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후 항주의 진주공장을 방문했다.
단체여행을 처음 하다보니 정해진 코스대로 움직여야 한다는 게 안타깝고, 상품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장소를 여행코스에 집어 넣어 안내하는 게 답답했는데, 가이드의 설명대로라면 우리같은 단체여행객들에게는 의무적으로 한 성(항주는 절강성, 소주는
강소성)에서 2곳 이상의 장소를 방문해야 한다고 한다. 여행가이드는 각 성(省)별로 자격시험을 거쳐 자격증을 취득해야 하고, 특정 성에서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은 그곳에서만 가이드를 할 수 있다. 항주와 소주는 성이 틀리다 보니 우리 일행에게는 소주/상해를 안내한 가이드와 항주를
안내한 가이드가 따로 동행했다. 그리고, 이들 가이드들은 의무적으로 각 성별로 특정 장소(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특산물 생산 공장, 농장 등)중
2곳을 골라 안내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여행객들이 그런 곳은 가지 말자고 해도 어쩔 수가 없다는 답한다. 중국에서는 관광객들의 호주머니를
열게 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런 방법을 택하는 것 같다.
그런 연유로 항주에서는 진주공장과 용정차밭을 가게 되었다.
진주공장은 찾기가 어려웠다.
가이드와 운전기사가 한참동안 헤매야 했고, 다른 가이드에게 전화를 해 겨우 찾아낼 수 있었다. 안내한 가이드가 오랜만에 진주공장을 찾아온 이유도
있었지만 공장 입구의 도로를 확장공사를 하고 있어 인근 지형이 많이 변했기 때문이란다.
공장 입구 도로는 왕복 2차선이었는데 한창
4차선으로 확장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도로 양쪽의 주택들을 철거하고 있었고 굴착을 통해 하수관을 새로 묻고 있었다. 공사 현장이 우리나라와
비교한다면 굴삭기가 있어야 할 곳에 사람들이 삽과 도끼로 땅을 파고 있다. 중장비가 부족한 이유도 있겠지만 인건비 걱정이 없고 일자리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길이 확장되는 곳에는 철거중인 주택들이 많은데, 우리나라처럼 철거반대나 보상액 인상과 같은 사회문제는 전혀
없다고 한다. 토지는 국가소유이고 건물만이 개인소유(배급)이기 때문에 도시계획에 의해 철거되는 주택을 대신하여 다른 곳에 비슷한 주택을 지어
주면 된다는 것이다. 새로 지은 집으로 옮겨가는 사람은 새집으로 이사하기 때문에 대부분 환영한다고 한다. 그런 이유에서 도시계획은 당국에서
원하는 대로 쉽게 이루어진다. 이런 계획경제하에서의 중국은, 일본이 100년 걸리고, 한국이 30년 걸린 일을 20년이면 이룰 수 있겠다는
포부를 가질 수 있는게 당연하지 않나 여겨진다.
진주공장은 서호에서 양식한 진주조개에서 진주를 채취하여 이를 가공생산한다. 오전에 보았던 서호는 빼어난
경관으로 나의 마을을 붙들던 곳인데, 그곳 어딘가에는 진주조개 양식장도 있나보다. 양식장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으나, 중국에서 생산되는
진주의 70%도 서호에서 난다고 한다.
진주조개라는게 우리나라의 통영바다에서도 양식이 된다는 걸 TV에서 본 것 같은데, 대체로 바다에서
양식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바다뿐만 아니라 민물에서도 양식이 가능한 가 보다. 진주공장에서는 진주조개에서 진주를 채취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
주는데, 상품 판매가 주목적이다 보니 설명은 성의가 부족하다. 바다 진주조개는 1개의 진주를 품고 있지만, 민물 진주조개는 3-10개의 진주를
품는다고 설명해 준 것 같다. 그런 이유에서 바다산보다는 가치가 좀 떨어지지 않나하는 의문을 가졌지만 확인해 보지는 못 했다.
다음 목적지는 용정차밭이다. 차를 즐겨 마시는 중국에는 600여종의 차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용정차와
보이차가 가장 유명하다고 한다.
좋은 차를 마시러 간다는 즐거움과 한국 보성의 차밭에서 느꼈던 편안함을 기대하고 버스에 오른다.
차창밖의 풍경은 산과 숲이 많아지고 가끔 차밭과 대나무숲이 지나치고, 건물 외벽에 <茶>라고 쓰여진 찻집이 점차 자주 보인다.
용정차를 재배/생산하는 매갈촌은 매우 부유한 지역이란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고급
승용차를 소유하고, 항주의 미인들을 부인들로 데려온다나.. 도착한 차밭 인근 마을들이 경치도 좋고 주변에 고급 승용차도 많아 보이고 깨끗하다.
차밭에 도착하자마자 안내하는 곳은 용정차를 마실 수 있는 휴게실 같은 곳이다. 포장된 차를 내놓고 끓인
차를 시음할 수 있도록 개개인에게 한잔씩 돌려 준다. 얼마나 많은 관광객이 오고 얼마나 많이 차를 따르는지 아가씨의 손놀림이 정확하다.
보이차 : 58년 개띠 보이차로 시가 30만원 상당이란다. 사진 우측이 용정차캔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용정차는 70%는 국가가 가져가 전국적으로 배포하고, 30%는 자체적으로
판매가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판매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한국에서 판매되는 보이차나 용정차의 대부분이 가짜라고 한다.
용정차의
깊은 맛은 특별히 구별되지는 않는다. 다만 식당에서 마시는 차보다는 좋은 것 같고, 한국에서 티백에 담아 판매되는 동서녹차보다는 낫다는
생각이다. 차를 마신 후, 차밭 건물에 위치하고 있는 기념품 판매점을 구경하다 아주 희한한 상품을 보았다. 돼지의 허벅다리를 벽에 걸러놓고 팔고
있는데, 점심 때 동파육을 먹으며 들었던 '돼지가 많은 지역'이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이 허벅다리를 어떻게 먹는 건지 참
궁금하다.
건물을 나서 드디어 차밭에 가 보았다. "차밭에 왔으면 먼저 좋은 공기와 차밭을 산책하게 하고 차밭
모퉁이에서 차를 판매하면 장사가 더 잘 될텐데, 오자마자 건물로 들어가 차 한잔 마시라고 하니 장사를 잘 못 한다"며 일행들끼리 투덜거렸다.
차밭을 잠깐 거닐었지만 경치는 한국의 보성만큼은 못 하다. 중국에서는 차잎은 여자들만이 딸 수 있단다. 술, 담배를 즐기는 손으로 잎을
따다간 차가 제 맛을 낼 수 없으므로 남자는 못 딴단다. 황제가 군림하던 시절에는 황제가 마시는 차잎은 15-18세의 여성들만이 차를 딸 수
있었다고 한다. 그것도 입으로만.
다음 목적지는 육화탑이다. 전단강이라는 강가에 위치한 육화탑은 북송시절의 탑이라는데 육화라는 이름에
대해 정설과 전설이 있다. 정설은 불교의 육합(六合)인 천지사방(天地四方)에서 유래한다는 것이고, 전설은 육화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에게서
유래됐다는데 내용은 이렇다.
북송시절에 전단강에 사는 용이 심술이 심하고 못된 짓을 많이 하여 백성들의 원성이 높았는데 하루는 이 마을에서
제일 아름다운 육화라는 소년의 엄마를 납치하여 강물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에 화난 육화가 매일매일 용이 사라진 강으로 돌을 던졌고 물속에서
돌을 얻어 맞던 용이 엄마를 돌려 줄테니 돈을 그만 던지도록 빌었다. 육화는 그것만으로 안 된다고 하여 일년 중에 하루(8월 18일)만 봐
주기로 하고 다른 날은 얌전히 지내도록 하라고 했다. 그 이후로는 용이 얌전하여 전단강이 평온하며, 8/18쯤 되면 잔잔하던 강이 갑자기
파도치며 물이 용솟음 친단다. 바닷물이 전단강을 거슬로 와 강물과 바닷 파도가 부딪치는 것이란다.
비가 조금씩 내리다 멈춘 후라 무척 상쾌한 기분으로 조금 언덕위에 위치한 육화탑에 가 보았다. 육화탑의
꼭대기까지 걸어 올라 갈 수 있다고 하는데, 올라가 봐야 날씨가 흐려 경치가 보잘 것이 없을 것 같아 올라가지는 못 했다.
육화탑 입구에
위치한 찻집에 비로 인해 손님은 없고 테이블도 비에 젖어 앉지는 못 하고 이국적인 찻집의 분위기만 카메라에 담았다.
육화탑을 마지막으로 항주여행을 마치고 버스는 달려 상해로 향한다. 상해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서커스
구경을 가기로 했다. 버스는 비에 젖은 고속도로의 아스팔트를 조금의 비툴림도 없이 일직선으로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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