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었다.
연이어 30도가 넘는 찜통 더위가 이어지면서 서울역에도 피서를 떠나기 위한 많은 인파가 몰리고 있다.
한껏 멋을 부린 복장의 피서 인파들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 그 곳,
설레는 맘으로 더위를 반기는 사람들의 다른 한 켠에는 무더위 속에서 고단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노숙인들이 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폭염 속에서 제대로 된 냉방기구 하나 없이 고스란히 찜통 더위에 노출된 노숙인들. 그들은 어떻게 이 여름을 나고 있는 것일까.
길 모퉁이에 지친 듯 쓰러져있는 한 무리의 노숙인들.
누워있는 노숙인은 제대로 호흡을 못하는지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다른 노숙인 역시 피부가 곪아있고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할아버지는 한 눈에 보기에도 심각해보이는 눈병을 앓고 있었다.
어제부터 종일 굶었다는 이야기에 시원한 음료수와 함께 약간의 돈을 드렸더니 매우 고마워 하신다. 받은 돈으로 컵라면이 가장 먹고 싶다는 할아버지.
한여름 혹서는 어떻게 견디고 있는지 묻자 "인생이 괴롭다. 여기..다 괴로운 사람들이다"라는 짤막한 답변만이 돌아온다. 갈 곳도 없고 의지 할 곳도 없어 그저 이렇게 그늘을 찾아 종일 누워있는 것만이 이들의 유일한 피서법이라고 했다.
서울역 광장. 무더위와 뙤약볕에 지쳐 그늘을 찾아 여기저기 쓰러져있는 노숙인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주위의 많은 인파 중 이들에게 신경쓰는 이는 아무도 없어 보였다.
한 노숙인이 지하도에 웅크린채 더위를 식히고 있다.
그러나 지하도 역시 밖의 온도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찜통이긴 매한가지다.
지하도에 차려져있는 초라한 살림살이들.
그러나 노숙인들에게는 비가 오면 비를 막아주고 고단한 몸을 누일 수도 있는 소중한 안식처이다.
12시가 되자 노숙자 선교회에서 제공하는 무료 배식이 시작되었다. 선교회는 일주일에 세 번, 하루에 보통 200인분에서 300인분의 식사를 준비한다. 그나마 날씨가 추운 겨울에 비해 여름이 되면 배식을 받으러 오는 노숙인들이 늘어난다고 한다.
인근 편의점에 들러 음료수와 먹을거리를 사가지고 또 다른 노숙인 무리를 찾았다.
이들 역시 한결같이 "갈 곳이 없다"고 말한다.
그나마 봄, 가을에는 인력사무소를 통해 막노동일을 구할 수 있지만 여름에는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그것마저도 50세를 넘기면 받아주지 않는다.
불볕 더위에도 특별한 방법 없이 그저 이렇게 그늘을 찾아 누워있는 것만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전부이다.
노숙을 한지 5년째라는 한 노숙인은 아무리 더워도 그나마 길바닥에서 얼어죽을 걱정이 없는 여름이 겨울보다는 낫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도 더위에 몹시 지친 모습이었다.
낮에는 뜨거운 햇볕에 밤에는 열대야에 시달린다.
한여름 폭염 속에서 이렇게 노숙인들의 고단한 하루하루는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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