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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끝나지 않는 '춤추는 대수사선'의 성공스토리(1)

아직도 끝나지 않는 '춤추는 대수사선'의 성공스토리(1)

● 김영덕 /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정책실 콘텐츠산업2팀 수석연구원

일본의 OSMU모델 성공사례로 손꼽으라고 하면, 드라마에선 단연 '춤추는 대수사선'이다. 특히 '춤추는 대수사선'은 1997년에 후지TV에서 방송된 이래 10년이 넘었는데도 그 인기와 생명력은 여전히 건재하다.

'춤추는 대수사선'이 어떤 요인과 전략으로 그렇게 오랫동안 사랑을 받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춤추는 대수사선'은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인 1997년 1월에 약 2개월에 걸쳐 전국네트워크인 후지TV를 통해 11부작이 방송되었다.

'춤추는 대수사선'은 기본적으로 형사물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기존의 형사드라마가 갖는 전형을 뛰어넘는 색다른 시도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형사를 악의 상징인 범인을 잡는 ‘정의’를 실천하는 인물로 묘사하기보다 조직 속에서 월급을 받고 일하는 평범한 샐러리맨의 애환과 터부시되었던 경찰 내부의 구조적 모순과 갈등에도 커다란 비중을 두고 있다. 작품의 리얼리티를 높이기 위해 실제 경찰 내부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가령 ‘형사’가 아니라 ‘수사원’, ‘범인’이 아니라 ‘피의자’, ‘발포허가’, ‘경찰차 수속’, ‘본청 접대’ 등과 같은 단어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경찰세계의 일상 내지 리얼리티를 강조하기 위한 장치이다. 이를 위해 후지TV 보도부 사건기자까지 어시턴트 프로듀서로 기용하기도 했다.

처음부터'춤추는 대수사선'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대성공을 예고했던 것은 아니었다. '춤추는 대수사선'은 그저 그런 드라마의 하나로 세간의 이목에서 멀어질 뻔했다. 평균 시청률도 18.2%로 당시의 인기 드라마치곤 그리 높은 편이 아니었다.

'춤추는 대수사선'의 진가는 드라마의 후반부부터 발휘되기 시작했다. 후반부에 불붙기 시작한 드라마의 열기는 드라마가 종영된 이후에도 식지 않고 더욱더 타올랐다.

결국 '춤추는 대수사선'은 시청자들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영화’로 환생하기도 하고, 특집판으로 리뉴얼되기도 하고, 재방송으로 재연되기도 했다. 본편에서는 그다지 높지 않았던 시청률은 그 해 연말에 방송된 ‘특집프로그램’에서 급상승했다. 1997년 12월 30일에 방송된 특집편은 시청률이 25.4%나 나왔고 이듬해 6월에 방송된 특집프로그램은 24.9%를 기록했다. 같은 해 10월의 특집 프로그램에서는 오히려 시청률 25.9%로 올라갔다.

'춤추는 대수사선'의 인기와 매력이 드라마자체에 있다는 점은 두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처음부터 성공을 ‘찜’했던 것이 아니라 왜 후반부에 뜨거워졌을까라는 점이다? 그 원인은 일본만의 11부작편성과 시츄에이션 드라마체제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은 드라마 한 편이 10부에서 12부작 체제로 완결되는데 비해 우리의 미니시리즈는 16부작이나 24부작체제로 한 크루(Crew)가 끝난다. 게다가 일본이 1회당 46분 정도인데 반해, 국내 드라마는 70분 이상으로 장기간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경우 대체로 한 크루 내에서 스토리가 완전하게 소진되거나 붐업(Boom-up)도 정점을 찍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본은 한 크루가 우리보다 훨씬 짧아 가끔씩 스토리가 ‘불완전 연소’되는 경우가 있으며 이는 그 이후의 붐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11부작 체제의 '춤추는 대수사선'은 ‘붐업’이 마침 후반부부터 발동되었고 이것이 영화판과 특집, 재방송 등에 대한 기대로 증폭시키면서 인기상승의 선순환구조를 만든 듯 하다.

게다가 '춤추는 대수사선'은 마지막회에 스토리가 완결되는 형태가 아니라 등장인물과 배경은 동일하나 회별로 스토리가 달리 구성되는 시츄에이션 드라마(Situation Drama) 방식이기 때문에 크로스 미디어에 뛰어난 적응력을 갖고 있었다.

11부작체제와 시츄에이션 드라마형식이 일본의 크로스 미디어 전략과 롱텀의 수익구조를 가능하게 했고 여기에 후지TV의 막강한 프로모션 파워가 결합되면서 '춤추는 대수사선'은 지금도 여전히 일본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