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랍 세계의 수백만 가정과 사무실에서는 Al Jazeera라는 TV 채널의 인기가 대단하다. 이처럼 Al Jazeera가 아랍 시청자들의 시선을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무엇보다도 오랜 세월 동안 이 지역 통치자들이 통제해 왔던 이슈들, 즉 민주주의의 결여, 정치적 반대자들에 대한 박해, 여성에 대한 억압 등이 아랍어 뉴스 채널인 Al Ja- zeera에서는 가감 없이 다루어지기 때문이다. 페르시아만에 인접한 조그마한 토후국 카타르의 수도 도하에 위치한 Al Jazeera는 이 지역 방송의 전통적인 기준과는 혁명적으로 다른 원칙, 즉 모든 보도는 일체의 검열과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야만 한다는 원칙하에서 24시간 방송을 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일반 시청자들도 프로그램 도중 전화연결을 통해 자신의 견해를 자유롭게 피력할 수 있게 됐는데, 이 역시 아랍 세계에서 예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The Opposite Direction], [More Than one Opinion], [Without Boundaries] 등 제목에서부터 불경스러운 의도가 넘쳐흐르는 Al Ja- zeera의 프로그램들은 현재 이슬람 세계의 가장 뜨거운 사회적, 종교적 이슈들을 다루고 있다. 특히 가장 인기있는 쇼인 [The Opposite Direction]은 CNN의 [Crossfire]와 유사한 포맷을 취하고 있는데, 서로 대립되는 의견을 지닌 2명의 게스트가 출연하여 설전을 벌인다.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인 파이잘 알 카심(Faisal al-Kasim) 역시 스타로 부상했다. 37세의 시리아인인 그는 안경 낀 학자풍의 외모와는 달리 로트와일러(Rottweiler, 독일산 경찰견)와 같은 끈질긴 물고 늘어짐으로 유명해졌다. 그 결과, Al Jazeera 방송을 볼 수 있는 22개 아랍 국가들의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위성 안테나만 있으면 알제리의 원주민 거주 지역, 카이로의 슬럼가, 다마스커스의 교외 지역, 심지어 베두인 사람들의 사막 텐트에서조차도 이 채널을 시청할 수 있다. 그 동안 정부 정책에 대해 일방적인 지지만을 보내 온 아랍 지역의 국영 네트워크들에 염증을 느끼던 사람들이 Al Jazeera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위성 안테나를 금지하여 Al Jazeera를 생방송으로 볼 수 없는 이라크 같은 국가에서는 비디오 프로그램으로 출시되어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최근 아랍인들의 관심을 불러모았던 Al Jazeera의 특종은 지난 6월 10일 방송된 전설적인 이슬람 투사 오사마 빈 라덴(Osama bin Laden) 과의 인터뷰였다. 1998년 8월, 미국인 12명을 포함해 224명이 숨진 케냐와 탄자니아 주재 미국 대사관 폭탄테러 사건의 배후 조종 혐의를 받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백만장자 빈 라덴이 아무런 사전 검열 없이 아랍어로 아랍인들에게 이야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러나 이런 특종에도 불구하고, '미국 사상'의 대변자로서 행동한다는 비난을 종종 받아 온 Al Jazeera의 경영진들은 빈 라덴 인터뷰에 대한 미국 대사관측의 우려에 찬 견해를 방송하지 말라는 압력에 시달려야 했다. Al Jazeera의 정체성 논란 ― 성역 없는 방송인가, 미국 사상의 전파자인가 카타르의 위성방송인 Al Jazeera에 대해 중동 지역의 학자들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Al Jazeera가 아랍인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현상에 대해 일부 학자들은 오랫동안 아랍 세계를 지배해 왔던 이슬람 근본주의가 보다 유연하고 민주적인 사회를 열망하는 신세대들로부터 공격받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Al Jazeera는 아랍인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이슈들에 대해 공개적인 토론의 장을 제공한다.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개발되면서 정부가 이것을 막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아랍 국가들이 국민들의 사상을 통제할 수 있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최근 도하의 Al Jazeera 스튜디오를 방문한 다트머스 대학의 대일 에익클먼(Dale Eickelman) 교수가 말했다. Al Jazeera 시청을 금지시키기 위해 위성 안테나를 몰수하는 것 같은 극단적인 조치를 취할 수는 없는 아랍 지역의 통치자들은 다른 방식으로 Al Jazeera에 대한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사우디아라비아의 정부 대변인은 Al Jazeera가 '의심스러운 채널'이며, 이 채널의 프로그램들은 매우 유해하다고 주장했다. 알제리에서는 알제리 내전의 감춰진 부분을 밝혀 내려는 Al Jazeera의 프로그램이 방송될 때, 주요 도시의 전력 공급을 갑자기 차단함으로써 방송 시청을 불가능하게 했다. 어찌됐건 토론 문화의 부재에 숨막혀 왔던 아랍의 보통 사람들은 Al Jazeera가 신선한 공기를 불어 넣어주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한다. 아랍 교도소 내에서의 고문, 알제리 같은 국가들에서 종종 발생하는 정치적 반대 세력들에 대한 살인과 실종사건 그리고 심지어 4명의 여성과 결혼할 수 있는 이슬람 남성의 권리 같은 고대 이슬람 관습들의 현대적 적절성 등 Al Jazeera에서는 과거에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이슈들을 다루어 왔다. 카타르 하마드 국왕의 전폭적인 후원하에 '96년 11월 첫 방송 1995년 5월, 무혈 궁중 쿠데타가 벌어지는 와중에서 영국의 샌드허스트 군사학교를 졸업한 쉐이크 하마드 빈 칼리파 알-타니(Sheik Ha- mad bin Khalifa al-Thani)가 가장 보수적인 아랍 지도자 중 한 사람이었던 아버지로부터 카타르의 국왕 자리를 물려받게 된다. 47세의 새 국왕은 부친과는 정반대로 아랍 세계에서 가장 개혁적인 마인드를 지닌 지도자로 자리매김한다. 즉위 직후, 그는 카타르의 정보부를 폐지하고 신문과 방송을 엄격하게 통제해 왔던 검열체계도 없앴다. 몇 달 후, 카타르인들이 '아랍의 CNN'이라고 불릴 만한 방송을 만들 수 없을까 고심하던 쉐이크 하마드 국왕은 런던에서 발생한 예기치 않았던 사건 덕분에 예상보다 빨리 새로운 방송을 설립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런던에서 발생한 사건은 무엇인가? World Service 라디오 네트워크를 통한 아랍어 방송으로 중동 지역에서 오랫동안 명성을 날려 오던 BBC는 1995년 사우디 정부의 후원을 받는 Orbit Commu- nications과 계약을 체결하여 TV 방송도 시작하게 된다. 사우디 정부로부터 연간 3,500만 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BBC는 Orbit가 보유한 위성 채널들을 통해 정규적인 아랍어 TV 방송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20개월 뒤, BBC와 Orbit의 계약이 파기됐다. 사우디의 사형제도와 영국에 거주하고 있는 사우디의 저명한 반체제 인사의 활동 등 사우디 왕족의 신경을 거스르는 이슈들을 BBC가 보도한 것에 대해, 인내심의 한계를 보인 사우디측과 편집의 독립권을 주장하는 BBC가 끝내 충돌한 것이다. 바로 이 시점을 노려 카타르가 BBC에게 접근했다. BBC의 편집자, 기자, 기술자 중 20명을 고용하여 신생 방송사인 Al Jazeera의 핵심 인력으로 구성한 것이다. 이런 우여곡절을 거쳐 마침내 1996년 11월, 인구 60만 명의 아랍 최소국 카타르에서 Al Jazeera라는 채널이 첫 전파를 내보내게 된다. 카타르 정부는 이 채널을 위해 5년 동안 1억 4,0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그 이후에는 광고 수입을 가지고 스스로 생존해야 한다는 조건부이다. 거의 3년이 지난 현재 Al Jazeera는 높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광고 수입은 변변치 않은 실정이다. 중동의 위성 채널들에 광고를 내보내는 메이저급 광고주들인 다국적 회사들이 사우디 같은 강국들의 눈치를 보느라 Al Jazeera와 광고 계약을 맺는 것을 회피하기 때문이다. Al Jazeera를 통해 허약한 주권을 지키려는 하마드 국왕의 고도 전술 아랍 국가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쉐이크 하마드 카타르 국왕은 Al Jazeera 방송을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 그는 "나는 아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할 것이다. '만약 네가 아랍 세계에서 정말로 중요한 이슈들에 대해 알고 싶다면, Al Jazeera를 봐라.'"고 말하며 여유를 보였다. 쉐이크 하마드는 올해 초에 카타르 역사상 첫 선거인 지방자치선거를 실시하면서 여성들에게도 투표권을 주었고, 곧 국회의원도 선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많은 카타르인들은 이러한 변화에 대해 찬사를 보내면서도, 국왕의 Al Jazeera 설립과 일련의 개혁작업들이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뛰어넘는 또 다른 논리를 지니고 있다고 주장한다. 카타르의 허약한 주권과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서, 특히 강력하고 종종 적대적인 이웃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와 구별되는 이미지를 지니기 위해서 Al Jazee- ra라는 위성 방송의 활용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Al Jazeera는 전세계인들에게 카타르의 존재를 알릴 수 있는 영리한 홍보 수단이다. Al Ja- zeera를 통해 이제 카타르는 유명해졌다." 이 채널의 기자인 디마 카티브(Dima Khatib)의 말이다. 그러나 Al Jazeera의 명성이 높아질수록, 사우디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주변 아랍 국가들과의 반목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요르단은 암만에 위치한 Al Jazeera 뉴스국을 폐쇄했다. Al Ja- zeera의 시리아 출신 논평가가 요르단과 이스라엘의 평화협정을 맹비난하면서, 요르단을 '건조한 사막에 거주하는 베두인들로 구성된 인공 정권'이라고 묘사했다는 것이다. 결국 카타르측의 사과로 폐쇄 명령은 취소됐지만, 지난 6월에 쿠웨이트에서 유사한 사건이 또 발생하는 등 분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ㅇ 참조 : N.Y.T. on the Web '99. 7.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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