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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로알기

[방송과 영화의 근접조우]-재미있는 HD 영화 제작에 나선 SBS

[방송과 영화의 근접조우]-재미있는 HD 영화 제작에 나선 SBS

 

SBS가 영화제작에 갖는 관심은 각별하다. SBS와 자회사 SBS 프로덕션, SBSi에 있는 영화사업 부서들이 진행 중인 프로젝트만 해도 수십 편에 이른다. 화인웍스와 공동제작하는 <마음이...>와 CJ엔터테인먼트와 공동제공하는 HD 공포 시리즈 <어느날 갑자기>가 대표적이다.
박찬욱 감독의 두 번째 작품, <삼인조>(1997)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수작이었다. 컬트적인 면이 강해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코믹함 속에 슬픔과 풍자를 담아, 신선한 시도였다는 평을 들었다. 당시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삼인조>에 거금을 투자한 회사가 바로 SBS 프로덕션이었다. SBS의 영화계의 진출은 바로 이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신형철 SBSi 영화사업실 실장의 말에 따르면, SBS가 처음 한국영화에 주목하게 된 계기는 방영권 때문이었다고 한다. 명절기간 방송국 시청률의 성패는 얼마나 흥행성 있는 작품이 방영되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에 SBS는 아예 <신라의 달밤> <광복절 특사> <달마야 놀자>와 같은 코믹물에 직접투자를 해 우선 방영권을 얻고자 했다. 대개 멜로물보다는 코믹물이 시청률이 높기 때문에 스타가 출연하는 코믹물이 우선적인 투자대상이 됐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SBS를 통해 방영된, SBS 계열 회사들이 투자한 영화들은 최근 3~4년간 타 방송국이 방영한 영화들 중 시청률이 가장 높았다고 한다. 앞서 언급한 코믹물 외에도 <태극기 휘날리며>와 같은 블록버스터 영화들에도 투자한 덕분이었다. 타 방송국에 비해 ‘비즈니스적 마인드’로 투자한 것이 성공 요인이었다. 투자한 작품들이 평균 이상의 수익률을 올리자, SBS는 최근 단순한 투자뿐 아니라 영화 제작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작년 10월에는 자회사 SBSi를 통해 영화사 KM 컬쳐 지분의 22.9퍼센트를 27억 5,000만원을 투자해 인수했다. 충무로에 한결 가까워진 것이다.
HD 기술, 충무로와 여의도의 접점이 되다
마침 HD 영화가 미래의 영화 형태로 주목받게 된 것도 SBS의 이런 움직임에 힘을 보탰다. 디지털로 촬영되는 HD 제작방식을 따르면 필름 영화에 비해 제작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어, 영화사들은 최근 몇 년간 HD 영화의 제작에 앞다투어 진출하기 시작했다. SBS가 공동제작에 참여하게 된 것은 바로 이 HD 기술과 기자재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화인웍스의 <마음이...>와 CJ 엔터테인먼트의 공포 TV 시리즈 <어느날 갑자기>가 바로 HD 기술의 교류를 두고 공동제작 의뢰가 들어왔던 작품들이다. <어느날 갑자기>의 경우, SBS 아트텍과의 일정이 안 맞아 CJ엔터테인먼트가 자체적으로 HD 제작을 하게 됐으나, HD 장비와 35밀리미터 카메라를 혼용해 촬영하는 <마음이...>의 경우, 카메라를 제외한 모든 HD 제작 관련 촬영기기와 편집장비들을 SBS가 협조했다.
“당초 케이블용 영화를 통해 새로운 제작 형태를 시도하고 신인감독의 검증을 위한 창구로 활용하려 했으나, 좀 더 안정적인 윈도를 확보한다는 생각에 민영방송국과 손잡게 됐다”는 유일한 CJ엔터테인먼트 제작팀장은 SBS와의 합작에서 얻을 수 있는 최대의 이점이 “보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방송 편성을 확정지은 상태로 영화제작을 진행할 경우, 캐스팅과 투자, 제작에 있어 어느 정도 흥행이 보장되고, 아울러 케이블 방영 혹은 극장 상영만의 경우보다 더 큰 파급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 해외에 영화를 판매할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판매할 수 있다고 한다.

<어느날 갑자기>가 스타 없이도 제작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 역시, HD 시리즈라는 특수성을 높이 산 SBS와 CJ엔터테인먼트의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순제작비는 편당 6억원 선(4편 총계 22억)으로 각 작품마다 촬영회수는 20회차 이내로 계획했고, 이에 따라 장소 이동도 최소화했다. 회차 수가 적은 만큼 참여한 감독들은 치밀하게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제한된 장소의 이점을 살리기 위해 배우의 심리연기에 초점을 맞췄다. 감독, 연출부, 시나리오 작가, 배우를 제외한 제작 스태프들은 4편의 영화에 동일하게 참여했기 때문에, 스태프 구봉?다시 할 필요가 없어 제작 효율은 높아지고 비용은 절감됐다.
SBS가 영화제작에도 본격적으로 참여하는 <마음이...>의 경우, 단순히 HD 기술 교류 이상의 다양한 협조가 이뤄지고 있다. 방송국 프로덕션과 함께 일한다고 해서 오는 불편이나 이질감은 없었다.” 김민기 화인웍스 대표는 SBS와의 공동제작은 <마음이...> 제작에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30퍼센트 정도 촬영이 진행된 <마음이...>는 작년 1월에 방영된 <내사랑 토담이>를 본 김민기 화인웍스 대표가 SBS에 공동제작을 제안한 뒤, 모든 제작 과정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SBS가 <동물농장> <세상에 이런 일이> 등의 프로그램 제작을 통해 동물취재에 대해 얻게 된 상당한 지식과 인력 등은 <마음이...>의 제작에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남아 있는 과제
충무로와 여의도의 만남이 앞으로 어떤 형태로 변화할지는 배급 형태가 결정된 이후에 알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이...>는 화인웍스와 SBS, 쇼박스가 설립에 참여한 투자사 브링리츠를 통해 배급을 쇼박스로 확정지었고, <어느날 갑자기>는 제작사인 CJ엔터테인먼트 측이 배급을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날 갑자기>의 경우, 국내 최초로 극장개봉과 방영을 동시에 추진한다고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HD 기술을 이용했기 때문에, 극장에 개봉함과 동시에 TV에 방영하는 것이 가능한 것. 공포영화라는 장르의 특성상, 여름철에 개봉해야 하기 때문에 계약상으로는 ‘7월 중순을 넘기지 않는다’고 합의했다고 한다. 현재 SBS와 CJ엔터테인먼트는 다양한 개봉 방식을 강구 중이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극장에서 상영되면, 일요일에 TV에서 방영하자는 것이 그 한 예로, 아직 세부사항이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어떤 형태로든 동시개봉이 이뤄진다면 충무로의 새로운 배급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SBS는 납량시즌에 방영되는 특성상 <어느날 갑자기>를 통해 투자비용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BS의 대표적인 충무로 프로젝트들
투자|<삼인조>(1997) <달마야 놀자>(2001)
<신라의 달밤>(2001) <광복절 특사>(2002) <황산벌> (2003) <태극기 휘날리며>(2004) 외
KM 컬쳐의 작품들 <미녀는 괴로워>
(2006)외 다수
공동제공|<어느날 갑자기>(2006)
공동제작|<마음이...>(2006)
[Interview]신형철 SBSi의 영화사업실 실장-“뉴미디어 시대, 콘텐츠 확보로 이끈다”
한국영화에 투자하게 된 계기?
처음에는 방영권 우선획득이 목적이었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서면서 한국영화 붐이 일었다. 외화보다 자국영화를 방영하는 것이 시청률에 훨씬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 적극적으로 한국영화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투자했던 <신라의 달밤>
<황산벌> 등은 방영 당시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SBSi는 작년 10월 KM 컬쳐의 지분을 사들였다. 영화사에 투자한 이유는?
HBO의 최근 성공에 주목했다. 물론 미국의 경우, 기업의 경영 상태를 고려한 합병이었지만 미국의 대표적 방송사인 HBO는 2002년 AOL 타임워너에 인수 합병된 이후,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창조해 왔다. 영화사와 방송사의 만남은 해외에서는 이미 상당부분 검증된 미래모델이다. SBSi의 경우, 콘텐츠 확보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KM 컬쳐의 지분을 인수한 것으로 안다.

KM 컬쳐의 영화제작에 관여하는가?
충무로의 전문가들이신데, 방송사에서 지분을 가졌다고 해서 영화제작 과정에 관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방송사가 보유한 기술로 영화제작에 협력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제작에 관여하지는 않는다. 다만 어떤 작품이 제작되고 있으며, 캐스팅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정도의 포스트 프로덕션 단계에서 회의에 참여한다. ‘서포트’한다고 생각하면 쉽다.

현재 KM 컬쳐와 진행 중인 작품은?
10월 쯤 <미녀는 괴로워>를 필두로 진행 중인 <여름 이야기> <용서할 수 없다> 등 십여 편의 작품 개봉이 예정돼 있다. 모두 SBS에서 방영권을 갖게 된다.
김지현 기자 2006.04.10

 

출처: 무비위크 http://www.moviewee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