 매체의 특성에 맞춘 나름의

고육지책이기도 하다. 또한 우리나라 시청자들은 내레이션을 무척 좋아한다. 학자들 말로도 우리 민족은 유난히

이야기를 좋아한다지 않나, 휴면 다큐의 친절한 내레이션이 우리나라에서처럼 좋은 호응을 얻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작가로서 나는 그런 시청자를 위해서 그들과 더 잘 소통하기 위해서 때로 매우 친절한 내레이션을 쓴다.

서구 다큐멘터리 이론가들이 뭐라고 하든 그것과는 상관없는 우리 나름의 기준도 작업방식도 필요하지 않나....

 

나도 인정한다. 다만 불필요한 내레이션 그 프로그램 과는 내용적으로나 스타일면에서나 결코 어울리지 않는

내레이션을 천편일률적으로 나열해놓는 경우가 문제라는 얘기다. 적절히 내레이션이 반드시 필요한 작품도 있다.

무조건 없애는 것만이 능사는 아닌데, 내레이션이 없으면 작품성이 보장되는 것으로 잘못인식돼 있다.

이또한 닫힌 사고의 결과다.

 

 

새로운 틀거리와 스타일의 개발 필요

획일성을 탈피하기 위해선 무엇을 다루느냐 보다는 어떻게 다루느냐가 중요하다.

따라서 새로운 틀거리와 스타일의 개발이 절실히 요구된다.

니레이션의 경우에도 새로운 틀거리에 맞는 새로운 스타일을 개발해냐야 한다는게

지금 우리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최근들어 새로운 것을 내 놓아라는 요구가 많다.

그리고 나름의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지현기법의 도입, 다큐와 드라마의 장르혼합, 사실과 픽션의 실험적 결합을 통한

팩션 다큐의 시도 등 아직 그 성과를 얘기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되지만 시청자의 호응 면에서 볼때 VJ 프로그램의

약진과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괄목할 성장은 주목할 만한 것 같다.

 

VJ 시대의 포문을 연 <VJ 특공대>는 재미는 아주 수다스럽게 마치 현장을 생중계해주듯 빠르게 쏘아대는 내레이션에 있다.

그 프로그램의 특성을 잘 살려주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프로가 주목받자 곧바로 비슷한 프로그램이 우르르

생겨났고, 내레이션도 너무나 비슷해서 때론 내가 지금 채널 몇번을 틀어놓고 있는지 이 프로그램의 타이틀이 무엇인지도

헷갈릴 때가 많다.

 

 

뉴미디어시대 방송다큐멘터리의 과제

one source multiuse?

하나의 프로그램이 다양한 창구를 통해 여러개의 프로그램으로 소비되는 시대

rich contents

화질은 고감도여야 하고 내용적으로도 그야말로 리치해야 한다.

디지털 스토리텔링? 뭐지

 

프로그램 제작에 있어서 내적 외적 변화를 모두 요구받고 있는데 그럼에도 우리 방송인들은 사실상 무엇을 어떻게 얼마

만큼 변해야 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지는 못한 것 같다. 안다고 해도 그에 부응하기엔 너무 박찬게 사실이고. 하지만 분명한

건 우리가 변해야 한다는 거고 그 변화는 지금까지 해온 일에 대한 타성 관성을 벗어던지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작은 변주가 예상외로 큰 변화를 가져다 줄수도 있지 않을까?

최근 호평을 받는 MBC<사랑> 6미리 카메라로 일상의 삶을 진솔하게 담아내고 있는

KBS <인간극장>같은 경우 방법론적인 면에서 새롭진 않지만 나도 공감하며 본 작품들이다.

하지만 그 작품들이 뉴미디어 시대의 대안이라고는 할수 없지 않을까?

뭔가 크게 달라져야한다는 욕구가 이젠 강박관념 비슷하게 돼 버린 것 같다.

요즘은 어딜가나 뉴미더어니 새로운 틀거리니 하는 얘기만 한다.

그래서인지 이러다가 우리가 다큐멘터리의 본질을 잃어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슬그머니 든다.

 

 

사고의 유연성과 성찰

 

'일상의 기록'과 '사회감시 기능'은 여전히 가장 중요한 다큐멘터리의 소임이라고 생각한다. 그 임무를 좀더 효율적으로

잘 수행해내기 위해 우리는 더욱 새로운 형식과 스타일의 프로그램을 개발해내야 한다. 뉴미디어 시대에 걸맞은 틀거리와

스타일로 시청자와 소통해야 한다는 얘기다.

 

습관화된 사회감시 기능은 지양해야 한다. 결국, 사회를 어떻게 보느냐가 관건이다.

내가 추구하는 다큐멘터리는 '그것을 만드는 사람은 물론이고 보는 사람까지 결국 바뀌게 되는 것'이다.

그 프로그램의 참여자 모두에게 변화가 발생하는 것, 개인 뿐 아니라 사회전체가 좀더 나은 방향으로 바뀌는 것

그게 다큐멘터리의 기본이고 그래서 매력이 잇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좀더 열린 사고로 새로운 틀거리를 찾으려는 노력 못지 않게 반드시 강조하고 싶은 게 있다.

눈에 보이는 변화들만 좇느라 자칫하면 놓치기 쉬운 소중한 가치들을 절대로 잃지 말자 의미의 '성찰'의

중요성이다. 성찰이라고 하면 얼핏 도 닦는 소릴지 모르겠는데, Reflexivity(행위주체가 현실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고 반성함)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선 여전히 어떤 민감한 소재를 다루었다는 사실만으로 시청자의 주목을 받고 한동안 인터넷 포털에 톱으로

오르내리는 경우를 종종 볼수 있다. 이럴때보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센세이셔널리즘이 통하는 사회라는 생각이든다.

자극적인 소재로 화제를 일으킴으로써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 잡으려는 소재주의 선정주의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사회적 이슈가 될만한 소재일수록 더욱 신중하게 다루어야 하지 않겠나,. 그러한 소재일수록 '성찰'이 필요하다.

 

내 개인적인 경험을 얘기하자면 <그것이 알고 싶다>를 연출하며서 한 아이가 유괴살해된 사건을 다뤘는데 그땐 어떻게 하면

범인을 잡을수 있을까에만 초점을 맞췄지 그 아이의 부모는 어떤 심정일까? 왜 빨리 범인을 잡지 못하느냐는 세간의 질책을

받으며 쫓기듯 수사중이었던 젊은 형사의 입장은 또 어떠할까 하는 며에선 그다지 신중하게 고려하지 않았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지금 그 사건을 떠올려보면 내가 부족했던 것 같다. 그래서 요즘 그 얘기를 새로운 관점에서

다시한번 다뤄볼까 기획중이다.

 

'사고의 유연성'과 '성찰'의 자세, 이 두가지가 뉴미디어 시대에 대처하는 방송인들이 갖춰야 할 필수조건이라는

오늘 내 얘기의 핵심인데, 사실 이는 새로운 프로그램 임하는 나자신의 다짐이기도 하다. 잘될질 모르지만 아마도

10년 전과는 분명히 다른 프로그램이 나올 것 같다.

 

홍교수와 대담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오래전 한 신문 칼럼에서 읽은 어느 외과의사의 수기가 생각났다.

그는 한 어린 소녀의 가슴에서 유방암 절제수술을 해주었는데,

10년이 지난 어느날 지금쯤 숙녀가 됐을 그녀는 한쪽 유방이 없어 얼마나 불행할까하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는 것이다. 당시엔 완벽한 수술이라 여겼지만 그것은 결코 완벽한 수술이

아니었음을 이제야 깨달았다며 그는 자신이 얼마나 부족한 의사인지 고백하고 있었다.

 

뉴미디어 시대 우리 방송인들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빠른 더 많은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10년 뒤 우리의 방송이 우리의 모습이 어떻게 변해 있을지 상상해보는 일은

그래서 매우 흥미로운 일이면서도 한편 두려운 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