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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와 SBS, "기부문화? 우린 모르는 일!"

조선일보와 SBS,

 

"기부문화? 우린 모르는 일!"

불우이웃돕기도 인색, 구조적 문제는 외면, 사회적 양극화 해소 고민해야

 

지난 12월 8일 한나라당의 이계진 대변인이 밝힌 바에 따르면, 올해 종무식은 당 대표와 최고위원 그리고 당직자들이 함께 불우이웃시설을 방문해 봉사하는 것으로 대신한다고 한다. 한나라당의 불우이웃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올해 5월 가정의 달에는 박근혜 대표가 요즘은 쓰지도 않는 값비싼 필통을 내놓는 등 의원들이 소장품을 경매에 붙여 수익금을 불우이웃에 기부하는 행사를 가진 적 있다. 그러니까, 5월과 12월은 불우이웃에게 봉사하는 달인셈. 이를 연례 행사라고 부른다.
 
연말연시는 연례 행사가 줄을 잇기 마련이다. 스타들의 불우이웃 돕기 팬 사인회, 각 구호단체의 불우이웃 돕기 성금함을 비롯해 자선경매, 일일 호프, 송년 음악회 등 거의 모든 행사가 불우이웃 돕기 명목으로 진행된다. 차가운 겨울 바람을 이겨내야 할 불우 이웃과 각 사회복지단체에겐 일년 중 가장 중요한 시기인 셈.
 
이 와중 지난 12월 1일 서울광장에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주최하고, 이명박 서울 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희망 2005 이웃사랑 캠페인’의 시작을 알리는 ‘사랑의 체감 온도탑’이 설치되었다.

증가하는 개미 기부자들
 
온도탑의 체감 온도 상승은 신통치 않았다. 지난 16일까지 온도는 5.2도에 불과했던 그것. 이틀이 지난 18일 체감 온도는 갑자기 16.1도를 기록했다. 이웃돕기 모금실적이 부진하다는 소식에 농심과 한진 중공업 등 기업들의 성금이 답지하면서 모금액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국가대표 기업 역할 다하겠다”는 삼성은 무려 100억원이나 냈고, SK는 내주 초 50억 원의 성금기탁을 약속했다. 이 같이 놀라운 온도 상승은 감격스럽다. 삼성은 도청 사건과 대선 자금 불법 지원으로 인해 내환을 겪는 중이고, SK는 1조 5000억대 분식회계 혐의 등 족벌체제의 부정행위로 주가가 폭락하지 않았던가.
 
이처럼 주는 손 따뜻하고 받는 이웃 훈훈한 불우이웃 돕기는 단순히 기업의 성금만 있는 게 아니다. 연말정산 때 좋은 일 하고, 세금도 덜 내는 기부금 소득공제를 신청하는 개인도 부쩍 늘어나고 있다.
 
경향신문과 아름다운재단이 지난 6월부터 공동 진행 중인 ‘나누면 행복합니다’ 캠페인을 통해 11월 말까지 새로 기부에 참여한 기부자는 1,561명, 기부 단체는 69곳으로 집계됐다. 1인당 월평균 기부금액은 1만8천6백30원이라고 한다. ‘적자나도 기부철칙’을 지키고 있는 치킨집 주인 문인근씨는 대표적인 개미 기부자.
 
"적자가 날 때도 물론 많죠. 손실이 생기는 달에도 최소한 50만원씩은 꼭 기부를 해요. 국고보조금을 받지 않는 홀몸노인들은 기부라도 없으면 살아가기 힘드니까요.”
 
이외 국제 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은 석달간 5억1497만원의 기금을 모았고, 한화그룹과 야후 코리아가 공동으로 주최한 기부사이트는 단 두 달만에 1억원을 돌파했다. 
 
준조세 성격의 기부금이나 생색내기 기부금 성격이 짙은 기업 기부금 문화에서 개미 기부금 문화로, 돼지 저금통 문화에서 디지털 모금방식으로 기부문화가 바뀌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사회복지예산 증가를 심각하게 우려하는 조선일보
 
불우이웃돕기를 하는 연례 행사는 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SBS, 조선일보 등 언론사에서도 불우이웃 돕기 행사를 여느랴 바쁘다. 이들 언론사의 온정은 특정 시기에 집중된다.
 
장애인의 날이 아니면 장애인 특집을 찾아보기 힘들고, 노인의 날에만 노인들을 공경한다. 특히, 조선일보는 불우이웃 돕기를 위해 사회복지예산이 증대되는 것을 심각하게 우려한다.

조선일보 2005/05/11  [사설] 눈 감고 유럽식 복지모델만 따라가나
 
정부·여당은 오는 2009년까지 福祉복지예산을 연평균 9.3% 이상씩 늘려나가기로 했다. 전체 예산증가율 6.6%보다 훨씬 높게 잡은 것이다. 대신 사회간접자본(SOC) 投資투자 증가율은 연평균 1.6% 수준으로 낮출 방침이다.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예산을 줄여서라도 복지 수준을 높이겠다는 뜻이다 ...
더구나 정부가 주도하는 복지정책은 예산 낭비가 심하고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게 선진국들의 공통된 경험이다. 민간참여의 확대 등 복지정책의 효율성을 높여보려는 노력도 없이 예산만 늘리면 된다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이다.

 
'복지예산을 늘리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이고, 아이들의 저금통을 깨서 돕는 불우이웃돕기가 효율적인 복지정책'이란 뜻. 그리고 조선일보는[만물상] 코너를 통해 이웃의 불우함이 "맑은 가난"이라고 표현했다. 이 훌륭한 뜻은 기사에도 충실히 반영되었다.
 
주인잃은 운동화 팔아 불우이웃 돕기 조선일보 2005-08-20
6년째 폐지팔아 불우이웃 돕기            조선일보 2005-06-27 
억만금보다 더 귀한 '나눔'                    조선일보 2005-01-04


정작 조선일보는 불우이웃돕기를 하지 않아 ..
 
그러나 조선일보와 SBS 등이 불우이웃돕기에 나섰다는 기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들 언론사의 수익이 천문학적이란 건 누구나 아는 사실. 일례로, 지난 11월 SBS 주가는 한달 사이 25% 상승했고, KOSPI 대비 초과수익률은 19%를 기록했다.
 
또 지상파 TV  낮 방송이 허용됨에 따라 광고수입이 연간 360억원 정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럼에도, 기업과 개인으로부터 성금을 받는 창구 역할만 할 뿐 당사자인 조선일보와 SBS에서 성금을 얼마 냈는지는 알 수 없다.
 
또한 매년 불우이웃을 돕자고 하면서, 불우이웃이 발생하는 사회구조적인 문제에는 눈을 딱 감는다.  나아가 시청자들은 핸드폰 결제 등을 통해 자신이 낸 성금이 언제,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기업의 불우이웃돕기는 경영전략
 
삼성 등 재벌과 기업들이 반짝 행사로 불우이웃돕기에 나서는 것에 못마땅한 시각도 있다. 단순한 불우이웃돕기 수준에서 벗어나 '따뜻한 기업 이미지 만들기' 경영전략 차원이기 때문. EU의 비윤리적 기업의 상품 수입 제한 등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장에서 기업이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기업 이미지 향상이 중요해졌다.
 
그러나 투명 경영이 없는 없는 한국 기업에게 윤리경영은 경영실적 향상을 위한 눈 가리고 아웅하기 수법에 불과. 실제 삼성은 부실 경영으로 위기에 빠진 기아 자동자를 인수하기 위해 정부에 로비를 하였고, 이로 인해 1998년 IMF가 터졌다.
 
그리고 기업에서 성금을 내놓는 가장 큰 이유는 조세 감면 혜택을 받기 때문. 즉, 조세 감면 혜택이 없는 분야에는 냉담하다. 해외의 한국학이 고사위기에 빠진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올해 영국 명문 축구단 첼시와 후원 계약을 맺고 5년간 100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LG 역시 올해부터 내년까지 영국 축구클럽 리버풀FC에 100만파운드(18억원)를 후원한다. 마켓팅이 되기 때문이다.

김밥 할머니 정신을 가르쳐야 ..
 
어느 나라에나 전설이 있듯, 한국에 있는 전설 중 가장 놀랍고 가슴 따뜻한 전설은 '김밥 할머니' 기부 전설이다. 비바람이 불어도 따뜻한 옷 한 벌 사입지 않고, 김밥을 팔아 꾸깃꾸깃 모은 거액을 불우이웃이나 대학 등에 기부하는 할머니들. 지난 5월 아름다운 재단 <콩반쪽> 5월호는 1970년부터 지난 4월까지 언론에 보도된 어르신들의 기부금을 조사해봤다. 그 결과는?

한겨레  2005-05-11  ‘김밥할머니’ 기부신화 
 
기부자는 할머니가 87명으로 8명에 불과한 할아버지보다 훨씬 많았고, 기부액은 할머니 899억850만원, 할아버지는 250억4750만원이었다. 기부자 직업은 식당, 보따리 장사, 삯바느질 등 험한 일로 돈을 번 분들이 많았다.
기부 동기는 어려운 학생들 교육을 돕기 위해서라는 이유가 29%로 가장 많았고, 불우이웃돕기(27%), 못 배운 한 때문(17%) 등의 순이었다. 기부처는 대학교가 50%로 가장 많았고 초중고교가 9%, 장학회가 7% 등이었다.
 
'김밥 할머니 정신'은 학교에서 가르쳐야 될 고귀한 사랑의 가르침이다. 그러나 입시 교육으로 왜곡된 학교 어디에서, 학생들 누가 사랑의 가르침에 귀기울이고 있는가. 봉사 활동은 필요할 때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이 되지 오래. 그러나 전문가들은 봉사활동이 아이들의 인성발달과 사회성 발달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고 지적한다.
 
다만, 일류 대학 진학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 부동산 소득과 일류대 진학에서 최상위인 등 불패의 신화 속에 사는 강남 주민들의 불우이웃 돕기 성금이 경제적 형편이 각박한 강북에 비해 적은 사실이 반증한다.

사회적 양극화를 좁히는 방법을 고민할 때
 
어쨌든, 불우이웃 돕기에 큰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할 몫은 기업에게도 있고, 이 기업 중에서 가장 큰 책임을 진 기업은 올해 사상 최대의 수익을 거둔 은행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현재 시중 은행의 순익은 6조300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기부총액은 515억원으로 순익대비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심지어 기부금이 한 푼도 없는 은행도 있다.
 
기부해봤자, 수익에 별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 것 같다. 신용불량자가 자살에 이르게 할 정도로 채무 독촉 전화질을 해대던 은행에서 불우이웃에 이토록 인색하다면, 이를 두고 '양심에 털났다.'고 한다.
 
한 자선단체 실무자는 이렇게 말한다. "양극화되는 사회의 진정한 나눔은 노블리스 오블리제입니다." 경제적 여유가 넉넉한 사람은 사회적 양극화를 좁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지금이라도 고민하면 좋지 않을까.

 

2005-12-19 /이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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