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꺼(德格)는 촨짱북로(317번 국도) 상에 있는 쓰촨성 깐쯔자치구의 마지막 도시이다. 티베트의 수도 라싸로 가는, 역사 깊은 푸얼차(普洱茶)의 교역로였던 차마고도(茶馬古道)의 길목에 위치해 있다. 1956년 쓰촨성에 편입되기 전까지 티베트 땅이었다. 서쪽으로 진샤강(金沙江)만 넘어서면 바로 티베트자치주에 진입할 수 있다.
중국 정부의 한족이주정책으로 인한 폐해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티베트의 전통이 많이 남아있는 곳이다. 동티베트 지역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일 뿐만 아니라, 티베트의 문화 유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더꺼를 "티베트문화의 고성(古城)"이라 부른다. 인근인 시취(石渠)현에 라마교의 수많은 경판과 경문을 찍어내는 유명한 인경원(印經院)과 작은 포탈라궁이라고 불리는 빠방사(八邦寺)가 있다.
더꺼는 교통이 불편해도 티베트 문화의 중심지라는 역사적 무게를 가지고 있어 항상 이런저런 목적을 가진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곳이다.
쓰촨과 티베트를 연결하는 췌얼산 고개는 촨짱꽁루에서도 가장 높고 험하다. 지겹도록 꼬부라진 오르막길에서 차량들은 거친 숨을 몰아쉰다. 고지대로 올라갈수록 희박해진 공기는 오가는 차량에게도 무거운 시련을 선사한다. 이 고개를 넘어야 더꺼를 갈 수 있고, 더꺼를 가야 티베트에 본격 진입할 수 있다. 빼곡하던 식물들이 해발고도가 높아질수록 듬성듬성해지고 주변은 황량해진다. 자욱한 운무를 뚫고 깎아지른 췌얼산 산봉이 하늘을 찌른다. 거의 직각으로 만들어진 도로는, 한쪽으로는 아찔한 낭떠러지와 함께 세차게 흐르는 강물이고 다른 한쪽은 직각으로 솟은 벼랑 협곡이다.
산이 높으면 계곡도 깊은 법. 췌얼산에서 더꺼에 이르는 계곡은 신천지로 가는 것처럼 가도 가도 끝이 없다. 심연(深淵)으로 깊이 빨려 드는 황홀경이다.
이처럼 산맥과 산맥 사이를 가로지르는 촨짱꽁루를 일컬어 야커우(埡口: 산과 산 사이의 길이 난 낮은 지역)라고 한다. 요즘은 야커우를 하나의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움직임도 있다고 한다. 확 트인 시야와 웅장한 경관을 한눈에 제공하니 무리한 아이디어는 아닌 듯하다. 도로 옆으로 도도히 흐르는 진샤강(金沙江)은 야커우 경치를 완성하는 화룡점정(畵龍點睛)이다.
창강(長江)의 상류쯤에 온 셈으로 란창강(瀾滄江)의 물줄기가 합쳐지는 두물머리이자 티베트자치구가 시작되는 곳. 물론 과거의 티베트의 영토는 지금의 쓰촨성의 일부를 아우르는 훨씬 광활한 지역이었지만, 중화인민공화국이 획정한 행정 구역상 티베트는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중국이 티베트를 점령한 1950년 이전까지 티베트는 모두 50개 주로 이루어진 광활한 땅이었다. 중국 점령 후 이 지역은 쓰촨성, 윈난성, 칭하이성으로 각각 강제 편입돼 중국 땅이 되어 버렸다.
본래 있던 50개 주 가운데 티베트자치구로 남은 곳은 25개 주에 불과하다.
티베트가 독립하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행정구역을 분할하여 야금야금 중국화 시키고 있다고 의심한다. 중국의 젖줄인 주요 강의 시원지(始原地)가 모두 티베트에 있기 때문이다. 창강(長江)을 확보하기 위해서 쓰촨성을 티베트에서 분리하고, 황하 때문에 칭하이성과 티베트를 분리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는 언제 있을지 모를 분리 독립에 대한 사전 방비책이다.
그 뿐이 아니다. 편입한 캄지역에서 대대적인 벌목사업을 벌인 탓에 삼림이 파괴되었다. 티베트로 가는 길목의 윈난과 쓰촨 일대의 상당지역이 민둥산으로 변해버린 것도 그 때문이다.
동부 티베트에서 라싸로 가는 유일한 통로에는 그렇게 복잡한 사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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