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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기부문화에서 주목해 볼만한 현상 9

2004년, 기부문화에서 주목해 볼만한 현상 9


 

2004년이 저물어 가고 있다. 이맘때가 되면 늘 하는 일이 한 가지 있다. 인터넷을 통해 일년 동안의 기부관련 기사들을 쭉 훑어보면서 우리 기부문화에서 일년 동안 일어난 유의미한 현상이나 변화들을 더듬어 보는 일이다. 아직은 그 규모가 작아 기부문화의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지라도 그것이 이후 우리 기부문화의 발전을 예고할 수 있는 것이라면 ‘주목’해보고 싶다. 여기 ‘내가’ 주목하는 변화들 9가지를 투박하게나마 소개한다. 물론 선정된 9가지는 그저 일년을 되돌아보는 나만의 정리 과정의 결과라는 점을 밝혀둔다.

하나, 사회적 기업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장기적 경기침체가 예견되고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일자리 창출은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되었다. 정부도 일자리 창출을 통한 빈곤탈출을 강조하고 있고 전경련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적 기업을 사회공헌활동에 도입하여 활성화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또한 실업극복국민재단과 사회연대은행, 신나는 조합 그리고 아름다운 재단 등 민간 비영리기관들도 자활 후견기관 지원이나 소자본 창업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발맞춰 일자리 창출과 빈곤탈출의 혁신적 대안으로서 ‘사회적 기업’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아직은 생소한 개념이지만 내년에는 그 논의가 활성화되고 사회적 기업의 모델을 창출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들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회적 기업을 발굴 육성하기 위한 정부와 민간 비영리기관과의 파트너십, 비영리기관과 기업과의 파트너십, 비영리재단의 사회적 기업에 대한 다각적 지원 (재정지원, 재정 컨설팅, 경영지원 및 교육 훈련)이 시도될 것으로 보인다.

, 금융기관이 기부의 채널이 되고 있다.


기부의 성장은 새로운 기부형태를 생산하고 기부문화의 새로운 플레이어들을 끌어들인다.
최근 시중은행의 공익신탁, 증권사의 공익펀드, 보험사의 기부보험 등 상업적인 금융기관들이 공익관련 상품을 통해 자선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추세이다. 금융권의 공익상품은 은행이 판매수익금 중 일부를 떼내 불우이웃을 돕는 형태로 고객들에게는 어떠한 재정적 부담을 주지 않는 공익연계마케팅에의 참여형태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하나은행의 ‘하나행복나눔신탁’이나 ING나 메트라이프 생명이 최근 내놓은 기부보험과 같이 고객들이 자신의 자산(이자 수익이나 원금)을 직접 공익사업이나 재단에 출연하는 공익상품도 출시되고 있는 추세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금융기관의 공익펀드는 장기적인 개인기부구좌로 역할을 하는 인기 있는 기부프로그램의 하나로 자리잡아가면서 영리기관인 은행이 미국의 가장 큰 비영리기금 모금기관의 하나로 등장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아직은 규모가 작지만 기부펀드의 성격상 일회성 반짝기부와는 달리 기부자들의 LIFETIME VALUE(생애동안의 기부금액)를 강화할 수 있으며 장기적이고 계획적 기부 그리고 거액 기부의 채널로서도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 대기업 사회공헌활동이 더욱 체계적으로 조직화되고 있다.


최근, 삼성, LG, SK 등의 대기업들은 세계 우량기업의 일원으로 그에 걸맞는 사회공헌활동을 조직화 체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선, 이건희 삼성회장이나 최태원 에스케이 회장 등 주요 그룹의 총수들이 나눔 경영을 기업철학으로 공표하고 있으며 이러한 그룹 총수들의 나눔에 대한 의지는 최고경영자(CEO)들의 사회봉사활동에의 적극적 참여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에스케이 그리고 엘지 전자 등 4대 그룹 주력사 최고경영자들이 직접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특별간담회를 하는가 하면 사장단이 어린이공부방 찾기도 하고 사랑의 집짓기 행사에서 직원들과 함께 자원봉사를 하기도 한다.

사회공헌활동을 위한 조직도 체계화되고 있다. LG는 각 계열사별로 봉사 활동 단체인 'LG사회봉사단'을 창설하였고 SK는 지난 7월부터 자원봉사단을 결성해 말단직원부터 CEO까지 전 임직원이 'SK자원봉사단 '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그동안 계열사별로 실시해 온 각종 사회공헌활동을 그룹 차원으로 통합 체계적인 사회공헌활동 프로그램을 예정하고 있다. 이 밖에도 각 기업들은 매칭그랜트나 자원봉사 유급 휴가제, 자원봉사 마일리지제도 등 선진적인 기부형태들을 도입하고 있으며 국제적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이들 대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도 글로벌화되고 있다. 이들 주요 대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은 전체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주목해 볼만하다.

. 유명인 기부(celebrity philanthropy)가 활성화되고 있다.


올해는 전반적인 기부문화의 성장과 함께 유명인 특히 연예인들의 자선활동이 두드러졌던 해였다. 원래 연예인과 자선적 기부는 완벽한 결합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연예인들은 대중에 대한 영향력(특히 청소년)이 크고 대중매체에게도 매력적인 것이기 때문에 그들의 자선활동은 일반대중의 기부정신을 촉진할 뿐 아니라 기금모금에도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유명인 기부는 세 가지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사회적 대의나 이벤트에 자신의 이름을 빌려주는 경우, 직접 한 개인으로서 자선적 기부를 하는 경우, 그리고 돈을 출연해 자신의 재단을 만드는 경우이다.

최근 연예인이나 스포츠인들이 주요 자선기관에 홍보대사로 참여하기도 하고 임현식, 문근영, 장동건, 이영애 등 직접 사회적 대의에 기부를 하고 있다. 특히 이들 연예인이나 스포츠인들은 거액의 수입을 벌어들이는 고액소득자의 대열에 끼고 있으므로 향후 이들을 대상으로 한 거액기부 개발에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연예인들의 봉사조직인 ‘따사모’가 사단법인으로 출범하기도 하여 좀더 조직화된 형태를 보이고 있다. 한 가지 더 주목해 볼만한 것은 조용필, 장나라, 서태지, 조성모 그리고 배용준 팬클럽 등의 자선활동에서 보듯이 팬클럽들의 기부나 자원봉사에의 참여와 조직화 움직임이다. 이들 팬클럽들의 자선활동은 청소년들에게 기부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정신을 확산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섯째, 아동/청소년기부가 시도되었다.


아동/청소년 기부는 건강한 시민을 키워내고 미래의 기부자를 육성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또한 아동/청소년 기부는 가족기부를 촉진할 수 있는 매개도 될 수도 있다. 특히 세대의 변화추이는 자선시장에도 큰 변화를 예고할 것이기 때문에 이에 조응한 전략과 준비는 필수적일 것이다. 올해 아동 /청소년 기부를 촉진하기 위한 조직적인 시도들을 주목해 볼만하다.

우선, 아름다운 재단이 올해 실시한 교사나눔캠프와 나눔 어린이캠프를 들 수 있다. 아동/청소년 기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기 위한 한겨레 신문과의 기획기사, 해외 주요 아동/청소년 기부교육기관 방문, 아동/청소년 기부에 관한 자료조사 등도 매우 유의미한 시작일 뿐 아니라 캠프를 통한 경험의 축적도 중요한 자원이 될 것이다. 또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청소년 자원봉사 캠프와 참가학생들에 대한 기부의식 조사도 의미있는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여섯, 나눔장터는 참여형 기금모금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올해 기부문화에 있어서 가장 인기상품을 꼽으라면 아름다운 가게가 주도한 대형 나눔 장터일 것이다. 나눔 장터는 일반 시민들의 자원 재활용에 대한 욕구와 불우이웃돕기를 결합시킨 성공적인 캠페인이라고 할 수 있다. 시민의 호응에 맞춰, 정부, 언론, 기업들의 호응과 참여도 잇따랐다. 특히 어린이들에게 좋은 기부교육과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였고 가족단위의 참여도 활성화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나눔 장터에서 한 가지 주목하고 싶은 것은 시민들의 참여형 기금모금활동(아마추어 모금)의 가능성이다.

일반적으로 기부자들은 방송언론사의 ARS나 자선단체들의 요청에 기부금을 내는 방식으로 자선에 참여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기부자들이 자신이 가진 자원만이 아니라 직접 일일찻집, 아마추어 전시회 등을 통해 기금모금활동에 나서는 적극적인 기부자상을 접하게 된다. 나눔장터에 대한 시민들의 대대적인 호응은 수동적인 기부형태가 아니라 자선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욕구와 가능성들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일곱, 언론사의 사회공헌활동이 활발해졌다.


대중매체는 사회적 이슈나 지역사회문제, 그리고 지역사회의 소외계층이나 사회적 서비스 등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여 대중의 이해를 높이고 사회적 논의를 촉진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그래서 비영리기관들은 자신이 추구하는 프로그램이나 서비스를 대중들에게 알리고, 대중적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대중매체와 적극적인 파트너십을 추구한다. 올해 기부에 대한 사회의 전반적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대중매체의 관심이 높아졌고 특집기획기사나 다양한 캠페인 소개 등 기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대중을 교육시키는 활동이 두드려지게 나타났다. 특히 몇몇 주요일간지의 사회공헌활동은 사회적 이슈나 기부에 관한 우호적 기사를 넘어서 직접 규모 있는 사회공헌 캠페인을 조직하고 여러 유수한 비영리기관들을 네트워킹하기에 이르고 있다. 조선일보의 ‘우리이웃 네트워크“나 중앙일보가 전개하는 ”위 스타트 We Sart"캠페인이 그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여덟, 개인거액기부가 다양해지고 있다.


개인의 거액 기부금은 주로 기부자와 직간접으로 관련이 있는 대학에 기부되는 사례가 많고 고인이 된 남편이나 딸 , 부모 등을 추모하기 위한 기부사례가 눈에 띤다. 기부금액의 폭도 매우 다양해지고 있으며 개인 거액 기부자의 출신도 기업인에서 미망인, 교수, 연예인 등 다양해지고 있다.

<1억 이상 주요 거액기부사례>

*                 70대 노부부: 서울대 병원에 88억 기부

*                 김동원교수 "부친의 과학발전 유지 받들어"유산 50억 카이스트에 기부

*                 동신운수를 운영하는 최형규옹이 종로구에 70억원의 장학금을 쾌척

*                 재미사업가 서병인씨 成大에 12억성금…모교 기초과학발전 위해

*                 30代 ‘얼굴없는 천사’ -1억5000만원 익명으로 사회연대은행에 기부

*                 가톨릭의대 교수 미망인 황정희씨 남편 재직했던 의대에 10억 기부

*                 유 변호사, 모교 경북대에 2억 기탁

*                 태성고무화학 창업자 정석규씨 모교 서울대에 도서관 기증, 30억 상당

*                 장수산업 최창환회장, 매년 1억씩 기부

*                 송금조 회장 (주) 태양, 부산대 300억원대 기탁

*                 문근영-2억 5천만원 기부 소아암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기금과 책읽는사회운동본부에 기금

*                 텔런트 임현식씨 암센터에 1억 쾌척

*                 재미사업가 박병준씨 모교 서울대 10억쾌척

 

아홉, 지역 단위의 자발적 기금 설립의 단초


얼마 전 여수 화양면 지역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기부금을 모아 '화양장학회'를 설립하였다. 이 장학회는 지역주민과 출향인사들이 매년 일정액(1구좌 3만원)을 기부할 것이라고 한다. 또한 경기도 이천시도 1996년 재단법인 이천시민장학회를 설립한 이후 8년 만에 40억1000여만 원의 장학기금을 조성했다고 밝힌바 있다. 장학회는 기업이나 독지가의 출연금이 아닌 1만 1569명의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졌다. 이미 지역학생 611명에게 9여억 원이 넘는 장학금을 전달했으며 카드사와 같은 기업들과도 제휴를 통해 기금을 넓힐 예정이다.

지역단위의 자발적 모금 및 기금설립은 우리 기부문화의 발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사실 거의 대부분의 모금기관이나 재단 그리고 모금 지원기관들이 중앙에 집중되어 있음으로 해서 상대적으로 중소지방은 모금이나 기부금 혜택 등에 있어서 소외되어 왔던 것도 사실이다. 지역의 장학기금 설립은 이러한 대도시와 중소지방과의 격차를 자발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일환이며 지방의 기부활동의 조직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출처: 기부정보가이드, www.giveguide.com>

 

정선희 기부정보가이드 대표

기부정보가이드(www.giveguide.com) 운영자

저서: 사회적기업(다우출판사)

번역서: 줌 : 행복한 사람들의 또 다른 삶의 방식(다우출판사)

 

정선희 선생님은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는 동안 여러단체에서 인턴생활을 하던 중 '기부와 나눔'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그것에서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하나의 가능성을 찾았다고 합니다. '골고루 따뜻한 세상 만들기' 선생님의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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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정보가이드 정선희 대표님이 2004년도의 우리 사회의 기부문화를 진단하시고 정리하신 글입니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과 참여, 기업사회공헌활동의 확대와 체계화, 사회적책임투자(SRI)의 가능성과 그 단초들, 그리고 고액기부와 지역사회에 투자를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기금 등 많은 부분 새로운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부문화가 성숙하는 2005년을 기대해봅니다.

 

그리고 기부정보가이드와 정선희 선생님의 따뜻한 활동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