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텔레비전 방송의 디지털 전환과 디지털 방송의 활성화에 관한 특별법안'이 4월 26일 마련됐습니다. 정부 주무부처와 방송사업자, 산업계, 소비자ㆍ시민단체, 학계 등이 참여한 디지털방송활성화위원회가 세 차례의 회의를 거쳐 심의 확정한 방안이어서 몇 가지 논란의 소지가 있고 이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쟁점으로 부각될 사안도 많지만 일단 뼈대는 갖춘 셈입니다.
활성화위는 방송위원장과 정보통신부 장관, 문화관광부ㆍ재정경제부ㆍ산업 자원부ㆍ기획예산처 차관, KBSㆍMBCㆍSBSㆍEBS대 표,SO협의회ㆍPP협의 회 회장, 스카이라이프 대표, LG전자ㆍ삼성전자 사장, 디지털셋톱박스산업협 의회장,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장, 교수 2명 등 모두 19명으로 구성돼 있지요. 활성화위는 국회의 논의를 거쳐 올해 안에 특별법을 통과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답니다.
먼저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기로 합시다. 제1조(목적)는 디지털 전환과 디지털방송 활성화 촉진의 목적을 '시청자의 권익 향상과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함"으로 규정하고 있고 제2조(용어의 정의)는 '고화질(HD)‘의 기준으로 화면의 해상도를 '1,920×1,080i'와 '1,290×720p'이상을 제시했지요. 다시 말하면 영상신호형식이 비월주사방식인 것은 주사선수 1,080, 주사선에 포함된 화소수 1,920 이상, 순차주사방식은 주사선수 720, 화소수 1,280 이상입니다.
이는 지상파방송사들이 지난해 6월 월드컵 때 수도권 지역에 한정해 시험 방송한 멀티모드서비스(MMS)의 HD 규격을 인정한 것이지요. 당시 MMS는 화질 저하와 단말기 오작동 등의 문제가 지적돼 논란을 빚었는데 기술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고 결론내린 겁니다.
제3조에서는 방송위원장과 정통부 장관이 문화부 등 각 부처의 관련계획을 종합해 3년마다 디지털 전환 및 활성화 기본계획을 공동으로 수립하도록 했으며 디지털방송활성화추진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하도록 했습니다. 활성화추진위는 공동위원장(방송위원장과 정통부 장관) 2인을 포함해 20인 이내로 구성하도록 했습니다(제4조).
지상파TV 사업자는 HD 프로그램을 방송위가 고시하는 비율 이상 편성해야 하며(제5조) TV 수상기에는 지상파 디지털 튜너를 내장해야 합니다(제6조). 디지털튜너 내장 의무화 시기는 30인치 이상 2008년 1월 1일, 25인치 이상 30인치 미만 2009년 1월 1일, 25인치 미만 2010년 1월 1일, TV 수상기 관련 기타 전자제품 2010년 1월 1일입니다. 현재 삼성전자나 LG전자 등이 만드는 30인치 이상 TV 수상기는 이미 디지털이어서 튜너 내장에 따른 TV 가격 인상은 2009년부터 적용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제7조에 따르면 아날로그방송은 2012년 이전에 종료되며, 정통부 장관과 방송위원장은 활성화
추진위 심의를 거쳐 종료 일자를 확정하도록 했습니다. 현재 디지털과 함께 동시에 송출되는 지상파TV의 아날로그 전파가 늦어도 2013년에는 사라지는 것이지요. 이에 따라 제8조는 TV 수상기 및 관련 전자제품을 제조, 수입하는 업자로 하여금 아날로그 종료와 디지털 수신 여부에 관한 안내문을 부착하도록 했습니다.
제9조는 아날로그 방송 종료와 관련, 시청자의 소득수준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이 정하는 자가 디지털방송 서비스를 원활하게 제공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게 했으며 제10조에서 정부는 이에 따른 사회적 충격 완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명문화했지요.
방송사업자에 대한 지원방안도 규정했습니다. 제11조에서는 정부와 방송위가 수신료 현실화와 광고제도 개선 등 지원방안을 마련하도록 했으며 난시청 해소를 위한 방송보조국 개설을 위한 제12조, 수신환경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제13조, 수신환경 실태조사를 규정한 제14조도 두었지요.
활성화위는 특별법안 내용을 발표하면서 "이 법안이 발효되면 시청자들은 아날로그 방송에 비해 5~7배의 고화질과 T-커머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국가 경제적으로도 관련 산업 전반에 막대한 파급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그 규모는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생산 유발효과 122조 원, 고용유발효과 연인원 84만 명, 부가가치 유발효과 40조 원, 수출 창출 318억 달러 등에 이른다고 합니다.
지상파TV의 디지털 전환 속도가 더딘 까닭
이 수치를 액면 그대로 믿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주요 선진국과 비교할 때 디지털 전환은 늦은 감이 있습니다. 국내 디지털TV 보급률은 2006년 말 현재 24.4%(442만대)로 영국(77.2%), 미국(60.1%), 일본 (51.5%)에 비해 낮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관련 기술 수준과 우리 국민의 새 제품 구입 의욕에 비춰보자면 의외의 수치지요. 우리나라는 80년 말 컬러TV 전환 이후 가장 빠른 컬러TV 수상기 보급 속도를 기록했고 초고속 인터넷 가입률과 휴대전화 보급률도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우리나라가 지상파 디지털TV 방송을 시작한 것은 2001년 10월입니다. 영국(98년 9월)과 미국(98년 11월)보다는 늦고 일본(2003년 12월)과 프랑스(2005년 3월)보다는 빠르다네요. 그런데 아날로그 방송 종료 시점은 영국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은 2009년 2월, 일본 2011년 7월, 프랑스 2011년 11월 등으로 우리보다 다 빠릅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디지털 전환이 더디게 이뤄지는 까닭은 방송계와 가전업계, 방송위와 정통부 등이 주요 쟁점을 놓고 대립해온 데다 미디어업계 내부에서도 이견이 조정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상파TV의 디지털 전환 논의가 본격화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정통부는 1997년 2월 지상파TV 디지털 전환 기본계획을 수립한 뒤 그해 11월 전송방식을 미국식으로 결정했습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뒤 방송기술인연합회가 재검토를 요구하면서 지루한 전송방식 논쟁이 시작됐지요. 방송사, 언론노조, 시민단체가 유럽식으로 바꿀 것을 요구하고 방송위가 여기에 가세하면서 논쟁은 뜨겁게 달아올랐고 정통부와 가전업계 등은 미국식을 고집했지요.
정통부가 지상파TV 디지털 전환 기본계획을 수립한 지 7년 5개월 만에,방송기술인연합회가 재검토를 요구한 지 4년 만에 2004년 7월 정통부와 방송위, KBS와 언론노조 4자는 지상파DMB를 도입하는 대신 미국식으로 결론 냈지요.
이에 앞서 방송위와 정통부 등 관련 부처, 방송계와 산업계 등은 2000년 7월 디지털방송추진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그해 결정된 내용이 2001년 하반기 중방송사 자율에 따라 디지털 본방송을 실시하되 HDTV 프로그램을 주당 10시간 의무 전송한다는 원칙입니다. 이와 함께 2조 원 가량에 이르는 디지털 전환 비용을 위해 ▲광고제도 개선(광고총량제 및 중간광고 도입, 간접광고 허용 등) ▲수신료 현실화(당시 월 2,500원을 3,50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 논의) ▲관세 감면 및 투자세액 공제 ▲방송발전기금 및 정보화촉진기금 지원 등을 검토하기로 했지요.
이에 따라 방송위는 2001년 1월 디지털 전환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지역별로 순차적으로 디지털 TV 방송국 허가추천 작업을 실시해왔습니다. 그해 10월 26일 SBS를 시작으로 KBS1과 EBS 11월 5일, MBC 12월 2일, KBS2 12월 31일 디지털TV본방송을 개시했지요. 아날로그방송 종료 시점은 디지털TV 보급률이 95%에 이를 때로 잡고 일단 2010년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러나 앞에서 설명 드린 대로 디지털 전송방식 문제를 놓고 디지털방송 추진 계획은 공전을 거듭합니다. 2001년 3월 구성된 제2기 디추위도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2002년 8월 출범한 3기 디추위 역시 마찬가지였지요.
이른바 4자 합의 이후 2004년 9월 출범한 4기 디추위는 2005년 1월 지상파 디지털 전환 완료시기를 2010년으로 확정하는 등 디지털 전환 로드맵에 합의했습니다. 2006년 이후 주당 전체방송시간 대비 HD(고화질) 최소방송시간비율은 ▲2006년 25% ▲2007년 35% ▲2008년 50% ▲2009년 70% ▲2010년 100%로 매년 단계적으로 확대키로 했으며 지원방안 추진과 방송사ㆍ가전업계 협의체 구성 등에도 의견을 모았지요.
그러나 IPTV 등을 놓고 방송위와 정통부가 극한 대립 양상을 보이며 디추위는 공전을 거듭합니다. 5기 디추위 구성을 한 달 앞둔 2006년 2월 정통부는 독자적으로 디지털방송산업활성화위원회 구성과 특별법 추진계획을 내놓았지요. 케이블TV SO협의회도 MMS 시험방송에 반발, "디추위가지상파방송사에 편파적으로 운영된다"며 불참을 선언했습니다.
한동안 공전 끝에 2006년 7월 방송위와 정통부는 디지털방송추진준비단을 공동으로 구성해 운영하기로 의견을 모은 데 이어 그해 8월 디지털방송활성화운영위원회 구성에 합의하며 IPTV 시범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2010년 아날로그 방송 종료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강력한 디지털 전환 추진을 위해 특별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2006년 9월 정통부의 보고서는 현재 추세대로 갈 경우 2010년 디지털TV 보급률이 52%에 그쳐 2015년 이후에나 아날로그방송 종료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에 따라 활성화위는 2006년 12월 28일 특별법안 확정을 2차 회의를 열었으나 부처간, 사업자간 시각차를 좁히지 못해 무산됐습니다. 지상파방송사들은 수신료 인상, MMS 도입, 중간광고 허용 등을 명문화해달라고 고집했고 문화부와 산자부 등은 방송위와 정통부가 주도하는 운영방식을 바꿔달라고 요구한 것이 합의 무산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지요.
특별법안, 제정보다 시행이 더 어렵다
우여곡절 끝에 특별법안이 마련되기는 했지만 지나온 길 못지않게 앞으로 갈 길도 멀고 험난해 보입니다. 조항 하나하나를 따지다 보면 곳곳에 암초가 숨어 있습니다.
일단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수상기 구입비용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소외계층 지원 규정을 두고 있지만 구체적인 지원 대상 선정과 지원 방식을 두고, 또 재원 마련 방안을 두고 논란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기본계획을 심의하고 연도별 추진현황을 점검할 활성화추진위가 방송위원장과 정통부 장관 공동위원장 체제인 데다 여러 부처가 연관돼 있어 부처간 갈등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우려됩니다. 정통부와 방송위를 합친 방송통신위원회가 탄생하기까지는, 아니 탄생하더라도 쉽게 해소되지는 않을 듯합니다.
특별법안은 '디지털방송 전환 및 활성화 기본계획' 조항에 '다양한 디지털방송 서비스 제공에 관한 사항'을 담아 MMS 도입의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MMS는 시험방송 당시 기술적 논란은 논외로 치더라도 사실상 지상파TV에 두세 개 채널을 더
허용하는 셈이나 마찬가지여서 케이블TV나 위성방송 등 유료 다채널방송 사업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고 신문들도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반면 지상파방송사들은 무료 보편적 서비스의 확대를 통해 방송의 공익성을 지켜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요. 이는 미디어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문제여서 공-민영 방송 체제 재편과 유료방송시장 질서 확립, 광고시장 구도 재편 등을 포함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여겨집니다.
수신료 인상 문제와 중간광고 도입 등도 논란거리입니다. 법안에서는 '수신료 현실화'와 '광고제도 개선'이란 단어로 표현됐지만 시청자나 경쟁 사업자 입장에서는 '수신료 인상'일 뿐이고 '광고제도 개악'일 수도 있지요. 수신료와 광고제도 문제에 대해서는 이 글에서 여러 차례 설명한 만큼 다음에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때 다시 거론하기로 하겠습니다.
디지털방송 수신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조항은 당연한 것이지만 이를 둘러싸고도 입장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도심 난시청이 늘어나고 케이블TV SO에 공시청만 관리를 맡긴 공동주택이 늘어나면서 이미 지상파와 케이블TV가 몇 차례 격돌했지요. 법안은 난시청 해소와 수신환경 개선을 위한 책임을 정부와 방송위 및 지상파TV사업자 3자에게 공동으로 지우는 한편 방송위나 정통부가 디지털방송 수신 실태를 조사할 때 관련 사업자나 관리주체는 자료나 의견 제출 요구에 응하도록 못 박았습니다.
활성화위는 특별법안을 발표하면서 "영국은 매년 1.5%, 프랑스는 매년 2.5%, 독일은 연 2,760만 유로(414억 원)의 수신료를 인상하고 있으며 미국은 공영방송사에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11억 달러를 지원했고 올해부터 2009년까지 1억 6,000만 달러를 추가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실험방송과 동시방송 비용을 지원하고 설비투자액의 3분의 1부담, 조세 감면 등 소요비용을 직간접 지원한다는 일본의 사례, 사회적 약자의 디지털 전환에 6억 파운드를 지원했다는 영국의 사례, 2009년까지 컨버터 구매보조금 15억 달러를 지원하는 미국의 사례 등도 소개했지요.
이를 보는 사람마다 다양한 생각을 떠올렸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국회에서 특별법을 통과시키는 것도 쉽지 않겠지만 이후에도 시행령을 마련하는 과정, 방송법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방송심의규정 등 관련 법제들을 정비하는 과정, 이를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집행하는 과정 등에서 극심한 진통을 피하기 어렵겠다는 예상이 들지 않습니까.
http://blog.yonhapnews.co.kr/ hoprave heeyong@yna.co.kr
이희용[연합뉴스 엔터테인먼트부장] |
먼저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기로 합시다. 제1조(목적)는 디지털 전환과 디지털방송 활성화 촉진의 목적을 '시청자의 권익 향상과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함"으로 규정하고 있고 제2조(용어의 정의)는 '고화질(HD)‘의 기준으로 화면의 해상도를 '1,920×1,080i'와 '1,290×720p'이상을 제시했지요. 다시 말하면 영상신호형식이 비월주사방식인 것은 주사선수 1,080, 주사선에 포함된 화소수 1,920 이상, 순차주사방식은 주사선수 720, 화소수 1,280 이상입니다.
이는 지상파방송사들이 지난해 6월 월드컵 때 수도권 지역에 한정해 시험 방송한 멀티모드서비스(MMS)의 HD 규격을 인정한 것이지요. 당시 MMS는 화질 저하와 단말기 오작동 등의 문제가 지적돼 논란을 빚었는데 기술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고 결론내린 겁니다.
제3조에서는 방송위원장과 정통부 장관이 문화부 등 각 부처의 관련계획을 종합해 3년마다 디지털 전환 및 활성화 기본계획을 공동으로 수립하도록 했으며 디지털방송활성화추진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하도록 했습니다. 활성화추진위는 공동위원장(방송위원장과 정통부 장관) 2인을 포함해 20인 이내로 구성하도록 했습니다(제4조).
지상파TV 사업자는 HD 프로그램을 방송위가 고시하는 비율 이상 편성해야 하며(제5조) TV 수상기에는 지상파 디지털 튜너를 내장해야 합니다(제6조). 디지털튜너 내장 의무화 시기는 30인치 이상 2008년 1월 1일, 25인치 이상 30인치 미만 2009년 1월 1일, 25인치 미만 2010년 1월 1일, TV 수상기 관련 기타 전자제품 2010년 1월 1일입니다. 현재 삼성전자나 LG전자 등이 만드는 30인치 이상 TV 수상기는 이미 디지털이어서 튜너 내장에 따른 TV 가격 인상은 2009년부터 적용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제7조에 따르면 아날로그방송은 2012년 이전에 종료되며, 정통부 장관과 방송위원장은 활성화
추진위 심의를 거쳐 종료 일자를 확정하도록 했습니다. 현재 디지털과 함께 동시에 송출되는 지상파TV의 아날로그 전파가 늦어도 2013년에는 사라지는 것이지요. 이에 따라 제8조는 TV 수상기 및 관련 전자제품을 제조, 수입하는 업자로 하여금 아날로그 종료와 디지털 수신 여부에 관한 안내문을 부착하도록 했습니다.
제9조는 아날로그 방송 종료와 관련, 시청자의 소득수준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이 정하는 자가 디지털방송 서비스를 원활하게 제공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게 했으며 제10조에서 정부는 이에 따른 사회적 충격 완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명문화했지요.
방송사업자에 대한 지원방안도 규정했습니다. 제11조에서는 정부와 방송위가 수신료 현실화와 광고제도 개선 등 지원방안을 마련하도록 했으며 난시청 해소를 위한 방송보조국 개설을 위한 제12조, 수신환경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제13조, 수신환경 실태조사를 규정한 제14조도 두었지요.
활성화위는 특별법안 내용을 발표하면서 "이 법안이 발효되면 시청자들은 아날로그 방송에 비해 5~7배의 고화질과 T-커머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국가 경제적으로도 관련 산업 전반에 막대한 파급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그 규모는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생산 유발효과 122조 원, 고용유발효과 연인원 84만 명, 부가가치 유발효과 40조 원, 수출 창출 318억 달러 등에 이른다고 합니다.
지상파TV의 디지털 전환 속도가 더딘 까닭
이 수치를 액면 그대로 믿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주요 선진국과 비교할 때 디지털 전환은 늦은 감이 있습니다. 국내 디지털TV 보급률은 2006년 말 현재 24.4%(442만대)로 영국(77.2%), 미국(60.1%), 일본 (51.5%)에 비해 낮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관련 기술 수준과 우리 국민의 새 제품 구입 의욕에 비춰보자면 의외의 수치지요. 우리나라는 80년 말 컬러TV 전환 이후 가장 빠른 컬러TV 수상기 보급 속도를 기록했고 초고속 인터넷 가입률과 휴대전화 보급률도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우리나라가 지상파 디지털TV 방송을 시작한 것은 2001년 10월입니다. 영국(98년 9월)과 미국(98년 11월)보다는 늦고 일본(2003년 12월)과 프랑스(2005년 3월)보다는 빠르다네요. 그런데 아날로그 방송 종료 시점은 영국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은 2009년 2월, 일본 2011년 7월, 프랑스 2011년 11월 등으로 우리보다 다 빠릅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디지털 전환이 더디게 이뤄지는 까닭은 방송계와 가전업계, 방송위와 정통부 등이 주요 쟁점을 놓고 대립해온 데다 미디어업계 내부에서도 이견이 조정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상파TV의 디지털 전환 논의가 본격화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정통부는 1997년 2월 지상파TV 디지털 전환 기본계획을 수립한 뒤 그해 11월 전송방식을 미국식으로 결정했습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뒤 방송기술인연합회가 재검토를 요구하면서 지루한 전송방식 논쟁이 시작됐지요. 방송사, 언론노조, 시민단체가 유럽식으로 바꿀 것을 요구하고 방송위가 여기에 가세하면서 논쟁은 뜨겁게 달아올랐고 정통부와 가전업계 등은 미국식을 고집했지요.
정통부가 지상파TV 디지털 전환 기본계획을 수립한 지 7년 5개월 만에,방송기술인연합회가 재검토를 요구한 지 4년 만에 2004년 7월 정통부와 방송위, KBS와 언론노조 4자는 지상파DMB를 도입하는 대신 미국식으로 결론 냈지요.
이에 앞서 방송위와 정통부 등 관련 부처, 방송계와 산업계 등은 2000년 7월 디지털방송추진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그해 결정된 내용이 2001년 하반기 중방송사 자율에 따라 디지털 본방송을 실시하되 HDTV 프로그램을 주당 10시간 의무 전송한다는 원칙입니다. 이와 함께 2조 원 가량에 이르는 디지털 전환 비용을 위해 ▲광고제도 개선(광고총량제 및 중간광고 도입, 간접광고 허용 등) ▲수신료 현실화(당시 월 2,500원을 3,50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 논의) ▲관세 감면 및 투자세액 공제 ▲방송발전기금 및 정보화촉진기금 지원 등을 검토하기로 했지요.
이에 따라 방송위는 2001년 1월 디지털 전환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지역별로 순차적으로 디지털 TV 방송국 허가추천 작업을 실시해왔습니다. 그해 10월 26일 SBS를 시작으로 KBS1과 EBS 11월 5일, MBC 12월 2일, KBS2 12월 31일 디지털TV본방송을 개시했지요. 아날로그방송 종료 시점은 디지털TV 보급률이 95%에 이를 때로 잡고 일단 2010년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러나 앞에서 설명 드린 대로 디지털 전송방식 문제를 놓고 디지털방송 추진 계획은 공전을 거듭합니다. 2001년 3월 구성된 제2기 디추위도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2002년 8월 출범한 3기 디추위 역시 마찬가지였지요.
이른바 4자 합의 이후 2004년 9월 출범한 4기 디추위는 2005년 1월 지상파 디지털 전환 완료시기를 2010년으로 확정하는 등 디지털 전환 로드맵에 합의했습니다. 2006년 이후 주당 전체방송시간 대비 HD(고화질) 최소방송시간비율은 ▲2006년 25% ▲2007년 35% ▲2008년 50% ▲2009년 70% ▲2010년 100%로 매년 단계적으로 확대키로 했으며 지원방안 추진과 방송사ㆍ가전업계 협의체 구성 등에도 의견을 모았지요.
그러나 IPTV 등을 놓고 방송위와 정통부가 극한 대립 양상을 보이며 디추위는 공전을 거듭합니다. 5기 디추위 구성을 한 달 앞둔 2006년 2월 정통부는 독자적으로 디지털방송산업활성화위원회 구성과 특별법 추진계획을 내놓았지요. 케이블TV SO협의회도 MMS 시험방송에 반발, "디추위가지상파방송사에 편파적으로 운영된다"며 불참을 선언했습니다.
한동안 공전 끝에 2006년 7월 방송위와 정통부는 디지털방송추진준비단을 공동으로 구성해 운영하기로 의견을 모은 데 이어 그해 8월 디지털방송활성화운영위원회 구성에 합의하며 IPTV 시범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2010년 아날로그 방송 종료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강력한 디지털 전환 추진을 위해 특별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2006년 9월 정통부의 보고서는 현재 추세대로 갈 경우 2010년 디지털TV 보급률이 52%에 그쳐 2015년 이후에나 아날로그방송 종료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에 따라 활성화위는 2006년 12월 28일 특별법안 확정을 2차 회의를 열었으나 부처간, 사업자간 시각차를 좁히지 못해 무산됐습니다. 지상파방송사들은 수신료 인상, MMS 도입, 중간광고 허용 등을 명문화해달라고 고집했고 문화부와 산자부 등은 방송위와 정통부가 주도하는 운영방식을 바꿔달라고 요구한 것이 합의 무산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지요.
특별법안, 제정보다 시행이 더 어렵다
우여곡절 끝에 특별법안이 마련되기는 했지만 지나온 길 못지않게 앞으로 갈 길도 멀고 험난해 보입니다. 조항 하나하나를 따지다 보면 곳곳에 암초가 숨어 있습니다.
일단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수상기 구입비용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소외계층 지원 규정을 두고 있지만 구체적인 지원 대상 선정과 지원 방식을 두고, 또 재원 마련 방안을 두고 논란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기본계획을 심의하고 연도별 추진현황을 점검할 활성화추진위가 방송위원장과 정통부 장관 공동위원장 체제인 데다 여러 부처가 연관돼 있어 부처간 갈등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우려됩니다. 정통부와 방송위를 합친 방송통신위원회가 탄생하기까지는, 아니 탄생하더라도 쉽게 해소되지는 않을 듯합니다.
특별법안은 '디지털방송 전환 및 활성화 기본계획' 조항에 '다양한 디지털방송 서비스 제공에 관한 사항'을 담아 MMS 도입의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MMS는 시험방송 당시 기술적 논란은 논외로 치더라도 사실상 지상파TV에 두세 개 채널을 더
허용하는 셈이나 마찬가지여서 케이블TV나 위성방송 등 유료 다채널방송 사업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고 신문들도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반면 지상파방송사들은 무료 보편적 서비스의 확대를 통해 방송의 공익성을 지켜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요. 이는 미디어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문제여서 공-민영 방송 체제 재편과 유료방송시장 질서 확립, 광고시장 구도 재편 등을 포함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여겨집니다.
수신료 인상 문제와 중간광고 도입 등도 논란거리입니다. 법안에서는 '수신료 현실화'와 '광고제도 개선'이란 단어로 표현됐지만 시청자나 경쟁 사업자 입장에서는 '수신료 인상'일 뿐이고 '광고제도 개악'일 수도 있지요. 수신료와 광고제도 문제에 대해서는 이 글에서 여러 차례 설명한 만큼 다음에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때 다시 거론하기로 하겠습니다.
디지털방송 수신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조항은 당연한 것이지만 이를 둘러싸고도 입장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도심 난시청이 늘어나고 케이블TV SO에 공시청만 관리를 맡긴 공동주택이 늘어나면서 이미 지상파와 케이블TV가 몇 차례 격돌했지요. 법안은 난시청 해소와 수신환경 개선을 위한 책임을 정부와 방송위 및 지상파TV사업자 3자에게 공동으로 지우는 한편 방송위나 정통부가 디지털방송 수신 실태를 조사할 때 관련 사업자나 관리주체는 자료나 의견 제출 요구에 응하도록 못 박았습니다.
활성화위는 특별법안을 발표하면서 "영국은 매년 1.5%, 프랑스는 매년 2.5%, 독일은 연 2,760만 유로(414억 원)의 수신료를 인상하고 있으며 미국은 공영방송사에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11억 달러를 지원했고 올해부터 2009년까지 1억 6,000만 달러를 추가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실험방송과 동시방송 비용을 지원하고 설비투자액의 3분의 1부담, 조세 감면 등 소요비용을 직간접 지원한다는 일본의 사례, 사회적 약자의 디지털 전환에 6억 파운드를 지원했다는 영국의 사례, 2009년까지 컨버터 구매보조금 15억 달러를 지원하는 미국의 사례 등도 소개했지요.
이를 보는 사람마다 다양한 생각을 떠올렸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국회에서 특별법을 통과시키는 것도 쉽지 않겠지만 이후에도 시행령을 마련하는 과정, 방송법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방송심의규정 등 관련 법제들을 정비하는 과정, 이를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집행하는 과정 등에서 극심한 진통을 피하기 어렵겠다는 예상이 들지 않습니까.
http://blog.yonhapnews.co.kr/ hoprave hee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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