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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와 나

[헬로! 티베트 20편] 하늘에 가장 가까운 城 라싸

'세계의 지붕'이란 별명이 붙은 티베트. 중국에선 '시짱(西藏)'으로 불리는 곳이다. 우리 인식 속의 티베트는 '중국 공산당의 지배를 받는 갈등의 땅'이다. 간혹 터지는 민족 분규가 국내 언론에 비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지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먼 '부처의 땅' 티베트, 그곳에선 그동안 어떤 일들이 벌어졌던가.

라싸 주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중국 지도자들의 사진이다. 마오쩌둥,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그리고 시진핑의 얼굴이 함께 나와 있는 대형 간판이다. 도로변 입간판에는 '大衆創業 萬衆創新(대중창업 만중창신)'이라는 슬로건이 눈에 띤다. 가정의 거실에는 이미 시진핑(習近平)주석의 초상화가 걸린지 오래다. 가히 신(神)의 땅 티베트의 주인은 중국이라는 것을 상징하는 것은 아닌가.

1950년 한국전쟁으로 세계가 한반도에 집중하고 있을 때였다. 그해 10월 중국은 슬그머니 '제국주의로부터의 해방'이란 명분을 내걸고 4만 명의 인민해방군과 4만 마리의 낙타를 동원, 티베트를 무력 침공했었다. 중국의 명분처럼 티베트가 서구 제국주의로부터 해방됐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들에게는 또 다른 외세인 중국으로부터 강점은 여전하고, 그리고 오늘에 이른 것이다.

36년 동안이나 우리의 뜻과 무관하게 일제에 강제합병 당하고 강점기를 경험했던 민족으로서 연민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답답한 속내를 안고 라싸의 상징인 포탈라궁으로 간다.

라싸 전도
 

포탈라궁(布達拉宮).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성이자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성(城), 라싸 어디에서도 그 장대함을 느낄 수 있다. 역대 달라이 라마가 거주 했고, 14대 달라이 라마가 1959년 인도로 정치적 망명을 떠나기 전까지 머물렀던 곳으로 사원으로 알기 쉽지만 분명히 왕궁이라 할 수 있다.

훙산(紅山)언덕에 웅장하고 신비롭게 세워진 포탈라궁은 진한 슬픔이 묻어 있다.

포탈라궁의 해자(垓字)였던 연못은 매립되어 인민광장이 되었고 펄럭이는 오성홍기는 오늘날 티베트의 현실을 웅변하고 있다.

오성홍기(五星紅旗)와 포탈라궁
 

'신의 땅' 라싸에는 티베트 사람보다 훨씬 많은 한족과 인민해방군이 주둔하고 있다. 과거와 같은 대규모 소요사태는 감히 엄두를 못 낼 지경이 된 것이다. 더구나 70년간 식민시대를 겪고 있는 티베트 사람들은 지친 것인지 아니면 잊어버린 것인지 자주독립의 의지를 상실한 듯 보인다. 달라이 라마가 있는 인도 북부의 다람살라는 몰라도 적어도 티베트에서 그런 상서로운 기운을 느끼기 어려웠다.

티베트 본토에서 내부의 동력을 모으고 저항할 수 있는 힘을 키워줄 리더가 부재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그사이 중국 정부는 사방팔방으로 도로공사는 물론 SOC(사회간접자본)사업을 광폭적으로 진행하여 티베트를 중국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2006년 7월에는 칭하이성과 라싸를 잇는 칭짱열차가 개통되어 운행되고 있다. 그로부터 '신(神)의 땅'에 관광객의 발길이 잦아졌다.

지금은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주요 도시에서 라싸로 연결되는 철도가 운행 중이다. 2018년에는 7~8월 여름휴가 때만 약 280만 여 명의 관광객이 칭짱열차를 타고 라싸를 방문했다고 한다. 티베트를 찾은 관광객이 2000년에 약 100만 명이었던 것이 2018년에는 3천만 명에 이를 정도로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했다. 이를 예견한 달라이라마는 칭짱열차의 개통을 ‘티베트 문화의 말살’이라고 강력히 항의했었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인 아브라함 루스트가르텐((Abrahm Lustgarten)은 그의 저서 ‘중국의 거대한 기차(China's Great Train)’에서 달라이라마의 우려를 확인시켜주었다.

그는 "인간 문명의 발달사는 길을 따라 문화가 전파되고 확산됐다"고 주장하면서 바로 칭짱열차가 중국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수단이자 정복 역사의 한 단면이라고 일갈하고 있다.

'길이 열리면, 정말 친한 벗 아니면 최악의 적들이 방문자가 된다'라는 티베트의 격언은 불행히도 적중했다. 라싸는 상상보다 빠르게 시련에 직면한 셈이다. 본연의 모습을 잃을까 안타깝기만 하다.

티베트를 통치하기 위해 중국정부의 기간사업들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차곡차곡 진행되고 있다. 그 목적은 자명하다. 티베트에 있는 어마어마한 부존자원이 서부대개발(西部大開發)이라는 미명하에 동부로 보내지고 있고, 유사시에는 언제든지 인민해방군이 입성해서 진압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해 놓은 것이다.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중국의 통치술이 날로 정교해지고 지능적이 된다는 것이다.

칭짱꽁루를 지나는 군부대 차량 행렬
 

중국인이 직접 티베트를 통치하지 않고 티베트 사람들을 교육하고 양성해서 이들을 이용한다는 점이다.

학교에서 제2 국어로 티베트어를 가르치는 것을 빼면, 모든 것이 중국식 관점의 식민지교육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를테면 포탈라궁을 지은 것도 청나라 황제가 허락을 해서 지었다고 가르치고, 달라이라마의 여름 궁전이었던 노블링카(罗布林卡)궁은 일부에 동물원을 만들어 구경거리로 만들어 버렸다. 또한 문화재와 유물을 포함한 티베트인의 유산은 모두 '중국문화유물'로 지정했다. 1984년부터 언어와 종교를 인정하는 것을 빼고는 모두 중국화 시키고 있다. 시나브로 티베트는 중국이 되어가고 있는 셈이다.

개방이 안 될 것 같았던 군대도 1990년대 초부터 문호를 개방하여, 인민해방군에 친중국계 티베트인 장교 양성을 대폭 늘렸다고 한다. 그 결과 티베트군 소속 인민해방군 장교의 3분의 2가 소위 붉은 티베탄(친중국계 티베트인)들로 채워져 있다고 한다. 티베트 사람을 효율적으로 지배하기 위해서 같은 동포 출신들을 이용하는 것이다. 티베트 어느 곳에서도 독립저항의 움직임이 미미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티베트 내부에는 리더가 부재하고, 중국은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강력한 통치기반을 구축했다. 이미 많은 티베트 사람들은 붉은 티베탄이라는 친중국계 세력이 되어 중국의 주구가 되었다. 그들에게 독립이라는 것은 이미 쟁취한 기득권을 포기해야함을 뜻한다. 점점 독립이 어려워지는 이유다.

포탈라궁 앞 상업지구
 

반면 중국정부의 치밀함과 집요함은 쉴 틈이 없다. 당의 이념은 돈과 함께 내려온다는 말이 있듯이 중국정부는 막대한 자금으로 당의 이념과 소수민족 동화정책을 주도면밀하게 추진하고 있다. 티베트에서 거둬들인 세금은 물론 베이징시의 조세수입에서도 일정부분 라싸를 지원하고 있다. 그래서 라싸의 주요 도로명이 '베이징(北京)'으로 표기된다.

돈의 흐름을 알려면 부동산 시장을 보면 된다고 했던가. 라싸는 지금 건설 중이다. 특히 시 외곽은 대규모 아파트건설로 분주하다. 그만큼 라싸는 팽창하고 외지인들의 유입도 가속화될 것이다. 집값이 들썩거리는 것은 자명한 일. 결국 티베트에 돈이 몰리는 곳은 라싸밖에 없고 그 수혜자는 외지인인 한족밖에 없다는 전망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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