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실크로드를 가다] 32개국 40억이 한 길로 통한다 |
입력: 2006년 01월 02일 18:28: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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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부터
유엔의 깃발 아래 ‘아시안하이웨이’란 국제 도로망의 건설이 본격화한다. 한국뿐 아니라 중국·북한·일본을 포함해 32개 국가를 지나게 될 이
도로망이 완공되면 ‘21세기의 실크로드’로 불릴 만큼 해당 국가에 엄청난 정치·경제·사회·문화적 파급효과를 끼칠 전망이다. 이미 도로망 구축을
위한 준비 과정에서도 해당 국가들은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미묘한 신경전을 펴고 있다. 이에 경향신문은 KBS와 함께 아시안하이웨이가 지나게 될
도로를 따라가면서 국제 도로망의 건설이 향후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진단하는 신년 연속기획물을 마련했다.
아시안하이웨이
사업은 세계 육지 면적의 50%, 인구의 60%를 하나의 도로망으로 묶겠다는 목표로 유엔의 깃발 아래 추진되고 있다. 2004년 4월 유엔
아·태경제사회이사회(ESCAP) 총회에서 기존 또는 신설 도로를 이어 정치·경제·사회·문화 협력을 넓히자는 취지로 해당 국가들이 결의해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국제도로망 구축사업이다. 32개 대상국가 중 북한·미얀마 등 일부 국가가 아직 서명하지 않은 상태지만 정부간 협정은 지난해 7월
이미 발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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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탐험대가 21일 새벽 백두산 천지에 올라 장엄한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 경향신문·KBS
공동탐험대는 총연장 14만㎞에 이르는 이 도로망이 직접 지나게 될 선양~베이징~광저우 구간을 긴 여정의 첫 코스로 삼았다. 이에 앞서 이
도로망에 인접해 있으면서 삶의 방식에 많은 영향을 받게 될 한민족의 뿌리인 백두산과 주변 옌볜지역을 돌아보았다.
지난해
12월21일 아침 5시 탐험대가 백두산 근처의 호텔 숙소를 나서자 어둠속에서 함박눈이 쏟아지고 있었다. 장백폭포와 몇개의 거대한 빙벽을 지나
7시30분쯤 철벽봉 근처의 천지에 닿았다. 동이 틀 무렵 천지를 배경 삼아 간단한 여정의 소원이라도 빌어볼 요량이었다. 하지만 잔뜩 찌푸린 채
전날부터 폭설세례를 퍼붓던 백두산은 좀처럼 해를 보여주지 않았다. 세찬 바람과 영하 25도의 기온은 거동조차 힘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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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하이웨이의 예상 도로 총연장 14㎞의 탐험에 나선 경향신문·KBS 공동탐험대를
태운 지프가 구랍 22일 중국 선양시내를 지나고 있다. | 전날 항공편으로
중국 옌볜에 도착하자마자 서둘러 백두산 근처에 숙소를 잡은 것은, 민족의 영산 백두산 하고도 그 심장부 천지에서 장엄한 일출을 맞기 위함이
아니었던가. 일출 시각은 지났을 텐데 폭설로 10여m 앞조차 분간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아침 8시가 조금 지났을 무렵 무슨 조화인지
눈발이 점점 가늘어지기 시작했다. 곧 거짓말처럼 눈이 그쳤다. 이어 해가 언제 떠올랐는지, 희뿌연 구름의 틈새를 비집고 나오면서 천지를 서서히
비추기 시작했다. 대원들은 일제히 눈밭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탐험의 성공을 기원했다.
백두산의 ‘축복’을 받은 여세를 몰아 일행은
이날 오후 천지에서 발원한 두만강을 따라 나섰다. 먼저 지프를 탄 채 중국이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린성 투먼(圖們)시로
향했다.
투먼시는 북한과의 교역이 날로 활발해지고 있어 하이웨이가 건설될 경우 북·중간의 경제·문화교류의 중심지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다.
실제로 이곳에서는 두 나라의 상인들 사이에 활발한 교역이 이뤄지고 있어 북한의 개방이 급속히 가시화하고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투먼시에 거주하면서 북·중 상인들을 자주 접한다는 한국 사업가 정모씨(48)는 “현재 북한이 내부에서
개성공단 유치 등을 통해 개방을 하고 있듯이 언젠가는 하이웨이에 합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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