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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르 드 몽블랑

뚜르 드 몽블랑 (TOUR DU MONT BLANC)32-10일차(아르프띠산장~라주르)

 

 약 1시간 동안 관광 및 쇼핑을 마치자 기다렸다는 듯 승합차가 돌아온다.

 차를 타고 20여 분이나 산 속 길을 달려 아르프뜨 산장(Rif. Arpette)에 도착했다.

 

 산속 깊은 곳에 위치한 산장은 절해고도의 섬 같다.

왼쪽과 가운데 건물 2층이 트레커들을 위한 숙소가 있고 오른쪽 건물은 가이드와 산장직원들의 숙소로 사용

한다.

 사진 오른쪽 아래가 화장실과 샤워실, 그리고 빨래와 등산화 등을 말릴 수 있는 건조실이 있다.

샤워실은 지금까지 경험했던 산장 중에서는 가장 넓고 깨끗해 모처럼 상쾌한 샤워를 할 수 있었다.

 산장 뒤로는 아주 널찍한 잔디밭이 조성되어 있어 산장을 예약하지 못한 트레커나  좀더 자유로운 영혼들이

텐트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었다.

 샤워장이 넓고 뜨거운 물도 여느 산장처럼 제한없이 잘나와서인지 밀린 빨래들이 속속 배낭밖으로 나와서

건조대에 걸렸다.

 광명의 이재흥선배는 남들 다하는 샤워도 마다하고 쓰러져 잔다.

불편한 몸에 식사마저 적응하지 못한터라 이만저만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야말로 집 떠나면 개고생이다.

 산장 밖에서는 식사시간이 조금 남아 있어서인지 가이드인 파트리샤와 베르나뎃뜨가

그들이 선물했던 지도에 그동안 이동했던 코스를 상세하게 표시해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

  날짜별로, 실제로 우리가 운행했던 코스를 형형색색의 형광펜으로 표시를 해주어 제대로 우리의 행적을 살펴 볼 수 있게 해주었다.

우리는 내일, 사진 중간쯤에 있는 산장표시에서 하늘색 형광펜 길을 따라 이동하게 된다는 것도 알게됐다.

 

원래는 아르프뜨 산장(Rif. Arpette)뒤의 아르프뜨 계곡(Val d' Arpette)을 거슬러 올라가 암석지대인

Fenetre d’Arpette(2671m)를 지나서 트리엔트 빙하가 있는 트리앙 계곡으로 넘어가는 코스가 있다.

이것이 바로 트리앙 빙하(Glacier du Trient)를 왼쪽으로 두고 트레킹 할 수 있는 트루패스다.

이 패스로 가야 프랑스쪽에 펼쳐진 에긜 베르트(Aiguille Verte·4,122m)에서 몽블랑으로 뻗어나간 웅장한 산릉과 그 맞은편에 있는 몽블랑 라운트 트레일(뚜르 드 드 몽블랑)의 허릿길을 따라 나 있는 에귀 로제 능선(Massif Des Aguilles Rouges)이 솟구친 멋진 조화를 볼 수 있고, 몽블랑 일원이 하얀 산의 상징이라면 발므고개(Col de Balme) 일원의 초록빛 파라다이스와 그 뒤에 받쳐진 이탈리아 산군의 웅장한 돌로미테 풍광의 바위산들의 인상적인 풍광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코스는 날씨가 좋고 체력이 좋은 트레커가 아니면 쉽지 않다고 한다.

몇몇 컨디션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있는 우리팀으로서는 안전한 트레킹과 즐거운 트레킹이 더 필요했다.

그래서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아르프뜨 산장(Rif. Arpette)에서 고도를 낮추어 일반 TMB코스로 접근을 한다.

내려가는 것은 다시 올라가야 한다는 것.

대원들이 조금은 걱정스럽게 “언제까지 내려가는거지?”한다.

샹페 단 바(Champex d'en Bas, 1359m)까지 약 1시간 여을 수림지대를 통과하다가

목장지대를 통과하여 차도를 따라 걷는다.

조금 걸어오르자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작고 에쁜 찻집에 이르게 된다.

 평소 아침에 '차 한잔의 여유'를 예찬하셨던 김종선사장께서 흔쾌히 커피를 쏘신다.

"그까짓 커피 한잔 가지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조금 비싸다. 에스프레소 한잔에 2유로씩이다.

어찌됐든 전망좋은 집 ‘아르프띠(Arpette, 1277m)' 찻집에서 멀리 론 계곡(Val Rhone)을 보면서 에스프레소 한잔씩으로 휴식을 취한다.

 그 맛이란...죽인다.

조그만 요거트만한 에스프레소 한잔으로  몇 십분을 홀짝거리며 분위기를 느껴본다.

이른 아침부터 알프스의 정취에 빠져 다음 일정이 걱정스러울 정도지만 갈때 가더라도 안아 쉬는 김에

제대로 쉬자는 태도다.

 조용한 찻집에 갑자기 이방인들이 들이닥쳐 소란스러웠던지 방목하던 스위스 소떼들이 몰려들었다.

이 검은 소들은 투우소라고 한다.

특히 동물을 좋아하는 베르나뎃뜨는 무섭지도 않은지 투우소들과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양철판으로 예쁘게 만들어 캐릭터가 된 투우소는 론계곡의 파수꾼이 되어 있다.

 커피조차 즐기지 않는 이재흥선배와 이미 커피와 주변 경관을 충분히 즐긴 남상익대장님이

커피를 덜 마신 일행들을 기다리고 있다. 오전부터 너무 여흥에 취해 이미 시간을 많이 소비했다.

 그렇게 차 한잔의 여유를 즐기고 길을 나선다.

전망좋은 집 ‘아르프띠(Arpette, 1277m)' 찻집이 위치한  라주르(la jure, 1666m)부터는 급경사의 오르막이

시작된다.

 그러나 초입에서부터 문제가 생겼다. 아침에 짐정리하다가 칼에 베인 이재흥 선배 손가락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한 것.

고도가 높아지면서 지혈됐던 부위가 터진 것이다.

한왕용대장은 전체운행에 지장이 있으니 하산해서 룰루랑 차량으로 다음코스로 이동하라고 농을 하니,

그래도 가겠노라고 한다. 가이드들이 응급처방을 한 후에 다시 출발을 한다. 

 가이드인 베르나뎃뜨는 이런 상황도 차라리 즐기면서 기다려주는 지혜를 배운 것 같다.

 앉은 김에 쉬어간다고 마르티니로 가는 마지막 경사면 아래서 휴식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