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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오늘 남은 목적지는 대명호(大明湖)와 표돌천(趵突泉)입니다. 어느 곳을 먼저 갈까 일행과 한참을
이야기하다, 그냥 먼저 오는 버스가 가는 곳으로 가자고 결정지었습니다. 이야기하는 사이 대명호 가는 버스가 한 대 지나갑니다. 저는 내심
표돌천에 먼저 가고 싶어서 ‘그럼 다음번에 표돌천 가는 버스가 오겠군’하며 흐뭇해하고 있었는데, 대명호행 버스가 제 기대를 저버리며 달려옵니다.
어제오늘 계속해서 택시만 타다가 배낭여행자의 양심상(?) 저렴한 대중교통을 이용해보자는 취지에서 버스를 탄 거였는데, 이건 커다란 실수였습니다. 저희가 탄 버스는 제남 시내를 온통 돌고 돌아 거의 한 시간 반이 지나서야 저희를 대명호에 내려놓았지요. 그 와중에 날은 덥고 이미 점심때는 한참을 넘겨 배는 고프고. 정말 버스 안에서 지칠 대로 지쳐버리고 만 것이었습니다.
쉬고 나니 그제야 호수의 넓고 시원한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돌아다녀야겠다는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그냥 앉은 자리에서 몸만 이쪽저쪽으로 돌리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게으름의 진수를 몸소 실천하고 있습니다.
현재 대명호 한쪽에는 각종 놀이기구들로 번잡스럽고 시끄럽습니다. 하지만 조용하고 한적하기를 바라는, 한번 왔다 가는 나그네의 욕심을 버리고 좋게 말하자면 ‘보여주기 위한 공간’이 아닌 시민들이 즐기고 향유할 수 있는 ‘생활의 공간’입니다. 대명호를 나와 또 잠시 고민을 했습니다. 표돌천에 갈 것인가 말 것인가. 너무 힘이 들기도 했고 배가 고프기도 했고 저녁에 태안으로 이동해야 했기 때문이지요. 결론은 쉽게 났습니다. ‘이왕 온 김에 보고 가자. 언제 여길 또 오겠냐’는 지극히 평범한 생각에서였습니다만, 이건 아주 잘한 결정이었습니다.
제남에는 총 72개의 샘이 있는데 표돌천 공원 내에만 34개의 샘이 있답니다. 너무 커서 초입부터 질려버렸지만, 가장 핵심인 표돌천까지만 들어갔다가 되돌아 나오기로 했습니다. 표돌천은 제남의 그 많은 샘 중에서도 가장 맑고 아름다워, 청의 건륭제는 표돌천을 ‘천하제일천(天下第一泉)’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이청조가 보인 뛰어난 문학성은 어릴 때부터 남달랐던 것인지, 이청조 기념당에는 그녀의 탄생에서부터 성장, 결혼 등등 인생의 중요한 장면 장면이 밀랍인형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실제 유물이라면 모를까, 인형으로 꾸며진 기념관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청조 기념당은 그 내용물(?)은 부실했지만, 건물은 무척 아기자기하고 단정합니다. 사실인지 알 수는 없지만,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바로 이곳에서 이청조가 한때 살았다고 하네요. 이청조가 살았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곳에, 이청조가 살았던 시대인 송의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이 이청조 기념당은 전시물보다는 그 건물 자체로서 ‘기념당’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제가 ‘북경은 너무 지저분하다, 공기가 안 좋다’고 할 때마다 맞장구를 치며 정말 북경은 안 좋다고 그런데 북경 말고 다른 지방은 좋다고 하더니만 그 말이 맞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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