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수(玉樹)의 천장대에서>
칭하이성 체육국 직원들이 호들갑을 떨었다. 티벳의 전통장례식인 천장(天葬 또는 鳥葬)을
볼 수 있게 여러차례 부탁을 했었는데 "가능할 수 있겠다'는 희소식을 전해 온 것이다.
확답은 할 수 없고 천장이 하나 예정되어 있으니 무조건 가보자는 것이다.
더 재고 말것도 없이 일행은 급히 천장대를 찾아 나섰다.
넓은 사원 여기저기를 뒤지던 칭하이성 직원의 무전을 받고 달려간 야트막한 언덕.
산중턱에서 얼핏 보아도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약 30분 정도 진행이 된 천장.
이미 한바탕 식사를 마친 독수리떼는 피로 물들어 벌겋게 되어 있었다.
칭하이성 직원의 안내로 살금살금 접근한다. 그러나 천장을 하는 망자의 동생이
촬영할 수 없다는 제지를 칭하이성 직원의 중재로 허락을 받을 수 있었다.
자기 형이 좋은 곳으로 갈 수 있게 소의 간과 콩팥을 보시하라는 것. 그래야 좋은 곳으로
간단다. 그러나 이 산중에서 어떻게 소의 간과 콩팥을 구한다는 말인가. 순간 어안이 벙벙하다.
결국 부의금을 내는 것으로 대신했다.
천장은 흔히 ‘조장(鳥葬)’이라고도 하는데, 죽은 시신을 토막내거나 살을 찢어 새가 먹기 쉽게 만들어 육신은 독수리에게
공양하고 남은 뼈는 추스려 화장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이 장례식을 주도하는 라마승을 ‘돔덴(domden)’이라고 하는데 죽은 자의 육신을
해체하기도 하지만 죽은 자의 시신이 완전히 없어질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는다. 새들이 육신을 먹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며 명복을 빌고 다른
세상에서 더 나은 생을 살기를 축원한다.
이 끔찍한 조장은 왜 하는 것일까? 서역고원에서 사람이 죽으면 딱딱한 땅을 파서 묻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화장을 할 땔감도 부족한 유목민에게 장례는 쉽지 않은 일. 그래서 티베트 사람들은 살은 새들에게 공양하고 나머지 뼈 중 일부만 화장을
하는 그들만의 장례식을 하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행위는 윤회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티베트 사람들은 죽음 뒤에 있는 또 다른 세상에
육신이 함께 가는 것이 아니라 오직 영혼만이 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한다.
내가 본 천장도 바로 그런 식이었다. 라마승 2명이 집도하는 천장대는 피 냄새를 맡은 수백 마리의 독수리떼가 방금
하늘에서 내려 앉아 눈을 번뜩이며 장례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선 커다란 통나무 도마 같은 원목대 2개가 놓여 있고 그 옆에 시신을 담아 온
듯한 보자기가 놓여 있다. 집도하는 라마승과 유가족이 애도하는 장례식장은 엄숙하면서도 덤덤한 분위기다. 마른 침을 삼키기도 전에 라마승은 익숙한
솜씨로 시신의 일부를 떼어내 도마 위에 올려놓고 토막내거나 크고 작은 해머를 이용해 다져 독수리에게 나눠준다. 장기들은 뚝뚝 끊어서 던져 주고,
마지막으로 남은 두개골은 도끼로 쪼개 뇌수를 준 뒤 뼈는 잘게 부셔서 한 점 남김없이 독수리에게 나눠 주는 것으로 천장이 끝이
났다.
한참은 멍했다. 참관했던 대부분의 탐험대원들은 끔찍하고 혐오스럽다고 하고. 장기 덩어리를 독수리 떼에게 던져 주는
모습도, 마지막으로 두개골이 커다란 해머에 산산이 부서져 가는 모습은 생전 처음 보는 나에게 분명 충격적이고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엇이 뒤통수를
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잠깐이었다. 생각해 보니 난 그 전 과정을 아무런 거부감 없이 촬영하면서 모두 지켜보질 않았던가. 그랬다. 티베트인은
그 천장을 가장 존귀한 장례식으로 여긴다고 했고 나는 그것을 인정한 것 뿐이다. 아주 간단한 문제였던 셈이다.
티베트 사람들 모두 천장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장례식에는 몇 가지 종류가 있는데, 땅 속에 묻는 매장부터 화장, 강물에 떠내려 보내는 수장, 그리고 조장이다. 전염병으로 죽거나 어린나이에 질병을 얻어 죽으면 수장을 하는데, 그래서 티베트사람은 민물고기를 먹지 않는다. 가장 안 좋은 것은 매장이라고 한다. 환생을 믿는 티베트 사람은 매장이야말로 환생을 못하게 하는 저주받은 장례라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별다른 질병이나 큰 허물없이 살다가 죽은 사람들이 하는 가장 일반적인 장례가 조장이다. 티베트의 전통장례식이라 할 수 있는 조장은 1950년 중국의 침공 이후 철저하게 금지됐던 것이 1980년대 초 다시 허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수민족에 대한 중국정부의 정책이 유화적으로 바뀌면서 전통을 되찾은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천장에 대해서 여러 가지를
금기시하며 통제하고 있다고 한다. 장소제한은 물론이며 외부인의 관람, 사진촬영 등도 극도로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동영상 촬영은 절대 금지하고
있는 실정. 얼떨결에 우리의 천장 촬영을 제지하지 못했던 중국 감독관은 촬영내용에 대해 내내 궁금해 하더니 급기야 공개를 안했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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