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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와 나

[헬로! 티베트 15편] 티베트의 스위스, 강샹(崗鄕)자연보호구

이번 탐사 최대의 적은 비다. 티베트의 우기는 대략 5월∼9월까지로 본다. 늦가을 단풍을 만끽하고 있는 이번 탐사기간은 분명 건기(10월~4월) 중이고, 고지대는 강수량이 연평균 수십 밀리미터에 그치는 것이 보통인데도 비는 탐사 내내 쫓아다닌다. 고산지대의 변덕스러움은 예측할 수가 없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비포장도로를 진창으로 만들고, 그만큼 일정도 차질이 생겨 강행군을 피할 수 없다. 비로 인해 느려진 일정을 맞추기 위해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 운행하는 탐사길에 피로는 쌓여만 간다.

빵다와 팍쇼 사이의 티베트마을 풍경

팍쇼(八宿, 빠수-티베트어로 ‘용사산(勇士山) 아래의 촌락’ 이라는 뜻)에서 다음 여정지인 란냐오(然鳥)마을까지는 약 70킬로미터. 계속 고도를 높이는 오르막이다. 달리는 내내 느끼는 황량함은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빨주노초파남보 그리고 검은색까지 형형색색의 흙산들이 향연을 펼친다. 고원의 황량한 아름다움이 크고 묵직한 여운을 준다. 
안지우라산(安久拉山, 4475m)을 넘어서면 서서히 초원이 커지고 구릉을 넘어서면 숨었던 나무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하천을 따라 발달한 계곡으로 들어서자 소용돌이에 빠지듯 풍경이 급하게 차창을 스쳐간다. 란냐오마을에 가까워졌을 때 쯤 계곡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318번 도로와 201번 지방도로가 만나는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들어선다. 

그 유명하다는 란냐오호수(然鳥湖)를 지나칠 수야 없지 않은가? 되짚어 올 요량으로 호수를 찾아간다. 318번 촨짱꿍루를 벗어나 201번 지방도로를 타고 채 몇 분도 지나지 않았다. 순간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흰 구름과 파란 하늘을 이고 있는 설산과 초원을 배경으로 마을과 호수, 수많은 철새들이 평화롭게 어울린 란냐오(然烏)마을이다.

란냐오호수(然鳥湖)

랸냐오호수는 지진으로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티베트 동남부(東南部) 일대는 지질 운동이 활발하기 때문에 이런 종류의 호수가 많다.
란냐오(然鳥湖)호수는 촨짱꽁루(川藏公路) 근처에 형성된 호수이기 때문에 이 지역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겐 매우 익숙하디. 해발 3850미터에 위치한 호수는,  남쪽의 빙하(氷河)와 사방을 둘러 싼 설산(雪山)이 녹아서 흐르는 계곡물이 주요 수원(水源)이 다. 넓은 초원과 푸른 호수는 주위의 설산(雪山)과 어우러져 생기발랄하다.

호수에서 받은 감동을 뒤로하고 린즈(林芝)방향으로 길을 되짚어 나온다. 
란냐오현을 관통하여 얼마 지나지 않아 아름다운 호수가 또 나타난다. 이 호수를 란냐오호수(然鳥湖)로 오해하기 쉬운데 아무쵸(阿木錯)라는 호수다. 란냐오호수와 수로로 연결되어 있어 헷갈리는 경우와 있으나 엄연히 다른 호수다. 
촨짱꽁루(川藏公路)인 318번국도에 면한 호수는 아무쵸(阿木錯), 201번 지방도로와 면한 것이 란냐오(然鳥湖)라고 보면 틀림없다.

318번 국도에서 본 아무쵸

318번 국도를 따라서 10분 정도 거리에 와빠촌(瓦巴村)마을이 있다. 
티베트어로 ‘사이’를 의미하는 와빠는 ‘두 물 사이에 있다’는 뜻이다. 아무쵸와 란냐오 사이에 있어서 그런 이름이 붙여진 것 같다. 
아무쵸(阿木錯)를 끼고 형성된 아담한 마을로 60여 호 쯤 된다. 티베트 동남부 삼림지대의 건축 양식에 따라 지붕에 흙을 깔고 그 위에 너와를 얹은 형태가 대부분이지만 현대화의 바람 속에 와빠촌도 일부 개량되어서 이젠 티베트식 전통가옥을 보는 것도 쉽지 않다.

라싸로 가는 길목에 자리 잡은 작은 마을 뽀미는 티베트자치구의 서남쪽에 위치한 인구 3만 명 정도로 그리 작지도 크지도 않은 조용한 도시다. 
뽀미(波密)는 경관이 아름다워 린즈(林芝), 차위(察隅), 모퉈(墨脫)와 함께 '티베트(西藏)의 강남'이라고 불린다. 

318번 국도를 중심으로 각 지방의 특색을 간직한 음식점과 각종 생필품을 파는 가게들이 늘어서 있고,  도시의 중심 사거리에는 마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인민광장이 있다. 티베트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이곳 역시 중국정부의 한족 이주정책의 현실이 잘 드러나는 곳. 가게를 운영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한족이라고 보면 된다. 지역치안과 함께 상권까지 장악한 셈이다.
돈이 되는 사업은 한족이 하고 그 밑에서 값 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부류는 바로 식민지 티베트인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팍쇼가 그렇듯 뽀미도 중국화가 되었다. 
중국화가 되었다는 것은, 화이트워싱(Whitewashing)과도 비슷하다. 원작과 다르게 백인 배우가 동양인인 것처럼 연기하거나 동양인 역할을 백인으로, 혹은 흑인 캐릭터를 억지로 백인으로 바꿔서 영화를 만드는 할리우드의 행태를 비판하는 용어지만 티베트의 모든 것을 중국식으로 치환하려는 중국의 태도와 정책이 그와 같지 않은가?  

우리는 또 다른 티베트를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선다.
시내를 빠져나오자 이내 파롱장뿌강(帊隆藏布江)을 따라 시원하게 내달린다. 고도는 점점 낮아져 해발 2천 미터를 밑돈다. 길은 평탄해서 이제까지 보아온 험한 모습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강폭이 넓어진 곳에는 밀린 토사가 만든 모래섬에 뿌리내린 나무들이 어울려 숲을 이루고 있다. 

파롱장뿌강 하류

뽀미에서 남쪽으로 30여 킬로미터 떨어진 모퉈(墨脫)로 가려면 해발 4000m 급 설산 가룽라(嘎龙拉)와 둬숑라(多雄拉)를 넘어야 한다. 티베트고원에서 해발이 가장 낮은 곳으로, 히말라야 산맥에 둘러싸인 인구 약 1만 2천명의 모퉈는 ‘고원의 외딴섬’으로 불릴 만큼 첩첩산중에 은인자중하던 마을이었다. 인도와 접경지대로 지형이 매우 험해 중국의 현(縣)  가운데 유일하게 현을 잇는 자동차도로가 없는 곳이었다.  
중국 정부는 지난 1962년에 처음 도로개설을 시도했다. 잦은 사고와 기술 수준의 한계로 실패를 거듭한 끝에 1994년 마침내 비포장도로가 개설되어 처음으로 모퉈까지 자동차가 갈 수 있었다. 

가룽라고개 구도로

2010년12월15일 티베트(西藏)자치구 모퉈(墨脫)현과 뽀미(波密)현을 잇는 3km 길이의 가룽라터널(해발 3750m)이 개통 됐다.
이로써 중국 2100여개 현이 모두 고속도로로 연결됐다. 
칭짱(靑藏)철도 건설에 비견될 만큼 고난이도 공사였지만 마침내 터널을 뚫음으로써 도로 개설의 최대 장애물을 해결한 것이다. 은인자중하던 모퉈(墨脫)도 마침내 세상과 통하게 되었다. 덕분에 동티베트를 여행하기가 한결 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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