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대륙의 중원을 가로 질러 만년 설산 티베트의 고원과 죽음의 땅 타클라마칸 사막을 거쳐 칭하이성에 이르기까지 15000㎞에 이르는 길을 탐사하는 도전이 웨이하이에서 시작된다.
출발점 산둥성(山東省)성 웨이하이(威海)에서 지난(濟南)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시내를 벗어나 교외로 들어서자 바닷가 주변에는 황토 흙을 개간해 만든 양식장이 길게 늘어서 성업 중이고 끝없는 밭은 지평선에 닿아있다. 대부분 한국과 홍콩 등 외국으로 수출을 겨냥한 계획농사라고 하지만 그 규모에 기가 찬다. 여기서 생산되는 옥수수와 감자, 채소류가 올해도 어김없이 한국시장을 공략할 것이다.
몇 년 전 처음 왔을 때 보았던, 우리네 60~70년대 새마을운동을 연상케 했던 촌락들도 말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하천의 곳곳은 모래채취가 한창이고, 군데군데 채석작업으로 생채기가 난 돌산이 흉물스럽다. 중국은 여전히 공사 중이다.
지난(济南, Jinan)이 가까워질수록 방직, 제철공장들이 불쑥불쑥 나타났다 사라진다. 웨이하이에서 보았던 맑고 푸른 하늘은 온데간데없고 스모그에 공기까지 탁해진다. 공자(孔子)의 향리(鄕里) 지난은 그렇게 다가왔다.
저녁부터 몰려든 대형화물트럭 때문에 길이 막혀 늦게 도착한 시내. 칠흑 같은 어둠속에 성처럼 보이는 건물이 꽤 많다. 건물들을 워낙 크게 짓는 터라 아파트형 공장 같기도 하고 아파트단지 같기도 하다. 늦은 밤까지 작업 중인 공사장 불빛과 갓 지은 호텔의 화려한 네온사인이 여행자의 길을 밝혀 주고 있다.
황하를 따라 발전한 지난은 칭다오보다 역사가 깊은 도시이고 우리나라의 대전처럼 남과 북을 잇는 교통의 요충지다.
산둥반도 내 칭다오, 옌타이, 웨이하이 등에 사는 사람들이 북쪽으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치는 관문이다.
지난은 산둥성(山東省)의 성도지만 칭다오보다 인구가 적다. 칭다오가 1000만 명 정도인데 지난은 700만 명 정도가 산다. 그럼에도 중소도시쯤으로 느껴진다. 대륙의 크기는 가늠하기가 참 어렵다.
지난은 오래전부터 샘의 도시(泉城)라고 불렸다. 물(水)의 도시답게 도시를 가로질러 흐르는 물길이 전후좌우로 자유롭다.
지난 북쪽으로 흐르는 황하의 영향으로 수많은 샘이 있고 도심을 관통하는 수로는 버드나무와 어우러져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마치 공원에 있는 듯한 느낌이다.
청나라의 시인 리우 펑하오(刘凤浩)가,
四面荷花三面柳, 一城山色半城湖.
'사면이 연꽃이고 삼면은 버드나무라네. 성안 가득 푸른 산 빛이요 절반은 호수로다.'라고
묘사한 것이 전혀 과하지 않다.
지금은 관광지가 된 표돌천(趵突泉)과 대명(大明)호수, 흑호천(黑虎泉) 등이 예전에는 더 고즈넉했으리라 짐작된다.
2600여 년의 무거운 역사를 가진 도시답게 무시할 수 없는 기운과 향기가 있다. 특별한 고층건물은 없지만 잔잔한 무게감이 있다. 한편으로는 거대한 공장지대가 매연을 뿜어대고 한편으로는 수백 수천 년 된 취쉬이팅(曲水亭)과 푸롱지에(芙蓉街) 같은 옛 마을이 보전되어 전통과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 지난은 조금 더 두고 볼 필요가 있는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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