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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한국에선 맥못춘 美 ‘리얼리티 프로’

[방송]한국선 맥못춘 美 ‘리얼리티 프로’
#1. 미국 폭스TV에서 제작된 리얼리티 쇼 ‘아메리칸 아이돌’. 신랄한 비평 덕에 ‘악마’라 불리는 심사위원 사이먼 코웰이 “이런 노래는 들어본 적도 없다. 호텔 지하 클럽에도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며 무대에 선 출연자에게 면박을 준다. 출연자는 “나야말로 ‘아메리칸 아이돌’이다. 내 진가를 몰라본 당신은 언젠가 후회할 것”이라며 되받는다. 관객들은 출연자와 심사위원의 황당한 설전을 흥미롭게 바라본다.


#2. 프로듀서 겸 가수 박진영이 심사위원을 맡았던 SBS ‘슈퍼스타 서바이벌’. 박진영이 최종 탈락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끼있는 사람을 뽑지 착한 사람을 뽑는 게 아니다”라고 말하자, 네티즌들은 일제히 ‘가혹하다’는 반응을 게시판에 올렸다. 참가자들은 같은 팀끼리 헐뜯을지언정 장래의 ‘사장님’이 될지도 모르는 박진영에게 감히 대들지 못했다.

2000년 미국 CBS가 제작한 ‘서바이버’를 필두로 미국과 유럽 방송가에는 경쟁형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대거 제작되기 시작했다. 막대한 상금이나 데뷔 기회를 두고 많은 일반인들이 경쟁을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형식이다.

그러나 외국 트렌드에 민감한 한국 방송가에선 아직 이같은 프로그램이 자리잡지 못했다. 최근 ‘슈퍼스타 서바이벌’이나 신인연기자를 뽑는 KBS의 ‘서바이벌 스타오디션’은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왜 그럴까.

 


◇경쟁은 힘들어=방송가 안팎에서는 한국인 특유의 ‘온정주의’ 때문에 경쟁형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기 힘들다고 분석한다. 자본주의의 경쟁과 탈락 시스템에 익숙한 서구와 달리, 한국인들은 누군가가 낙오되는 것을 보고 즐기는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다.

KBS관계자는 “애초 경쟁 구도를 표방한 ‘서바이벌 스타오디션’도 정작 방영이 시작되자 떨어진 사람에게 가혹하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며 “인터넷 여론에 민감한 청소년 참가자들도 자칫 경쟁자들을 비방하는 모습을 보였다간 인터넷 악플에 매장당할 수 있어 조심스러워 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박웅진 연구원은 이를 두고 ‘문화적 할인율’이라고 말한다. 이는 한 나라의 문화가 다른 나라에 전해졌을 때 받아들여지지 않는 부분을 말한다. 박연구원은 “미국, 유럽에서 인기 있는 경쟁 퀴즈쇼도 한국에선 맥을 못추고 있다”며 “서바이벌 형식으로 서로 경쟁하고 심하게 비난해야 하는 형식을 한국인들은 견뎌내지 못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경쟁형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을 탈락시키는 기준 자체가 불투명했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아메리칸 아이돌’의 경우 심사위원은 참가자들의 실력에 대해 평을 할 뿐, 당락 자체는 시청자들의 ARS 투표에 의해 결정됐다. 그러나 ‘슈퍼스타 서바이벌’에선 심사위원의 판단이 결정적이었고, 그나마 “색깔이 있다”는 정도의 모호한 평이 덧붙여질 뿐이었다. ‘아메리칸 아이돌’을 방영한 온스타일 관계자는 “외국 심사위원은 이유있게 냉정했지만, 한국 심사위원은 이유없이 냉정했다”고 말했다.

 

◇대안적 쇼프로그램은 없나=한국의 시청자들은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들이 출연하는 오락 프로그램에 익숙하지 않다. 그러나 언제까지 연예인들의 신변잡기, 언어유희, 사생활 폭로에 의존한 오락 프로그램만을 반복할 수는 없다.

개봉 영화에 출연한 배우가 TV를 홍보대행사처럼 활용하는 현상도 오락 프로가 연예인 출연자에게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리얼리티 프로는 TV가 나서 일반인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솔루션 프로그램’, 혹은 남녀 연예인들이 커플을 이뤄 게임을 즐기는 짝짓기 프로그램으로 변형해 진화하고 있다.

SBS의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가 전자, ‘연애편지’는 후자에 속한다. ‘연애편지’와 같은 짝짓기 프로그램은 연인을 각기 다른 섬에 두고 유혹에 빠트리는 ‘템테이션 아일랜드’나 ‘러브 서바이벌’의 연예인 변형판인 셈이다.

‘꿈의 피라미드’ ‘서바이벌 스타오디션’ 등을 만든 KBS 전진학 프로듀서는 “한국에서도 스타들의 섭외가 어려워지면서 일반인들을 출연시키는 오락 프로그램을 제작해야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며 “형식상 답보상태에 있는 한국 오락 프로그램에 일반 출연자들의 절실한 감정을 담을 수 있는 경쟁형 리얼리티 프로는 하나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넌 해고야”란 트럼프 유행어…아래 프로그램중 찾아보세요

2000년 미국 CBS의 ‘서바이버’ 첫번째 시즌 최종회는 5천1백만명 시청자들을 TV 앞에 끌어모았다. 이후 미국과 유럽의 방송사들은 앞다퉈 다양한 형식의 경쟁형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ABC에서 방영된 ‘배첼러’와 ‘배첼러렛’ 시리즈는 결혼을 소재로 했다. 모든 것을 갖춘 남성 혹은 여성이 수많은 이성과 번갈아 데이트하며 최종 승자를 고르는 방식이다. 매주 탈락자가 나오고, 참가자들은 서로 헐뜯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NBC에서 방영된 ‘어프렌티스(Apprentice)’는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프로그램의 호스트였다. 참가자들은 팀을 나눠 광고, 판촉 등과 관련해 트럼프가 제시한 임무를 수행하고, 진 팀 구성원 중 1명이 트럼프에 의해 해고된다. 최종 승자는 트럼프 소유의 회사 CEO로 채용된다. 트럼프가 탈락자에게 내뱉는 “넌 해고야(You’re fired)”는 미국내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프로젝트 런웨이’와 ‘도전 슈퍼모델’은 각각 디자이너와 모델로 데뷔할 기회를 준다. 신선한 감각의 디자이너를 뽑는 ‘프로젝트 런웨이’ 우승자는 한 패션 회사에서 자신만의 브랜드를 런칭할 수 있다. 모델 타이라 뱅크스가 심사위원으로 활약하는 ‘도전 슈퍼모델’의 우승자는 화장품 전속모델이 된다.

엽기적이고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초밥 속에 든 바퀴벌레를 먹거나, 전갈이 우글거리는 상자에서 오래 버텨낸 사람이 우승자가 돼 거액을 차지하는 ‘피어 팩터(Fear Factor)’가 대표적이다. ‘아 유 핫(Are you hot)’은 무대에 오른 수영복 차림의 남녀를 5초 내에 ‘섹시하다’ ‘아니다’라고 판단해 선정성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백승찬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출처 : 한류열풍 사랑
글쓴이 : 레드먼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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