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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와 나

[헬로! 티베트 17편] 태양이 떠오르는 도시, 린즈(林芝)

동부티베트의 관문 린즈시(林芝市)는 라싸(拉薩)에서 동쪽으로 400 여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도시. 촨짱꽁루(川藏公路)중 남로가 마을을 통과하고, 얄룽장뿌강(雅魯藏布江)과 니양하(尼洋河)가 합쳐지는 곳에 자리를 잡아 물위의 궁전 같은 도시다. 태양의 복사열이 강하고 인도양 계절풍의 영향으로 같은 위도에 있는 다른 지역에 비해 따뜻하고 습기가 많다.

원래 원시 산림지대였는데 개발 이후 인근의 빠이(八一)와 함께 신흥공업도시로 탈바꿈하였다.

린즈시내 전경-(출처; 중국서울관광사무소)
린즈 외곽 풍경
 

린즈(林芝)는 티베트어로 ‘태양의 어좌(御座)’, 즉 태양이 떠오르는 곳이라는 뜻이다.

평균해발이 약 3000m, 가장 낮은 곳은 900m 밖에 되지 않아 세계에서 수직 지형 차이가 가장 큰 지대로 대협곡 등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든 것이다.

린즈(林芝)는 지명대로 울창한 숲과 긴 강이 있고, 사람의 손이 미치기 힘들어 태초의 자연미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그야말로 ‘정토(淨土)’다. 등 뒤로는 하얀 설산이 산맥을 이루고 있어 수자원이 풍부한 지역이기도 하다. 그래서 협곡도 길고 깊다. 그 협곡 사이로 니양하(尼洋河), 파롱장뿌강(帕隆藏布江), 얄룽장뿌강(雅鲁藏布江) 등 세 개의 강이 흐른다. 강을 사이에 두고 형성된 오래된 촌락과 파도를 이루는 숲의 매력은 ‘티베트(西藏)의 스위스’라는 별칭이 어색하지 않다.

고산지대의 추운 곳에서 자라는 설련화(雪蓮花, 눈속에 피는 연꽃이라는 뜻으로 해발 3~4000미터의 만년설산에서 자라는 국화과의 꽃. 약초로 유명함)부터 아열대 지방의 대표적 과일인 바나나와 종려나무 열매 등 수많은 희귀식물과 원시림이 풍부한 린즈는 ‘고원의 생태박물관’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소떼와 양떼가 있는 지상 낙원이 바로 린즈의 대표적 이미지다.

이곳의 나무는 성장이 빠르고, 크기 또한 길고 굵어서 목재(木林)로서는 아주 이상적이다. 가끔 벌목(伐木)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과거 린즈(林芝)와 빠이(八一)의 공장은 대부분 목재와 관련되어 있는데, 종이공장, 인쇄공장, 성냥공장 등이 많은 것도 그 이유다.

20세기 초 중국과 아시아를 둘러싼 열강들의 팽창정책에도 불구하고 동부티베트는 비교적 영향을 받지 않는 은둔의 땅이었다. 지정학적 위치가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중국 서남쪽 변방의 고원지대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캄족(Kham People)의 남자들은 승마에 능한 호전적인 사람들로, 외세에 끝까지 저항한 캄족의 저항운동 또한 이 지역을 오랫동안 열강의 공백지대로 남게 만들었다. 그러나 1950년 10월 중국인민해방군이 침략하면서 일대 변화가 시작된다.

조용하고 아름답던 원시고원지대에 총과 탱크를 앞세운 인민해방군이 진주하면서 새로운 도시가 만들어지고 전략적 요충지가 되어 군사도시로 바뀐 것이다.

중국 본토에서 라싸를 비롯한 동부티베트를 장악하기에는 린즈가 맞춤한 지역이었다. 그렇게 보니 아름답게 느꼈던 린즈의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 슬프게 다가온다.

린즈에서 빠이 가는 길
 

린즈를 지나 10여 분 쯤 더 가면 빠이(八一镇)에 이른다. 빠이는 린즈 지역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도시다. 도시 초입에 진입하자 가장 먼저 눈에 든 것은 거대한 화강암으로 조각한 야크석상이다. 이 조형물은 예전에는 없던 것으로 압도적인 인상을 준다. 빠이시가 변하고 있음을 직감한다. 빠이시 중앙에 위치한 샤먼(厦門)광장부터 깔끔하고 시원하게 정비된 도시는, 과연 이곳이 티베트 지역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현대적이다. 빠이는 원래 ‘라르가(拉日伽)’라고 하는 조그마한 촌락이었다. 1951년 중국인민해방군이 주둔하면서 발전을 거듭해 지금의 린즈시(林芝市, 2015년 3월 린즈지구에서 린즈시로 행정구역을 개편했다)의 중심도시가 됐다. 그래서 도시 이름도 인민해방군 창군기념일 8월1일을 상징해 빠이(八一)로 정했다. 린즈와 함께 신흥공업도시라고는 하나 질서정연한 도시풍경에서 공업도시라는 느낌은 찾아 볼 수가 없다.

오히려 티베트 남부의 물류와 유통 중심지로 보는 것이 여행자에게는 설득력이 있다.

주변 지역에서 공수된 온갖 특산품과 고원지대에서 생산되는 동충하초(冬虫夏草), 체내 노폐물 제거에 탁월하다는 티베트의 샤프란인 장홍화(藏红花) 등 신기한 약재와 차가 집산되는 곳으로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인구 48,700여명(2017년 기준) 정도가 사는 도시답게 중심가는 번듯한 공안국 건물, 지역 군부대 사령부 그리고 한족이 장악한 시내 식당가가 철옹성처럼 구축되어 있다.

티베트인의 고장 빠이에서 티베트인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한족, 그들만의 도시라는 인상이 훨씬 강하게 변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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