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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남에서의 밤은 무척이나 편안했습니다 …라고 첫머리를 시작하고 싶으나, 사실은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숙소가
기차역과 시외버스터미널 바로 옆에 있어서 밤새 얼마나 시끄럽던지. 열차가 도착할 시간 즈음 기차역 앞을 가득 메우고 있는 택시들의 행렬은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그 소음 덕분에 하루의 시작을 여유롭게 맞이할 수 있었지요. 호텔에서 제공하는 아침식사를 먹으러 갔습니다. 중국인들이 흔히 먹는 빵과 만두, 몇 가지 야채볶음, 쌀죽과 좁쌀죽이 차려져 있습니다. 뷔페식이라 하나씩은 다 먹어봐야 한다는 일념으로 조금씩 전부 음식을 담아왔습니다만, 곧 후회했습니다. 저 웬만해서는 음식 안 가립니다. 중국에 처음 온 날부터, 다른 교수님들은 잘 드시지 못하는 중국 음식들도 척척 먹어치웠던 접니다. 비둘기 위장 요리도 먹은 제가 못 먹을 게 뭐 있겠습니까. 하지만 음식 메뉴를 떠나 맛이 문제입니다. 무료라서 용서했습니다.
"한국인이야, 한국인." 이번 여행 중에 이렇게 시선 집중을 받은 일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중국에는 한국인이 워낙 많아 이제는 신기하지 않을 법도 한데, 가는 곳마다 구경거리가 되는 걸 보면 아직까지도 중국인들에게 한국인은 낯선 존재인 모양입니다. 산동성박물관에 갈 때는 화장을 하지 마라?
"표 두 장 주세요." "학생이에요?" "학생 아닌데요." "그냥 학생표로 줄게요." "예? 저 학생 아니라니까요." "얼굴이 학생 같으니까 그냥 학생표 값만 내고 어른표로 가져가요." 이런 어처구니없이 고마우신 매표 아줌마의 인심으로 10위안을 절약했습니다. 여기서 잠깐 짚고 넘어가자면 저는 절대로 동안(童顔)이 아닙니다. 오히려 고등학교 때는 대학생으로 오인 받았을 만큼 좋게 말하자면 성숙한 얼굴이지요. 다만 중국에서 지금까지의 경험을 비추어 본다면, 중국인들은 화장을 하지 않은 한국 여자를 어리게 보는 경향이 있는 듯합니다. 자, 산동성박물관에 가시는 한국 여성분들~ 맨얼굴로 가세요. 운 좋으면 10위안을 아낄 수도 있습니다. 밑져야 본전 아닙니까. 항상 기대에 못 미치는 중국의 '박물관'들
2층에는 각 시대별 동전을 전시하는 곳이 있는데, 이 박물관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입니다. 북경에 있는 '고대동전박물관'에서 고대 동전은 하나도 보지 못했던 아픈 기억이 있는지라 더욱 반가웠지요.
일행과 상의 끝에 다음 예정지로 옮기기로 했습니다. 걸어 나오는데, 맘이 그다지 개운하지가 않습니다. 박물관에서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보고 생각하고 받아들였다는 뿌듯함이 적습니다. 산동성박물관에 대한 제 느낌은 이렇습니다. 위대한 흔적 제대로 관리 못하는 중국인을 탓해야
예전에 중국국가박물관을 다룬 기사에도 썼지만, 뭐든지 엄청난 크기와 규모를 자랑하는 중국에서 유독 박물관만은 사람의 기대감을 여지없이 무너뜨립니다. 전시되어 있는 유물의 양과 종류, 전시 방식, 관리 등이 기대에 한참 못 미칩니다.
선조(先祖)가 잘나고 못났음이 어디 후손들의 선택이겠습니까마는, 어찌됐건 조상이 과거의 중국땅에서 찬란한 문명을 이룩했다는 것은 그리하여 많은 유적과 유물이 있다는 것은 현재의 중국이 받은 천혜임이 분명합니다. 그러한 위대한 흔적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것은 중국인들이 범하고 있는 어리석음이라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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