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실크로드를 가다] 1. ‘출발점’ 동북아의 숙제 |
입력: 2006년 01월 02일 18:29: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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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중국·일본 등 동북아 지역의 사람들은 아시안하이웨이에 함께 승차하자는 움직임에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거부감을 나타냈다. 경제·문화적으로 낙후된 곳의 지역 주민들은 국가간의 적극적인 교류를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이에
앞서 실타래처럼 꼬인 역사와 과거를 청산하지 않은 채 이뤄지는 교류를 반대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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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도문시와 북한의 함경북도 남양시를 잇는 도문대교 전경. 북·중 관문인 이
도문대교를 통해 트럭이 북한으로 향하고 있다. <경향신문·KBS 공동탐험대>
| 지난해
12월19일 오전 탐험대는 아시안하이웨이의 국내 시발점이 될 항도 부산의 컨테이너 전용부두 신선대에서 간단한 출정식을 가졌다. 대원들을 태운
지프는 부산항만공사 추준석 사장과 동주여상 고적대 등의 전송을 받으며 판문점까지 내달렸다. 지프는 더 이상 달릴 수 없었다. 결국 남북 분단과
북한을 둘러싼 정치적 역학관계가 해결되지 않으면 완전한 국제 도로망의 건설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이어 항공편으로 중국
지린성 옌지에 도착해 투먼시로 향했다. 투먼시는 북한과의 국경도시로 북·중간 관문인 길이 100여m의 투먼대교가 있는 곳. 이 다리를 건너면
바로 북한의 함경북도 남양시다. 투먼대교는 중국과의 교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대동맥이며, 먼 훗날 하이웨이가 완성될 경우 이 다리에 대한 두
나라의 교역 의존도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리 초입에는 한글 또는 한자로 ‘중·조 변경’ ‘중·조 국경’ ‘중·조
우의탑’ 등의 문구가 씌어진 각종 표식물이 놓여 있었다. 다리의 중간쯤에는 한글과 한자로 ‘변계선’이란 페인트 글이 씌어 있었지만 오랜 세월의
흐름에 식별이 어려울 정도로 닳아 있었다. 트럭이나 자가용이 20여분마다 한대씩 오가고, 30여분마다 삼삼오오 무리를 지은 사람들이 왕래하는
모습은 머지 않아 투먼대교가 ‘네 땅 내 땅’을 가르는 국경선이 될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을 갖게 했다.
마침 다리를 건너 투먼시에
도착한 50대 초반의 한 남자는 “중국 사람들과 장사를 하는 김○○”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투먼대교를 통한 두 나라의 물적·인적 교류가 해마다
급속히 늘고 있으며 그 절차도 양국간에 날로 간소화돼 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아시아하이웨이와 같은 국제 도로망이 갖춰지면 이 투먼시뿐
아니라 북한쪽 사람들도 생활 수준이 높아질 것”이라고 반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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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대교를 통해 트럭 한대가 북한 남양시로 건너가고 있다. | 다음날 오전
탐험대가 둘러본 곳은 옌볜 조선족 자치주의 수도인 옌지. 이 도시 인구의 48%가 조선족 동포들이다. 한·중 수교(1992년) 이전만 해도
동포의 비율이 60%에 이르렀다. 그런데 수교 이후 한국으로 돈벌러 가는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동포의 인구가 많이 줄었다는 것이 이곳 사람들의
설명이다. 수많은 난관을 뚫고 하이웨이가 건설된다고 해도 이 공동체사회의 발전에 디딤돌이 될 것인지, 아니면 걸림돌이 될 것인지 쉽게 판단할 수
없었다.
조선족 동포인 한 초등학교 교사 이성렬씨(55)는 “조선족 사회를 위해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외부 문화가 들어와
걱정”이라고 말했다.
선양과
베이징 시민들의 상당수는 일본의 아시아하이웨이 참여에 대해 극도의 경계심을 나타냈다. 선양시의 한 중학교 역사교사 리완치운(44)은 “언젠가
방송보도를 통해 아시아하이웨이 보도를 접한 적이 있다”며 “2차대전 당시 수많은 중국 인민을 학살한 일본이 진정한 사과와 반성을 하지 않으면
아시아에 또다시 큰 죄악을 저지를 것”이라고 일본의 참여를 반대했다. 특히 난징대학살의 현장인 난징시 사람들은 일본에 대한 적대감이 더 심한
편이었다. 일제에 의한 난징대학살을 목격했다는 공차오친(91)은 “항일전쟁에 참가했던 아버지와 형이 일제의 칼에 학살을 당했다”며 “일본의 자기
반성 없는 하이웨이 동승은 대동아공영권의 악몽을 떠올린다”고 말했다.
탐험대는 각국이 얽힌 과거사를 매듭지어 진정한 동반자 관계에
섰을 때에야 비로소 이 국제 도로망의 효용가치가 극대화되면서 오랜 반목이나 오해도 풀어줄 것이란 전망을 했다.
〈경향신문·KBS
공동탐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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