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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특집

해외 한국학의 현주소-뛰는 일본학

by 인천싸나이 2006.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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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한국학의 현주소]'뛰는 일본학' 120개국서 235만명 교육받아
1조원 국제교류기금 조성…지일파 양산
매년 각국 유명인사 초청…연구비등 지원
올 예산 1700억 달해…한국학은 57억 불과
지난 1월 가수 조영남씨가 일본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독도 문제 대응에서 일본이 한수 위”라고 말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는 등 홍역을 치렀다. 그는 이에 앞서 ‘맞아죽을 각오로 쓴 친일선언’이라는 책을 냈고, 국내 신문에 ‘일본을 이해하고 배워야 한다’는 취지의 일본 관련 칼럼을 여러 차례 기고했다. 조씨가 일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이처럼 바꾸게 된 것은 지난해 9월 8일간의 일본여행 영향이 컸다고 한다. 일본이 초행길이던 그를 초청하고 안내한 기관이 바로 일본국제교류기금(Japan Foundatio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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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고마쓰 준에쓰 교류기금 부장

◆일본국제교류기금=지난 8월 28일 오후 도쿄 도심 한복판인 아카사카지역에 자리잡은 아크 모리빌딩의 20, 21층을 본사 사무실로 쓰고 있는 일본국제교류기금을 찾았다.

일본문화를 해외에 보급·전파하는 총본산 역할을 하는 일본기금은 1972년 외무성 산하기관(2003년에 독립행정법인으로 전환)으로 출범했다. 이 기금은 내용과 성격면에서 91년 설립된 우리 외교통상부 산하의 한국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과 비슷하지만 그 역사와 규모, 활동 내용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일본기금은 장기적이고 치밀한 전략으로 해외에 일본어와 일본문화를 소개·보급하고 학술·예술교류 등 다양한 지원사업을 펼쳐 전 세계에 지일·친일파를 양산하고 있다.

◆세계 유명 문화인도 초청=일본기금의 사업은 문화예술교류, 해외일본어사업, 해외일본연구·지적교류사업 등 다양하다. 가수 조영남씨를 초청한 것도 문화인단기초청프로그램의 일환이다. 기금이 초청한 한국 문화계인사는 조씨뿐이 아니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지난해 2월 14일간 일본을 다녀왔다. 김명곤 국립중앙극장장도 2003년 7일간 일본에 초청을 받았다. 일본기금은 매년 세계의 유명 문화인 20∼30명을 초청한다. 프랑스의 작가 앙드레 말로, 레비스트로스, 콜롬비아의 노벨상 수상작가인 가르시아 마르케스 등도 일본을 방문했다. 일본기금은 또 매년 100여명의 외국 교수·법조인·언론인을 초청, 1년간 1인당 7000만원 이상의 연구·체류비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문화교류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달 27일부터 오스트리아 빈에서 유럽지역의 일본학연구자 500여명이 ‘일본연구학회’를 개최했다. 일본기금은 학회에 관계자를 파견, 사무경비를 지원했다. 일본기금이 전 세계를 상대로 얼마나 치밀하게 문화외교사업을 펼치는지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전 세계에 235만명이 일본어 배워=일본기금의 고마쓰 준에쓰 부장은 “기금의 활동으로 일본어 학습자, 교사, 기관의 수가 크게 늘었고 일본과 다른 나라 간 민간교류가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기금이 조사한 결과 2003년 현재 전 세계 120개 국가에서 235만명이 일본어를 배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어를 학습하는 기관은 1만2000여개, 교사는 3만3000여명에 달했다. 이는 1979년에 비해 기관수는 10.7배, 교사수는 8.1배, 학습자수는 18.5배가 증가한 것이다. 전 세계 대학 가운데 일본어·일본학 과정을 설치한 대학은 103개국 2341곳에 달한다. 이에 비해 한국어·한국학 과정 설치 대학수는 60개국 661곳이다.

◆예산부터 한국과 차이=해외일본학의 지원 규모는 한국과는 한일 간 경제력을 감안하더라도 큰 차이가 있다. 일본기금은 당초 500억원의 정부출자금을 운영자금으로 설립했는데 30년간 추가출자를 계속하면서 그 기금이 현재 1조원으로 불어났다. 일본기금의 올해 예산 규모는 1700억원이다. 이 가운데 일본기금의 일본학 지원 규모는 해외 일본어 사업비가 350억원, 해외일본연구·지적교류사업비가 250억원 등 600억원 수준이었다.

반면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올해 해외대학 한국학 지원 규모는 일본기금의 9.5% 수준인 57억원에 불과하다.

◆기업 기부금은 조세감면=기업들의 일본학 관련 지원도 활발하다. 일본국제교류기금을 통해 기부를 하면 ‘특정법인증진법’에 따라 조세감면 혜택을 받는다. 일본기금에는 연간 평균 60억원의 기부금이 들어온다. 작년의 경우 이 가운데 7억원을 외국 대학의 일본학 연구에 지원했다. 미국 컬럼비아대 ‘일본법 연구센터’, 시카고대 ‘일본법 연구’, 다트머스대 ‘일본학 연구’ 강좌 등이 수혜자다. 영국 옥스퍼드대 닛산인스티튜트는 1976년 닛산이 자금을 지원, 설립됐다. 설립 초기에는 일본학만 연구했지만 현재는 동아시아학연구소로 확대됐다. 옥스퍼드대 한국학강좌도 여기서 강의가 이뤄진다.

◆전세계 네트워크 갖춰=일본기금은 해외 현지 사정에 맞는 사업 개발과 현안 발생 시 신속한 대처를 위해 미국 뉴욕 등 18개국에 22개소의 해외지사를 갖추고 있다. 일본기금은 특히 미일 관계의 중요성을 감안, 미국 뉴욕에는 지부 외에 별도로 글로벌 파트너십 센터를 설치, 학술사업을 펼치고 있다. 반면 한국국제교류재단은 올해 처음으로 미국 워싱턴과 중국 베이징에 해외지부를 설치했다. 올 10월 중에는 모스크바, 호찌민, 베를린에 지부를 설치할 계획이다.

특별기획취재팀=홍성일·최현태·

김형구·김종수·엄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