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 데 포트(Praz de Fort)와 인근한 몇 개의 샬레 마을을 구경하고 샹페(Champex,1,466m)로 가기 위해
마을을 빠져나왔다.
마을 끝에 있는 이써트(Issert)에 있는 수백년된 방앗간 밑에 널찍한 그늘이 있어 점심을 먹기로 한다.
귀신같은 가이드 룰루는 벌써 커피 등 음료와 간단한 다과를 준비해 놓고 있었다.
이 여자가 룰루라는 가이드다. 항상 유쾌하게 웃으며 써포팅하거나 민원을 해결해 준다.
얌전하고 사려깊은 파트리샤 고르비예도 뜨거운 알프스의 햇살에 많이 시달렸는지
그늘 밑에 앉아서 쉬고 있다.
이 여자야 더 이상 말해 무엇하겠는가?
시원한 돌 축대에 엉덩이를 붙이고 '너 이제 왔니?'하며 비웃는 듯 하다.
그러나 샤모니 가이드들이 다른 것은 시의적절하게 정확하고 손맵시가 깔끔한 것.
대충일행들의 몸이 식을만큼 쉬었다 싶으니 잽싸게 점심만찬을 준비한다.
빵과 치즈에 지친 일행들이 쌀밥 먹고 싶다고 했더니 가이드 3명이서 손수 재료를 준비하여 볶음밥을
만들어 왔다. 보기에도 먹음직하다.
여느때보다 점심식사가 시끄러워졌다.
이것은 내가 먹으려고 담아 온 것인데 손에 쥐고 있는 것은 얇은 밀가루전병 속에 야채와 고기 등이 소로
들어가 있어 상큼하니 맛이 있다.
초간장 같은 소스에 찍어 먹으니 갑자기 동양적인 입맛을 느끼게 된다.
한국음식 이외의 음식을 별로 즐겨하지 않는 이재흥선배의 코가 벌름하고 남들 먹는 꼴을 보더니
입맛이 확 땡기는 모양이다.
재빨리 자리를 털고 식탁으로 가보는데...이재흥선배가 먹을 음식이 남았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래도 이재흥선배는 연일 무거운 나의 카메라 다리를 책임지는 일등조력자 아닌가?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드디어 샹페로 향한다.
가이드인 베르나뎃뜨의 신발.
평지에서만 신는데 특이하고 재미있다. 비브람社 제품인데 값은 꽤 나가서 100유로가 넘는다.
이써트의 마지막 샬레의 앙징맏은 모습을 끝으로 샹페로 가는 TMB코스에 오른다.
샹페가는 길은 1시간30분이란다.
왼쪽 사면으로 접어들자 멀리 이써트(Issert)마을이 인형처럼 작아진다.
언제다시 올 수 있을까라는 아쉬움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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