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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 |
<문화산업 키워야 한류(韓流)도
산다-2> “할리우드 시스템 벤치마킹을” |
인맥으로 본 문화산업의 현장 |
한류의 최전선엔 연예인 스타가 있다. 그들을 뒷받침하는 것은 문화산업적 기반이다.
그 기반을 튼실히 다지기 위해선 역시 인맥, 즉 사람의 그물이 잘 짜여져 있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한류를 이끄는 영화, 음악, 방송-드라마
분야에서의 인맥은 유동적이다. 제작, 기획사들이 합종연횡을 통해 생존, 발전을 도모하고 있으며 다른 분야와의 연계도 활발히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속에서 현재 한류 현장을 적극적으로 누비고 있는 대표적 인물을 꼽아봤다. 그들을 통해 한류의 움직임을 대강이나마 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역할을 간략히 정리하는 한편 그들의 해외진출 프로그램과 전략에 대해서도 알아봤다. 또한 정책 당국에 바라는 산업현장의 요구도 들어봤다. 김주성 CJ엔터테인먼트 운영총괄 상무 “할리우드의 스튜디오 시스템을 면밀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김주성(45) CJ엔터테인먼트 운영총괄 상무는 동남아시아는 물론 각국에서 불고 있는 한류열풍을 ‘우리 대중문화 산업의 기회’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조직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세계 영화시장을 겨냥한 할리우드의 전략을 언급했다. 기획부터 제작, 배급에 이르기까지 치밀하게 구성된 할리우드식 시스템에서 우리 영상산업의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선 우리 대중문화에 대한 각국의 폭발적인 관심을 문화산업의 성장동력으로 활용하는 데 필요한 두가지 실천적인 과제를 제안했다. 첫번째는 해외 콘텐츠 판매시장에 대한 세분화된 접근이다. 김 상무는 한국을 명실상부한 아시아 대중문화 발신지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해외시장에 공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밥상 위에 특정한 반찬이 자주 올라야 비로소 그 맛을 알고 찾게 되듯이 우리 콘텐츠를 꾸준하게 공급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 CJ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영화 판매로만 70억원의 해외 판매실적를 올렸다. 올해 실적은 현재까지 120억원으로 늘었고 연말까지는 15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1년 만에 2배가 넘는 성장이다. 그러나 그는 “지금까지와 같은 판매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잘라 말했다. “일단 해외시장에 직접배급 형식으로 접근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지금까지와 같이 뚝 잘라서 영화판권을 넘겨주는 방식으로는 이윤도 적을 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의 소비자들의 특성이나 욕구를 점검해 볼 수 없습니다. 한마디로 시장을 알수 없다는 것이죠.” 아직 이에 대한 경험이 일천해 당장은 해당국가의 파트너를 통해 배급하는 방식이 되겠지만, 앞으로 지속적인 콘텐츠 공급을 위해서는 해외 배급시장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시장지배력을 확대하고, 지속적인 콘텐츠 개발로 우리 대중문화를 전파해나가자는 것이다. 김 상무는 이어 두번째로 해외 현지 생산구조를 갖춰나가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중국시장을 예로 든다면 우리는 기획과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중국에서는 중국배우와 감독을 기용해 영화를 제작하자는 것. 이른바 현지화 전략인 셈이다. 그는 “우리가 과거 겪었던 산업화 과정을 이제 밟고 있는 다른 나라에서는 과거 우리의 문화적인 취향이 당연히 공유될 것”이라며 “우리가 과거 어떤 문화상품에 열광했었는가를 되짚어 보면 경쟁력 있는 문화상품을 기획하고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제시한 과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물론이다”고 짧게 답한뒤 “곧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음직스럽게 덧붙였다. 박경일기자 parking@munhwa.com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 가수 보아(20)의 성공은 분명 한국 대중음악계에 효험있는 자극제 역할을 했다. 그가 일본 시장에서 외형적으로만 연 1000억원대의 매출액을 올리며 ‘1인 기업’으로 자리잡자 ‘제2의 보아’를 만들어 내기 위한 갖가지 프로젝트가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외 시장의 성공 여부는 단시간에 판가름나는 것이 아니다. 한 명의 한류 스타를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공과 품을 들여야 한다. 물론 기획사의 치밀한 전략도 뒷받침돼야 한다. 보아를 키워 낸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한류 전략 제1조는 다름 아닌 ‘현지화 전략’이다. “초등학교 5학년생이었던 보아에게 가장 먼저 가르친 것이 외국어였죠. 보아는 방학 때면 일본에 머물면서 집중적인 어학 훈련을 했어요. 자신이 활동할 나라의 언어를 모르고서는 성공할 수 없죠.” SM 이수만(53) 프로듀서의 설명처럼 보아는 ‘한국인이지만 한국인답지 않게, 일본인이 아니지만 일본인답게’라는 방정식에 충실했다. 특히 일본과 중국에서 최근 ‘안티 한류’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SM의 한수 앞을 내다본 전략에 새삼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한류가 한 방향으로만 흘러서는 곤란합니다. 언젠가는 역풍을 맞게 되거든요. 한류 전략도 시장 환경에 따라 자유롭게 변신할 수 있어야 하죠. 이제 우리 가수가 현지에 가서 돈만 벌고 오겠다는 사고방식은 곤란합니다. 그쪽에도 이익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죠. 우리는 기술을 주고 그쪽에서는 자본을 대는 식 말입니다.” SM이 오는 11월 중국의 방송사와 협력해 그룹 ‘동방신기’‘천상지희’의 중국인 멤버 선발을 위한 오디션 프로그램 ‘HOT ASIA’를 방영하는 것은 바로 이같은 전략이 적극 반영된 결과다. SM은 이 TV 프로그램을 통해 중국 5개 도시를 순회하며 뽑은 100명 가운데 남녀 한 명씩을 선발, 각각 ‘동방신기’와 ‘천상지희’의 중국인 멤버로 참여시킬 예정이다. 더욱이 16세 중국 소녀 장리인을 한국과 중국에 동시 데뷔시켜 SM이 아시아 시장에 선보이는 첫 중국인 가수로 만들겠다는 계획은 한 차원 더 세련돼진 현지화 전략이다. 이 프로듀서는 그룹 ‘H.O.T’가 90년대말 중국 시장에 첫발을 디뎠을 무렵부터 중국에서의 1등이 아시아에서의 1등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류의 원동력을 국내에서 찾는다. “무차별적인 불법다운로드로 인해 국내 음악 시장이 거의 사장되고 있어요. 국내 시장을 발판으로 아시아 시장에 진출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 힘을 얻지 못한다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해외에서만 수익을 내는 구조로는 지속적인 한류를 기대하기 어렵죠.” 이승형기자 lsh@munhwa.com 은문기 KBS 글로벌전략팀장 “이제 한국드라마는 특정히트작 1, 2개를 유행시키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아시아지역 TV에서 상시적으로 접하는 일종의 방송군으로서 자리잡았다고 생각합니다.” 은문기(45) KBS 글로벌전략팀장은 한달에 두세번꼴로 해외시장을 찾아가고 있다. 동남아시아를 비롯, 일본과 중국에서의 러브콜 때문이다. 아예 메인시간대에 한국드라마를 일제히 방영하는 대만을 비롯, 아시아 지역에서 한국드라마는 교양다큐멘터리, 동물다큐멘터리 등과 마찬가지의 방송군으로 자리잡아 한국드라마를 선점하려는 해외바이어들이 크게 늘어났다. 방송드라마의 가치는 국내에서보다 해외에서 더욱 크게 발휘된다. 흔히 국내에서는 다큐멘터리 등 수준 높은 방송물의 수출은 높이 평가하면서 드라마수출은 낮게 평가하려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전세계 방송사중 KBS나 BBC같은 공영방송사 구조를 가지고 있는 나라는 극소수. 대개 철저한 상업방송이므로 드라마에 대한 수요가 크고, 방송콘텐츠로서의 위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한국드라마를 효과적으로 확대하려면 세계 곳곳에 편성권을 가진 채널이 있어야 합니다. 수출을 통한 드라마 방영은 상대방송사가 편성권을 쥐게 되므로 한류를 지속적으로 확대시키는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지금은 한국드라마에 대한 아시아시민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지만, 장기적으로 전세계를 상대하려면 반드시 고정적인 채널이 필요합니다.” KBS월드 등의 라인을 고수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라는 것. 드라마 수출에 따른 예상외 수익 등 단물에 빠지지 말고, 이를 채널확보라는 투자로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 은 팀장의 확고한 원칙이다. 가령 동남아에서 열광적인 한류도 당장 인도나 중동처럼 인접한 국가에 가면 전혀 생소한 문화로 본다는 것. 따라서 개별적인 수출노력과 함께 장기적으로는 채널을 확보해 꾸준히 한국문화를 전파해야 효과적인 시장공략이 된다는 생각이다. 이런 원칙하에서 은 팀장은 정부의 과감한 투자도 요구했다. “사실 개별 방송사나 드라마 제작업체들이 뛰어드는 시장에 정부의 구체적 역할이 뭐가 있겠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류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이 분야에 대한 꾸준한 지원으로 우수한 인력이 몰려들고, 신규지역에 대한 집중적인 문화소개작업 등 전략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특히 은 팀장은 그는 프랑스 칸지역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TV전시 및 판매행사인 밉컴(MIPCOM)등 해외 유명마켓을 공략할 때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드라마가 아시아지역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음에도 세계 TV페스티벌과 콘텐츠시장에서는 부스위치부터 푸대접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 반면 일본, 중국 등은 정부 관련부서가 행사위원회에 압력을 행사하거나 고위직 관료를 보내 막후지원하는 등의 지원을 펼치고 있다. “우리 역시 방송사는 방송사대로 방송 콘텐츠 직접수출과 고정채널 확보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하고, 정부도 이를 꾸준히 지원하는 방식을 넓혀가야 한류를 세계적 상품으로 부각시킬 수 있습니다.” 이인표기자 lip@munhwa.com |
기사 게재 일자 :
2005년 10월 14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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