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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삐딱하게 보기?

물 속에서 나타난 승기천과 함께 드러난 양심

 

지난 7월 17일. 승기천은 전에 없던 장맛비로 마치 강이 되어 버렸다.

 

 

동춘교도 교각이 거의 잠길 정도였다.

그 끔찍한 장맛비 덕에 승기천에 대한 안좋은 추억은 잠시 물 속에 가두어 두었었다.

 

 

7월31일. 승기천의 모습이다.

전에 없이 화창한 날씨와 뭉게구름 둥실떠있는 하늘이

하천 수면에도 쌍둥이처럼 도장을 찍어 주어 그저 아름답게만 보인다.

그러나 하천바닥에 늘어붙은 씻누런 침전물이 무언가를 시사하는 듯하다.

 

 

동막교쪽으로 내려가다보니 아직도 곳곳에 장마의 상처가 남아 있다.

울창했던 갈대숲의 일부가 밀려든 토사에 묻혔고.

 

 

징검다리 사이에는 아직도 각종 쓰레기와 잡초더미가 이에 낀 음식물처럼 걸려있다.

 

 

동막교 아래에는 산보와 자전거를 즐기시는 할아버지들의 쉼터가 제일먼저 보수가 된듯

깨끗하게 정리된 평상 2개와 의자 몇개가 시원한 그늘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듯 보였다.

 

 

동막교와 동춘교 사이에 있는 하수배출구다.

연수대로를 중심으로 하천에 아파트 등 인구밀집지역이 없어서인지 비교적 깨끗해 보인다.

육안으로는 약간 탓해보이지만 악취가 나지 않는 것으로봐서 깨끗한 정도로 봐야할 것같다.

 

 

좀더 가까이 보면 비교적 깨끗한 생활오수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동춘교를 지나 남동대교 사이에서 발견한 하수배출구부터는 악취가 나기 시작하고

바닥의 침전물 등이 보여주듯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 더러운 생활오수에서 갈매기와 오리가 먹이를 찾고 있다.

도심 속에 철새가 날아드는 자연형하천으로 조성하여 시민의 휴식공간과 자연학습장으로

만들겠다는 인천시의 계획은 이렇게 투영되고 있다.

 

 

선학교를 조금지나 대동아파트가 있는 하수배출구의 모습이다.

배수량이 적어서인지 하수의 흐름도 완만하고 그래서 조금더 부패한 듯

엉긴 부유물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악취는 숨을 한참이나 참거나 코를 잡고 있어야 할 정도다.

 

 

승기천을 거슬러 올라오면서 목격한 하수 차집시설은 뭔가 잘못된 것처럼 보인다.

어떤 곳은 차집기에 넘치는가하면 이곳처럼 완벽하게 생활오수를 차집하지 못하는 곳도 있다.

차집기는 평상시라면 하수를 모두 차집하기도 하지만 사진처럼 턱이 높아 오수를 배출하지

못하고 정류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본다.

흐르지 못하는 하수가 썩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

산책을 하는 주민들이 이곳을 지나는 모습은 그야말로 코미디다.

빨리 지나는 사람, 숨을 멈추는 사람, 마스크를 쓴 사람...

 

 

승기교 근처의 남촌동 모습이다.

섭씨 34도가 넘는 땡볕에서도 논농사를 하는 농부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곳은 승기천변에서 비교적 깨끗하고 넉넉한 지역처럼 보인다.

 

 

아파트와 같은 인구밀집지역이 없어서인지 농로에서 흘러나온 물이 이처럼 깨끗하다.

파란 이끼처럼 떠있는 개구리밥이 그걸 증명하고 있다.

갑자기 무척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나 승기 2교 쯤에 가면 다시 수질이 나빠진다.

승기교와 승기 2교는 갑문식으로 문이 닫혀 있어 그 사이에 있는 물은 오도가도 못하는 형국.

특별히 물이 유입되지도, 물이 배수되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 실질적인 승기천 상류의 현실이다.

상류에서 물이 유입되지 않는 하천을 하천이라 할 수 있는가.

 

 

승기 2교를 돌아 다시 하류쪽으로 돌아오는 길.

자전거 도로 옆이 말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바로 하천변에서 농사를 짓는 아저씨 아줌마들이

수해 당한 경작물과 밭을 정리하다보니 자연스레 하천변을 정리한 것이다.

구청에서는 농작물 경작을 금지하고 있지만 구청이나 시청이 하천을 이 정도로 관리할 정도라면

당분간은 농작물 경작을 막을 이유가 없겠다는 생각이다.

 

 

승기교와 선학교 사이에도 부지런한 인근 주민들이 일구는 밭이 보기좋게 정리되어 있다.

 

 

승기교는 보수공사 중이었는데 장마때의 모습을 말해주듯

철골구조물에 떠내려온 수초들이 잔뜩 걸려있다.

 

 

 

구월동 쪽에서 유입되는 하천이다.

흘러오는 하수는 비교적 깨끗해 보였으나 장마 이후 밀려 온 토사로 인해 배수가 잘 되지 않아서인지

하수들이 고여있어 썩는 정도가 더하는것 같고 악취도 심하다.

밀려온 토사때문에 길을 잃은 물은, 때로는 역류하는 곳도 있어 하루빨리 하천변을 정비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승기천을 오염시키는 주범으로 오래전부터 의심되고 있는 남동공단 쪽의 배수구다.

 

 

그래서 가까이가서 확인해 보니 생각보다는 하수상태가 비교적 양호해 보였다.

그러나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차집기의 기능이 완벽해 보이질 않는다.

차집기의 철망은 크기도 작은 것이 그나마 각종 오물로 막혀있어 제대로 배수기능를

하지 못하고 있다.

 

 

남촌동에서 흐르는 지류가 승기천으로 합류하고 있다.

비교적 깨끗한 하수로 보여지나 인근에 남동공단과 폐품처리 시설들이 인접해 있었는데도

특별한 차집시설 등을 거치지 않고 흘러드는 듯하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하류로 내려올 수록 하천바닥의 오염정도는 점점 심해지는 듯 싶다.

근 3시간을 아들과 함께 장마 이후 승기천의 여기저기를 답사하면서 보고 느낀 것은 꽤나 한심하고

답답하다는 것이다.

하수종말처리장으로 보내질 하수들이 이곳저곳에서 승기천으로 흘러드는 현장을 목격하면서,

과연 인천시는 승기천을 위해 뭘하고 있는지, 수년 동안 해 온 승기천의 '자연하천형 정화사업'이

실효성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그만큼 허술해 보인다는 것이다.

 

 

멀리 원인재가 보인다.

수풀과 아파트 사이에 머문 원인재가 특별하게 눈에 띄지만,알고보면 원인재도 감당하기 힘든

승기천의 악취에 포위되어 있다.

 

 

승기천을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만들고, 도심 속에 철새가 노니는 자연형하천으로 만들고자하는

인천시의 사업은 칭찬할 만하다.

그러나 말만 앞서고 제대로된 사업시행을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그 많은 사업들이 공염불에

그칠지 모른다. 자연형하천은 자전거 도로 만들고 배수구 만들고  광장 만드는 식의 차원에서

접근해서는 안될 것으로 보여진다.

청계천 정도는 아니어도 그 정도의 과학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로 접근해야 승기천을 살릴 수 있다. 

이제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하는 인천시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