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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르 드 몽블랑

뚜르 드 몽블랑 (TOUR DU MONT BLANC)19- 6일차(세뉴 고개~콜 세크로이)

 

 이른 아침 엘리자베타 산장도 옅은 안개에 젖어 있다.

이 탁자에 앉아 에스프레소 한잔 하면서 아침풍경을 만끽하고 싶지만 오늘 코스도 장난아니다.

 걱정만 기대반 하고 있을 때 트레 라 테트 침봉(Aig.du de Tré la Tête)이 환하게 웃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날씨가 개고 있는 것이다. 

 모두 트레킹에 필요한 간단한 배낭 하나씩만 챙겨 떠나고 카고백들만 남았다.

뚜르 드 몽블랑이 좋은 것은 이처럼 트레커들의 지원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 트레킹 이외에

다른 신경을 쓸 일이 없다는 점이다.

이 많은 짐들은 샤모니 가이드 룰루가 쿠르마이어까지 이상없이 옮겨 줄 것이기 때문이다. 

 발걸음도 가볍게 대원들은 벌써 아슴프레 할 정도로 멀어지고 있다.

 짐 후송을 맡은 룰루는 벌써 몇 십분째 통화 중이다.

산장에서 베니계곡까지는 4X4 차량이 아니면 오갈 수가 없는 험한 길이라

산장의 짚차가 짐을 실어다 주어야 하는데 이탈리아인 주인이 장보러 가서는 함흥차사다.

 나는 오늘 하루 오프다.

평소에 단련되지 않았던 몸이 하루에 15km 이상의 행군을 4일을 하고 났더니

다리가 퉁퉁 붓고, 끝내는 어제 새벽부터 무릎관절에 심한 통증으로 걷지를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일단 제대로 걸을 수 없을 뿐더러 간다해도 여러분들에게 폐를 끼칠 것 같아 쉬기로 했다.

엘리자베타 산장 아래로 펼쳐진 거대한 골짜기가 바로 베니계곡(Val Veny).

커다란 콤발평야에 흐르는 강 같은 것이 물이 매우 맑고 깨끗한 콤발 호수(Lac de Combal)이다.

호수라고 하기에는 작아 보이지만 알프스에서 내려오는 빙하물의 수량에 따라 커졌다가 작아졌다하는

고무줄 호수이기도 하다.

 비록 몸은 성치않지만 무작정 쉴 수는 없다.

나의 카메라는 자기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여 일행들의 흔적을 뒤쫓았다.

 가까워 보이지만 여기서부터 산장까지가 1km가 넘으며

 TMB 어프로치 지점까지는 약 2~3km는 더가야 한다.

사진 위쪽에 길이 휘어진 곳 까지는 걸어야 한다.

엘리자베타 산장에서 아스팔트 길을 따라 약 한시간 정도 걸어 도착한 콤발 호수가 끝나는 지점.

여기서 다리를 건너지 말고 오르쪽 사면으로 올라야 한다.

길 바로 옆에 붙어 있기 때문에 찾기가 쉽다.

 이곳에서 TMB 표시를 따라 2,420m의 아르프 마을(Arp Vieille) 로 향한다.

 계곡을 따라 생긴 급한 오르막을 오르면서 트레버스하면 산릉에 이르게 된다.

이런 식으로 오르락 내리락하며 고도를 높여간다.

한참을 오르자 멀리 베니계곡(Val Veny)과 왼쪽으로 에귈 드 콤발(Aiguilles de Combal, 2839m)의

일부가 보인다.

 능선에 올라서니 전망이 확 트인다.

왼쪽에 미아지 빙하(Glacier du M1age)가 보이고 구름 위로 살짝 몽블랑 정상이 보인다.

미아지 빙하가 많이 후퇴한 것을 볼 수 있다.

이처럼  몽블랑은 남쪽으로 브릴라르드(Glacier du Brouillard)와 프레니 빙하(Glacier du Freney)

그리고 이노미나타(Innominata, 3730m)와 에퀼 드 페퇴레이(the Aiguilles de Peuterey, 3779m) 등 광범위한 알프스지대를 아우르며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이동하면 할 수록 몽블랑과 그 주변 산군들은 각도를 달리하며 한껏 자태를 뽐내게 된다.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장탄식을 뽑아내고야마는  경치는 일정을 더디게 만든다.

 오늘 코스는 몽블랑산군의 전망과 고원의 경치까지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최고의 TMB코스 중에

하나라고해도 손색이 없다.

 프레니 빙하(Glacier du Freney)와 어우러진 에퀼 블랑쉬 드 페퇴레이(Aiguilles  Blanche de Peuterey,4112m/사진 가운데 높은 산)와 에퀼 느와르 드 페퇴레이(Aiguilles Noire de Peuterey, 3773m)는

구름 옷을 입으면서 점점 몽환적으로 변해 간다. 이를 보는 가이드 파트리샤도 넋을 잃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