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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팔반은 중천문에서 2km 지점부터 남천문까지 이어져 있는 1633개의 계단을 말합니다. 경사가 워낙 심하고 계단 폭이 좁아 오르내리기도 위험할뿐더러 힘들기로 따지자면 태산 등산로 총 10.5km 구간 중 가장 힘든 곳입니다.
물론 이제는 다 지난 일이니 '그날 참 힘들었지, 그 계단은 정말 압권이었어'라고 웃으며 말할 수도 있겠지만, 십팔반을 오르던 당시에는 대체 내가 왜 이 돌덩어리를 이렇게 힘들게 올라가야 하는지 목적의식까지 상실할 정도였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다시 내려갈 수도 없는 일이고. 정말 바닥에 주저앉아 울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지요. 십팔반 계단을 오를 땐, 앞을 바라보지 말아야 합니다. 끝도 없이 이어져있는 계단을 보고 있노라면 앞으로 가야할 길이 너무도 까마득하여 기운이 빠지고 맙니다. 차라리 앞을 보지 말고 바닥만 보면서 걷는 데에만 집중해야 합니다.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태산은 진정 저더러 내려가라 하는 걸까요. 한숨을 포옥 내쉬며 무심결에 뒤를 돌아다보았는데…. 아아! 제 뒤로 굽이굽이 늘어져있는 길. 까마득히 먼 곳에서부터 제 발밑까지 기나긴 길이 이어져 있습니다. 언제 도착하냐고 한숨만 쉬고 있었지만 저는 이미 많은 길을 왔던 것입니다.
이 이야기들을 해주고 싶어서 태산은 그토록 저를 힘들게 했나 봅니다. 태산은 저에게 내려가라 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뒤를 돌아보라 한 것이었습니다. 그 짧은 순간 너무나도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태산 정상에 올랐을 때보다 이때의 감동이 더 컸지요. 인생이라는 산에서 저는 이제 겨우 중천문까지나 왔을까요? 앞으로 제 인생에는 아직 십팔반도 남아있을 테고 하늘길도 남아있겠지요. 하지만 인생의 십팔반을 오를 때 좌절하여 주저앉지 않기를, 뒤를 돌아보며 숨 한번 고를 수 있는 한줌의 여유를 잃지 않기를 소망해봅니다. 그렇게 맘을 먹고 나니 한결 힘이 납니다. 다시 계단을 오릅니다. 그럼에도 몇 번을 더 쉬었다 다시 오르고 또 쉬었다 오르고를 반복하니 남천문이 눈앞에 보입니다. 드디어 남천문까지 올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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