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으로 베니계곡(Val Veny)을 끼고 나선형으로 난 길을 트레버스하면서 걷는다.
이 코스는 급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교차하는 조금은 위험한 코스지만
코스 왼쪽으로 펼쳐지는 몽블랑산군의 자태는 그런 것들에 대한 서운감을 잊게 한다.
작은 쉐크레이 호수(lac Checroui)와 인공 눈스키장을 지나 쉐크레이 고개(Col checroui)에 있는
메종빌 산장(Refuge Maison Vieille, 1956m / ‘낡은 집’이라는 뜻)에서 점심식사를 한다.
엘리자베타 산장을 떠날 때부터 메종빌에 가면 최고의 파스타를 먹을 수 있다는 기대를 흠뻑 안고 떠났던
터였다.
과연 그랬다. 위대한 자연을 병풍 삼아 최고의 요리를 먹었다면 그 기분이 어떠했겠는가?
트레킹 일정 중 가장 푸짐했던 파스타 코스요리와 디저트, 와인..(.이라는 말들을 나중에 약 올리면서 했다.
낙오자가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먹는 즐거움도 산행하면서 느끼는 감동 못지 않은 것은 분명해 보였다.(어떤 맛이 었을까?)
메종빌 산장에서 조금 내려오자마자 멀리 꾸르마이어(Courmayeur, 1224m) 시내가 보인다.
보통은 쉐크레이 고개(Col checroui)에서 리프트나 로프웨이를 타고,
이 플란 쉐크레이(Plan checroui)에서 갈아타고 꾸르마이어로 내려가지만 우리 일행은 걸어서
내려가기로 했다. 능력이 되는 분들이라 한발자욱이라도 더 걷고 더 보려는 욕심이다.
엘리자베타 산장에서 차를 타고 먼저 도착한 룰루와 나는 그런 계획을 알기 때문에
길목에서 지키고 있었다.
사진 뒤편 움푹 파인 곳의 스키장 슬로프를 가로 질러 골짜기를 따라 돌로네 마을로 내려올 것이었다.
아침에 여러 어르신들이 내 아픈 다리를 걱정하여, 당신들이 쓰시려던 귀한 조제약들을 처방과 함께
손에 쥐어주고 떠났던 터였다.
신기하게도 그 약을 2알 먹자 씻은 듯이 통증이 사라지고 이내 걷게 되었던 것이다.
어떤 神께서 앉은뱅이 벌떡 일으키시고 눈먼 소경 눈을 번쩍 뜨게 했다는 짝이 난 것이다.
덕분에 나는 면이라도 세울 요량으로 꾸르마이어 여기저기를 돌며 스케치를 할 수 있었다.
룰루는 그런 내게 커피 한잔과
스파게티를 점심으로 사주었다.
내가 계산하려고 했지만 손사레를 치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얻어 먹었다.
아마도 며칠전 룰루생일 때 비니(beanie, 털모자)를 선물했던 것에 대한 감사?
아무튼 입에 짝짝 달라 붙는 것이 삶의 의욕을 느낄 정도다.
드디어 일행들은 2시간 여를 걸어서 하산, 하산 길에 중세의 마을인 돌로네지구(Dolonne)를 지나는데
매우 분위기가 좋고 그림 같은 곳이다.
여기서 중심부인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산악도시 꾸르마이어( Courmayeur, 1224m)까지는 20여 분 정도
걸으면 도착한다.
꾸르마이어( Courmayeur, 1224m)시내. 몽쉐티프(Mont chetif, 2343m)가 모산처럼 떡 버티고 섰다.
舊도시격인 도로네와 사진에서 보는 몬테 비안코 광장(Piazzale Monte Bianco)사이는 고속도로를 경계로
나뉘어 있는데 우리 일행들은 그 밑 지하터널을 거쳐 꾸르마이어에 입성했다.
이탈리아 사이트에서는 처음 제대로 트레킹을 한 터라, 프랑스와는 전혀 다른 감동들을 쏟아 내고 있다.
힘은 들지만 모두 만족한 표정을 보니 한편 부럽기도 하다.
가이드 파트리샤는 우리 트레킹에 참가하지 못한 내게 친절하게도 코스설명을 해준다.
조금 장난기 있는 베르나뎃뜨는 마치 처음 보는 사람처럼 "누구세요", "어디서 뭘했지요?"라며
농을 던진다.
꾸르마이어의 아름다운 풍경보다는 고단한 몸을 먼저 걱정하신 송덕엽 선배는 잠시 눈을 붙이고 있다.
하긴 구름이 걷히고 다시 나타난 햇빛은 따갑도록 내리 쬐고 있다.
꾸르마이어( Courmayeur, 1224m)의 초입인 몬테 비안코 광장(Piazzale Monte Bianco)의 모습.
이곳에 관광국,우체국, 각 방면으로 가는 버스정류장,환전소를 겸한 여행대리점 등이 있어
여행객들에게는 꼭 필요한 장소다. 우리나라로 치면 설악동?
계곡 남북으로 위치한 조그마한 마을이지만 정말 깨끗하고 정돈이 잘 된 산악도시다.
오늘의 숙소다. 멀리 몽블랑산군을 배경으로 삼아 운치도 있다.
그러나 이 순간 중요한 것은 샤워와 빨래. 송덕엽 선배는 급한 마음에 반라로 보따리부터 챙기고,
한왕용 대장과 남상익 대장도 그동안 밀렸던 빨래를 하고 말리느라 여념이 없다.
엘리자베타 산장의 그 풍경과 운치를 새삼 말해서 무엇하겠는가만은 20리터의 샤워와
묵은 빨래를 어쩌지 못했다.
꾸르마이어의 이 산장의 샤워장은 운동장이고 냉,온수도 마음껏 쏟아 지고 있다.
지금 엘리자베타 산장과 이 산장 중에 어느 것을 선택하냐고 묻는다면? 그런 바보 같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 아니겠는가?
This is good and that, t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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