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쉬반도 초입에서 본 남쵸호수>
라켄라 고개에서 본 남쵸는, 엄마품에 안긴 아이처럼 멀리 눈 아래에 있지만 역시 ‘하늘의 호수’라는 뜻에 걸맞게 그 크기는 한 눈에 담을 수가 없을 만큼 장대하다.
녠첸 탕구라 산맥을 휘돌아 라켄라산을 벗어나서도 20여 km를 더 달려야 남쵸호수를 제대로 볼 수 있다. 녠첸 탕구라
산맥의 눈과 얼음이 녹아 만들어진 호수에는 크고 작은 섬 다섯 개와 반도가 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타쉬(札西)반도를 향해 탐험대는 미끄러지듯
질주한다.
<남쵸호수의 상징같은 합장바위>
탐험대원들은 끝없이 펼쳐지는 호수 크기에 놀라고 하얀 산맥과 어우러진 절묘한 풍경에 연신 감탄사를 내뱉는다. 조물주가 만든 호수라지만 히말라야 산맥 사이에 이처럼 거대하고 맑은 호수가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다는 표정이다. 황홀함과 신비함이 채 가시기도 전에 남쵸호수의 상징같은 합장바위가 눈에 든다. 셀 수 없이 붙여진 룽다와 타르쵸가 티베트인들의 신심을 미루어 짐작케 한다.
남쵸호수는 티베트인들에게는 성스러운 호수이기 때문에 순례자들이 평생에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 중에 하나라고 한다.
특히 양띠 해에 남쵸호수를 돌면 다른 해보다 더 빨리 윤회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에 12년마다 남쵸호수는
그야말로 북새통이 된다.
바다 같은 호숫가 주변에는 오색찬란한 룽다와 타르쵸가 겨울바람에 세차게 펄럭이고, 호수 여기저기에는 누군가가 만들었을 마니석과 돌탑 등이 산재해 있다.
그러나 순례에 나선 사람들이 쉴 새 없이 코라를 돌며 옴마니반메훔을 외쳐야 할 호수가에,
단 한명의 순례자도 없이 기념품을 파는 행상과 조랑말을 태워주는 장사꾼뿐이다.
순례자가 없는 시기라고 하지만 오체투지를 하는 순례자들의 숭고한 신심을 촬영하고자 그 먼 길을
달려 온 탐험대에게는 기가 막힌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어찌 성지라는 이 넓디 넓은 호수에 순례자가 한 명 없을 수 있단 말인가. 겨울을 맞고 있는 남쵸호수는, 눈을 뒤집어 쓴 녠첸 탕구라의 의연한 자태와 바다 같은 파도가 거친 파열음으로 자꾸 호기심을 유발하고 있었지만 그럴수록 외로움과 고독이 엄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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