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한강의 재발견] |
송림과 바람 놀던 곳 회색 아파트 숲으로 |
300년 전 겸재 붓 끝의 한강 풍경과 오늘 … 개발 논리에 아름다움은 상처받고 파괴 |
압구정
세 번째는 아파트촌으로 뒤바뀐 압구정동 일대의 옛모습이다. 이 작품은 잠실 쪽에서 배를 타고 오면서 본 시선으로 압구정동과 옥수동, 금호동 일대를 한 폭에 표현하고 있다. 그림에서 강 건너 바로 보이는 곳이 중종 때부터 독서당을 두었던 두무개이고, 멀리 뒤쪽으로 정상에 소나무 한 그루가 보이는 검은 산이 남산이다. 사진에서는 이 위치에서 남산이 보이지 않지만, 남산 정상의 나무는 6·25전쟁 때까지만 해도 그 자리에 서 있던 서울의 상징이었다. 겸재의 그림 묘사가 얼마나 사실적이었는지를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겸재가 원근을 무시하면서 압구정 뒤로 관악산, 청계산, 우면산, 남산 등까지 모두 그려넣은 까닭은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사방 명산의 경계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이처럼 빼어난 경관으로 역대 권문세가들이 항상 탐냈던 이곳의 경관은 겸재의 화폭에서 생생히 되살아난다. 언덕 아래 길게 뻗어난 백사장에는 몇 척의 배들이 돛 폭을 내린 채 쉬고 있고, 두어 명의 사공들이 거룻배 한 척을 강 쪽으로 밀어내고 있다. 백사장 가까이에는 바지 걷은 사공 한 사람이 물속에 들어가 배를 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늙고 큰 나무들이 군데군데 자란 송림의 운치도 화면 가득 넘쳐흐른다. 1970년대 현대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일대는 아파트촌으로 바뀌었고, 백사장 근처의 강변도로 위로는 이제 하루 종일 차량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당대 최고의 권문세가들이 이 지역을 탐내는 것만은 변치 않았다. 압구정 정자 자리는 현재 동호대교 옆 현대아파트 11동 뒤편이라고 한다.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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