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 일 : 트리엔트마을 (Trient 1279m)
- 발므고개 (Col de Balme 2191m)
- 르뚜르마을 (Le Tour 1453m)
- 몬트락마을 (Montroc 1354m)
- 트레레쳄마을 (Tre-le-champ 1417m)
아침부터 굵은 빗줄기가 쏟아진다. 어쩐다.... 그래도 갈 사람은 다 움직인다. 창밖에는 판초로 중무장을 한 사람들이 출발을 하고 있다. 며칠동안 비가 올듯말듯 밤에만 내리곤 하더니 드디어 오늘부터 쏟아 붓는다. 8시 30분 출발!!!
다시 la peuty 마을로 올라가서 TMB로 방향을 잡는다. 포장길을 조금 가니 오른쪽으로 샛길이 나타났다. 샛길이 끝나고 포장도로와 만나는 지점에서 어디로 가야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아침마다 만나는 안토니오 커플을 다시 만나 오늘도 가까운 거리를 두고 동행을 하게 되었다. 넓은 비포장길을 30분 정도 가다 왼편으로 산 길로 접어드는 길을 발견하게 된다. 가파른 지그재그의 오름길이다. 스위스에서 TMB에 보이는 표시는 노란색 페인트가 아닌 흰색 표시인걸로 보아 TMB의 또 다른 길인 것 같다. 암튼 방향은 맞으니 그냥 올라간다.
점점 고도가 높아지면서 숲 길을 벗어나자 비가 드문드문 눈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산등성이를 돌아서자 진눈깨비로 바뀌더니 바람과 함께 세차게 휘몰아친다. 눈보라!! 길위로 눈이 쌓이고 사방에서 쏟아지는 눈보라로 눈을 뜰수도 없는 상황으로 변한다. 모자의 챙을 방패삼아 길만 내려보고 걷는다. 이런 눈보라를 겨울 산에서도 만나기 어려운데 이 한 여름에.... 안내서에도 발므고개의 눈보라를 조심해야 한다고 되어있었지만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그래도 안토니오 커플이 앞서가는 것을 위안삼아 앞만 보고 걷는다. 사방 볼 수 있는 것은 없다. 오늘의 짐은 바로 눈보라다.
발므 산장에 도착하니 산행 중 한 사람도 만날 수 없었는데 산장에는 쉬는 사람 그리고 다시 그 눈보라속을 향해 나가는 사람들이 모여있다. 모두들 충분한 겨울장비들을 준비하고 있었다. 안토니오커플도 겨울 장갑도 준비하고 다른 팀들도 하의까지도 방수옷을 다 준비했다. 배낭들은 나보다 작은 것 같은데 나는 필요없는 무엇을 짐으로 지고 다니는가?
추위를 좀 달래보려 스프를 주문했는데 멀건 야채스프가 5유로다.. 산장옆에는 사륜구동차도 보이는데 너무 바가지를 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눈보라가 치면 더 이상 산행을 하는 것이 무의미할뿐만아니라 위험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산장에 있어볼 까도 생각해보지만... 모두들 날씨 탓을 하며 산장에 머물사람들은 없어보였고 젖은 채로 앉아 있는 것도 고역이라 le tour로 떠날 차비를 한다.
발므 고개를 넘어서면 스위스에서 다시 프랑스가 된다. 하산길로 접어드니 눈보라도 약해지고 추위도 좀 덜해진다. 이 고산 목초지는 겨울이면 훌륭한 스키장으로 이용되는 곳이라 여러 곳으로 연결되는 리프트가 설치되어 있다. TMB의 메인코스는 Aig des Posettes(2201m)를 지나는 능선 길인데 눈보라가 치니 보이는 것도 없고 능선 길을 갈 이유가 없다. La Tour로 내려간다.
Charamillon로 내려서자 언제 그랬냐는듯 눈보라는 비로 변해있고 올라가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들은 그들이 오르고자 하는 산 위의 눈보라에 대해 알까? La tour 는 샤모니로 가는 버스가 연결되는 마을이다. 하루종일 비맞고 눈보라를 헤메고 춥고 배고프고 샤모니가 집이라도 되는 양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런데 안토니오가 모글린에 숙소를 예약했는데 같이 가지 않겠느냐고 하는데 차마 샤모니로 가고 싶다는 말이 나오지를 않는다.
그런데 모글린의 숙소는 이미 만원이라 예약이 되어 있지 않은 나는 그곳에서 예약해 준 Tre-le-champ마을의 Aubere la Boerne를 혼자 찾아나섰다.
산길을 돌아 찾아간 Boerne는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목조 건물로 한적하고 조용했다. 늘 고정관념과 아는 것의 테두리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대부분의 사람이고 나도 그렇다. TMB도 내 나름대로는 산길만 지나간다고 생각했는데... 경직된 생각을 깨트리는 것이 여행이고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쉬다가 저녁을 먹으러 내려오니 언제 도착했는지 20명도 넘는 사람들이 식당에 모여있다. 내 테이블에는 쾌활한 프랑스 회사원, 어린 딸과 TMB를 하고 있는 바르셀로나에서 온 부부, 딸 둘과 수시로 언쟁은 벌이지만 정겨운 여행 온 영국에서 온 아버지 일행과 푸짐한 저녁 식사를 하였다. 잘 익은 밥과 나를 위해 준비되었다며 듬뿍듬뿍 권하는 즐거운농담과 소스가 환상적인 치킨요리 그리고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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