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7일 (토)
아침 일찍 호텔에서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며 깜짝 놀랬다. 어제 저녁 돌아다니며 보았던 길거리 사이 어두운 골목길 뒤가 온통 아파트 단지였다. 내가 돌아다니던 시간이 저녁 10시경이었는데 그 시간에 이미 대부분의 집들이 불을 끄고 잠을 자고 있었단 말인가. 어제 저녁 난 불 켜진 건물을 거의 보지 못 했었는데...
보슬비가 내리며 안개가 짙게 드리워진 항주의 주택가 풍경을 호텔방 창문을 살짝 열고 찍을 수 있었다.
호수가 놓인 공원과 아파트가 좋은 도시 풍경을 연출하고, 붉은빛의 고층아파트 첨탑지붕은 유럽이라면 피렌체의 르네상스양식이라 일컫고 싶다.
아침 식사후 서호(西湖)를 향해 출발했다. 항주는 비가 많은 것이라고 하며 오늘도 구슬픈 비가 계속 내리고 있다. 서호를 향해 달리는
버스 안에서 이제야 비로소 산이 나오고 숲이 나온다. 지금껏 차창 밖으로 보이는 나무는 평지에 놓인 농사꾼들에게 그늘을 제공하는 그런 나무
뿐이었는데, 항주에 오니 비로소 울창한 숲을 이룬 산다운 산이 펼쳐진다.
서호에 도착하여 관광객을 위한 배에 올랐다. 약 30분간의
서호유람을 하였는데 아쉽게도 날씨가 흐리고 간간이 비까지 내려 좋은 경치는 물안개 속에 가려지고 있다. 호수의 규모를 가늠하기가 힘들다. 한국의
충주호를 가 보았는데 충주호보다는 작은 것 같기도 한데 서로 비교하기 어려운게 충주호 주변은 모두 높은 산으로 호수가 막혀 있어 호수의 끝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서호는 호수 주변으로 산을 찾아 보기 힘들고 제방으로 막혀 있다. 제방 뒤로도 넓은 평원이 있을 것으로 여겨지니 끝을
가늠하기 힘들다. 서로 비교하기가 힘들다. 호수의 규모는 가늠하기 어렵지만 주변의 둑이 낮아 큰비라도 내리면 쉽게 범람할 것 같다.
서호는 북송시절에 소동파가 제방을 쌓아 만든 담수호수였으나, 지금은 물의 오염 문제로 물이 흐르도록
퇴출구를 만들어 그 물이 경항대운하로 흘러가도록 하고 있단다. 서호에는 큰 섬도 있어 섬안에 오래된 절도 있고 멋진 탑도 있다고 하는데 섬에
배를 내려 보지는 못 했으며, 호수 주변의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 예로부터 유명한 사람들이 들러 시 한수 읊은 것이란다. 장개석이 홍군에 밀려
중국대륙에서 쫓겨가기 전 이곳에서 식사를 하고 대만으로 갔다고 한다. 청나라 서태후는 서호를 찾아와 아름다운 경치에 감동하여, 서호를 그림으로
그려 실축하고 이를 그대로 북경에 복원하였는데 그 곳이 이화원( 和園)이라고 한다. 북경에 가게 된다면 한번 가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보슬비가 끊임없이 내리고 물안개가 드리워진 이국의 호숫가에서 빗물에 옷 젖는 것도 모르는 체 뱃사공이 노를 젓는 나룻배를
바라보며, 그 배 위에 내 몸도 함께 띄워놓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하염없이 머물고 싶은 안타까운 심정을 서호에 남겨놓은 체 비를 맞으며 버스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였다. 이 곳에도 관광객이 넘쳐 나고
관광객을 태우고 온 버스도 많이 주차되어 있다.
거리를 지나며 중국의 버스들을 유심히 살펴 보았다. 한국의 중고 버스를 중국에 많이 수출하고 있기 때문에 혹 현대, 대우, 기아 버스들을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로.. 하지만 대부분의 버스가 중국 자체 브랜드로 한국산은 한 대도 볼 수 없었다. 워낙 큰 나라라
버스제조회사도 많을 것 같고 지역별로 차이가 있을 것이라 생각되는데, 이 곳에서는 KING LONG이라는 브랜드를 가진 버스가 가장 많았다.
이곳 주차장에 세워진 버스들이 대부분 30인승 정도의 중형버스였는데 세 대 모두 KING LONG 브랜드였고 모양은 우리나라 버스와 비슷하다.
중국은 자동차를 객차(客車), 버스를 기차(汽車), 기차를 화차(火車)라고 한단다.
우리 일행이
타고 다닌 중대기차(中大汽車)회사에서 만든 Zanda 브랜드의 버스 운적석, 운전석 우측의 작은 스크린은 버스 뒷 부분의 하체를
보여준다
이곳의 대중버스는 차량 번호앞에 K,Y 등의 알파벳이 써져 있다. K는 에어콘/난방이 되는
버스이고, Y는 관광객용으로 좌석이 나무로 되어 있고 창문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바깥 경치를 보기 편하게 만들었다. 버스요금은 에어콘이 있는
버스가 없는 버스보다 비싸다고 한다.
다음 목적지는 영은사다. 한국에서는 지역마다 대찰이 있고 어릴 적부터 절을 많이 다니다 보니 친숙한
곳인데, 이곳의 절도 비슷하다. 절간 입구 주변에는 노점상 등 기념품 판매하는 곳이 있고 입장료를 내고 들어서면 입구에서 옷깃을 한번 여미게
되고, 대웅전 등 절간이 있는 곳까지 가기 위해서는 잘 다져진 산책로와 같은 길을 걸어야 한다. 영은사에도 사람이 엄청
많다.
대웅전까지 걸어가며 주변의 암벽에 조각된 여러 부처상을 보게된다. 여러 불상중에 유독 인기가 있는 불상이 있는데 발이 반질반질하다.
이 부처님의 발을 만지면 부귀를 누릴 수 있다고 해서 많은 중국인들은 이 불상의 발을 만진다고 한다. 얼마나 만졌으면 이리도
반질거리는지..
중국에서는 달마대사가 인기가 많다고 한다. 풍만한 배와 배꼽을 내놓고 안면에 환한 웃음을 짓는 달마대사는 우리나라에서도 그림이나 조각으로
많이 볼 수 있는데, 중국에서는 달마대사의 풍만한 배를 만지며 "애기 낳게 해 주세요"라고 기원한단다. 예전에는 다산을 기원했겠지만 요즘은
인구억제정책으로 1명만 낳을 수 있어 "아들 낳게 해 주세요"를 기원하고, 여유가 되는 사람들은 "아들딸 쌍둥이 낳게 해 주세요"를
기원한다나..
영은사의 경내에서 오백나한전과 대웅전을 들어가 보았다. 오백나한전은 오백명의 명승을 실물 두 배 크기로 각각
만들어 금동한 것인데 절간 안에 번쩍번쩍 빛나는 명승들의 조각이 있다보니 건물 자체도 크고 으리으리하다. 저녁에 해진 후에는 감히 들어가기가
무서울 것 같다. 사진을 찍어보고 싶은 마음 간절했지만 실내촬영을 금지하고 열심히 지키고 있어 포기했다.
대웅전에는 10M가 넘는 좌불상이 있다. 석가여래좌상의 부처님은 볼이 좀 빵빵한 걸 빼고는 우리나라 어느 사찰의 부처님과도 비슷한 표정과
체격을 지녀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대웅전 앞에는 온갖 민족이 다 모여 있어 인종박람회장을 연상시킨다. 대웅전 간판아래 항일전쟁 승리
60주년 기념 세계 평화법회를 알리는 붉은 천이 걸려 있다. 광복 60주년을 우리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경축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광복은 특별한 기념일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일본에 대한 악감정은 우리 민족 이상일 것이라 생각된다. 영은사 경내에는 여러 나라들의 관광객이 많다 보니 "사진촬영 금지"와 같은 안내 표지판에도 여러 나라 글씨가 쓰여져 있는데, 중국어(한자), 한글, 영어, 불어 뿐이다. 일어는 없다. 이런 모습에서도 일본에 대한 증오를 느낄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 "일본인들은 한자를 읽을 수 있으니 굳이 일어를 안 써 쥐도 되는 것 아니냐, 그래서 안 쓴 것 아니냐"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증오심에 일어는 쓰지 않았으리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된다. 그렇지 않을까...
점심은 소동파가 만들었다는 동파육을 먹으러 갔다. 북송 시절 이곳에 부임한 소동파가 이곳 사람들이 돼지를 많이 기르는데 돼지고기를
잘 먹지 않자, 스스로 돼지고기를 요리하여 백성들에게 먹였다고 하여 이 요리를 동파육이라고 한단다. 좀 느끼하긴 했지만 먹을 만 했다.
동파육 식사 : 사진에 개개인 마다 나누어 준 흰 사발안에 놓인 고기 한 덩어리가 동파육이다. 참
인심이 매정하다고 생각했다. 겨우, 한 덩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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