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되찾은 서울 난지도] 上. "쉿~ 지금 아기 새가 태어나고 있어요"
쓰레기 산이 생명의 땅으로 '탈각'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여름철새인 이 새가 난지도로 날아들어 새끼를 키운다는 것은 맑은 물과 먹이인 수변 곤충이 풍부하다는 것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난지도는 한강 하류에 생성된 삼각주다. 난초의 향이 그윽해 난지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땅콩과 수수를 키우던 곳이었다. 갈대와 어우러지는 석양은 영화 촬영장으로 이용될 만큼 아름다웠었다. ▶ 악취만 진동하던 난지천이 생명을 품는 맑은 하천으로 다시 태어났다. 쓰레기를 치우고 한강물을 끌어들여 오염물질을 씻어낸 결과다. 맑은 물은 난지도 생태계를 살려내는 생명수가 되었다. 갓 태어난 흰뺨검둥오리들이 어미 뒤를 따라다니는 모습이 평화롭다. 그러나 쓰레기 매립이 시작된 1987년 이후 섬은 먼지.악취.파리의 '삼다도(三多島)'로 악명을 떨쳤다. 매립이 끝난 섬은 높이 98m의 거대한 '쓰레기산' 으로 변했다. 모두가 입을 막고 얼굴을 돌리는 버려진 땅이 돼버린 것이다. 무엇이 죽음의 땅에 생명을 불어넣었을까? 이정우 교수(삼육대 응용동물학과)는 '자연의 위대한 복원력과 인간의 노력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말한다. 서울시는 공원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토양 안정화를 위해 쓰레기 위에 흙을 덮었다. 유해가스 처리를 위한 시설도 만들었다. 또 차수벽을 설치해 쓰레기 침출수를 처리했다. 한강물을 끌어들여 오염에 찌든 난지천을 씻어냈다. 복토를 위해 퍼 온 흙에 풀씨가 묻어와 꽃을 피웠다. 맑은 물이 흐르자 곤충과 새가 찾아들었다. 수년 동안 인적이 끊긴 난지도는 자연의 놀라운 복원력으로 '더러워진 몸'을 스스로 씻어낸 것이다. '사람의 발길이 끊기면 자연은 살아난다' 는 생태계의 속설이 또 한번 입증된 셈이다. 난지도 생태 보고서에는 이곳에 식물 547종, 조류 53종, 족제비 등 포유류 11종이 살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서울시는 난지도 토양의 안정화 시점을 2020년으로 잡고 있다. 생태회복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계속돼야 함은 물론이다. 내년 봄 꼬마물떼새 새끼들이 다시 그들의 고향인 난지도를 찾아와 새 생명을 잉태하는 모습을 그려 본다. <상세화보는 www.joongang.co.kr에서 볼 수 있습니다> 사진.글=안성식 기자 포란 어미새의 새끼 사랑이 눈물겹다. 폭우 속에서도 꼬마 물떼새 어미의 알 품기는 하루종일 계속됐다. 산란 꼬마물떼새는 주로 강가 모래밭을 오목하게 파서 둥지를 만든다. 산란을 끝낸 뒤 암컷과 수컷이 주위를 경계하고 있다. 방어 꼬마물떼새는 둥지 근처에 침입자가 나타나면 알을 보호하기 위해 '요란한 몸짓(의태.擬態)'을 해 침입자의 시선을 자신에게 유도한다. 부화 마침내 껍질이 깨졌다. 어미는 행여 천적들의 해코지가 있을까 둥지를 떠나려 하지만 철없는 새끼들은 어미 품 속을 파고 든다. 이동 알을 깨고 나온 새끼는 곧 어미새를 따라 둥지를 떠난다. 둥지가 바닥에 노출돼 있어 뱀을 비롯한 천적들의 사냥감이 되기 때문이다. 백로가 난지천에서 피라미 한 마리를 낚아올리고 있다. 난지천에는 15종의 물고기가 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파랑새 한 마리가 먹이를 찾아 날아오르고 있다. 머리와 꽁지는 검은색, 부리와 다리는 붉은색이지만 몸 전체는 진한 청록색이다. 주로 큰 고목이 있는 침엽수림이나 혼효림에 산다. 황조롱이(천연기념물 323호)가 난지도 상공에서 먹잇감을 노리고 있다. 맹금류가 서식한다는 것은 난지도의 먹이사슬이 자리를 잡았다는 것을 뜻한다. 난지도가 생명을 품는다. 새가 돌아왔다. 먹이를 찾아 나선 족제비가 풀숲을 뛰어다니고 맑은 물에는 피라미가 알을 낳는다. 자연의 놀라운 복원력과 인간의 노력이 '죽음의 섬'을 생명이 꿈틀대는 생태공원으로 살려낸 것이다. 공원으로 몸단장을 한 105만평의 난지도에는 식물 438, 곤충 241, 조류 53, 포유류 11, 파충류 13종 등이 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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