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과 영화의 근접조우]-공영성을 살려 뚜렷한 제작방향을 세운 KBS 미디어
‘공중파 방송 우선 협상권’을 얻기 위해 영화 투자를 시작한 KBS는 이제 기획을 거쳐 공동제작, 자체제작까지 나아가려 한다. 공영방송이라는 핸디캡을 장점으로 살려 따뜻한 영화로 충무로 안착을 진행한다. |
다른 방송사들도 마찬가지지만 KBS가 충무로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계기는 제도의 변화로부터 시작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한국영화를 육성하기 위해 TV 쿼터 제도가 생겼기 때문이다. 각 방송사의 심야 영화 프로그램들에서 의무적으로 25퍼센트는 한국영화를 방영해야 한다는 TV 쿼터가 방송사들을 한국영화 수급에 뛰어들게 한 것이다. 당시에도 한국영화는 일년에 60, 70편 정도 개봉되고 있긴 했지만 공영방송인 KBS로서는 방영하기 적합한 영화를 손에 넣기가 쉽지 않았다. 다른 방송사와 같은 상황에서 공영성을 추구해야 하는 좁다면 좁은 기준이 있었던 KBS로서는 한 편이라도 적합한 영화의 방송 판권을 획득하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었을 터. 쿼터는 지켜야 하고, 방송사 방침에 크게 어긋나지 않아야 하는 이중고를 타계하기 위해 택한 게 바로 ‘공중파 방송 우선 협상권’을 얻기 위한 영화 투자였다. |
투자로 만난 충무로 |
KBS는 본격적으로 KBS 미디어라는 부서를 두고 투자에 나섰다. 첫 번째 투자작은 허진호 감독의 <봄날은 간다>. KBS 미디어의 김형진 PD는 “좋은 영화를 미리 확보하기 위해 흥행성과 공중파에 적합한 영화를 고르기 시작했다. 매 작품마다 2억 원씩 투자를 결정해 현재 총 18편의 영화에 투자했다”며 지금까지의 투자 행보를 밝힌다. <봄날은 간다>로 시작한 KBS 미디어의 영화 투자는 <챔피언>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등으로 이어져 <주먹이 운다>로 현재에 이른다. 그렇다면 투자를 했을 때는 어떤 이점이 있을까. 김형진 PD는 “딱 한 가지”라고 힘주어 말한다. “<봄날은 간다>를 투자하면서 계약서에 공중파 방송 우선 협상권이 명시되어 있다. 만약 한 영화를 3억 원에 산다고 하면 같은 가격일 때 우선권을 얻을 수 있다”. 투자를 통해 다른 방송사보다 먼저 방영권을 살 수 있는 권한이 생긴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우선 협상권 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진 않는다. 단지 먼저 협상권이 있다는 것뿐 다른 방송사가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 별수 없이 손에서 떠나보내야 한다. 하지만 질 좋은 한국영화의 확보가 시급한 시기였기에 그런 이점이라도 투자의 손을 뻗기에 충분했다. 이렇게 접근한 KBS와 충무로의 만남은 새로운 형태의 교류로 나타나기도 했다. 2004년부터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와 함께 시작한 ‘저예산 HDTV 영화 제작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 HD라는 매체를 통해 방송계와 영화계가 서로 교류하며 상영과 제작에 새로운 발전 가능성을 엿보자는 취지의 프로젝트다. 5편의 영화 지원을 결정하면 영진위와 KBS가 지원금과 기자재 등 총 3억 원 내외의 제작비를 지원한다. 여기서 중요하게 봐야 할 건 기자재 지원이 의미하는 인력의 교류다. KBS의 편당 4,000만 원 내외의 기자재 지원은 HD카메라, 편집, 특수영상 등 장비와 인력이 서로의 영역을 경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과정을 거쳐 여균동 감독의 <비단구두 사가지고>는 촬영을 마쳤고, 남선호 감독의 <모두들, 괜찮아요?>는 현재 개봉까지 이르는 등 지원작들이 완성됐다. 앞으로도 노동석 감독의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심광진 감독의 <이대근, 이댁은> 등 다음 주자들도 성과를 나타낼 준비를 하고 있다. 저예산 HDTV 영화 제작 프로젝트는 또 다른 모습의 KBS의 투자형태로 볼 수 있다. 영진위와 함께 공익성의 한 부분으로 제작 지원을 했지만 이를 통해 얻는 인력 교류는 KBS 미디어가 앞으로 영화 제작을 했을 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당연하다. |
성격을 유지하며 제작에 뛰어들다 |
투자를 통해 충무로와 만난 KBS 미디어는 점차 발전적인 시각으로 충무로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투자 이후의 제작 쪽으로 충무로에 더 깊숙이 발을 들여놓는 일이다. 이미 다른 방송사는 공동제작부터 급기야 자체제작까지 하고 있는 형편이니 콘텐츠 확보라는 대전제 앞에서 새로운 모델을 창출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이런 시도는 HD가 충무로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더욱 가속도가 붙었다. “아마 필름작업이라면 엄두가 안 났을 거다. HD가 활성화되면서 그나마 방송사에 HD에 대한 경험이 있기에 제작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는 김형진 PD의 말은 장비의 발달이 영역을 허무는 모습을 시사한다. 방송사의 영화제작으로 기운 대세에서 KBS 미디어는 신중한 수순을 밟는다. 얼마 전 종영한 <올드미스 다이어리>의 영화화를 결정하면서 KBS 미디어가 기획 부분을 담당했다. 싸이더스 FNH와 청년필름이 공동제작하는 <올드미스 다이어리>의 기획을 맡으며 KBS 미디어는 투자와는 다른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간 것이다. 이를 시작으로 올 하반기에는 ‘인간극장’을 소재로 한 <복씨네 복터졌네>를 알토미디어와 공동제작해 내년 구정에 개봉할 계획이다. 또한 쇼이스트와 함께 <이 남자가 사랑하는 법> <두 여자 이야기> 등 ‘인간극장’에서 얻은 소재도 시나리오로 개발 중이다. 투자에서 기획을 거쳐 공동제작, 결국 궁극적으로 자제제작까지 나아가는 단계를 걷는 셈이다. 김형진 PD는 “앞으로 ‘인간극장’에서 소재를 얻어 시나리오를 많이 개발할 것이다. 따뜻한 이야기란 점이 KBS의 이름을 달고 나가기도 좋다”라며 KBS 미디어의 영화 제작 방향성을 내비친다. 공영방송이라는 태생적 특징이 있기에 ‘따뜻함’에 자꾸 손길이 갈 수밖에 없는 셈이다. 또한 ‘개그콘서트’로 어린이 영화를 만든다든지, ‘전국노래자랑’을 바탕으로 휴먼 드라마를 제작한다든지 하는, 기존의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해 새로운 소재를 발굴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흥행성이 떨어지더라도 국민들에게 따뜻함을 줄 수 작품”은 영화 제작에 뛰어드는 KBS 미디어의 방향성을 나타내는 말이다. 비록 KBS가 타 방송사에 비해 영화 제작에 뛰어든 속도가 느릴지는 몰라도 확고한 방향성을 지닌 상태로 앞서 가는 모습을 교훈삼아 진행한다면 자신만의 색을 지닌 채로 충무로에 안착할 가능성이 높다. |
KBS가 투자한 영화 |
한국영화 <봄날은 간다> <일단 뛰어> <챔피언> <연애소설> <해안선>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해적, 디스코왕 되다> <네 발가락> <올드보이> <어린 신부> <투 가이즈> <주홍글씨> <도마 안중근> <주먹이 운다> 외화 (비 할리우드 영화) <영웅> <무간도> <투게더> <지금 만나러 갑니다> |
[Interview]KBS 미디어 김형진 PD- |
제작을 하면 자연스레 방송 인력을 사용하겠다. 큰 차이가 없다면 아무래도 그동안 함께 작업을 같이 해온 방송 인력을 사용할 듯하다. 특히 HD로 촬영하는 경우는 방송 인력이 필요하다. KBS에 자체적으로 HD종합편집실도 갖고 있으니 그런 점에선 오히려 더 이득이다. 감독부분에서는 지금 감독을 맡은 PD가 어느 정도 성과를 내야 앞으로도 감독을 맡는 PD가 늘어나지 않을까 한다. TV에서 활동하는 배우를 기용하는 경우도 늘어나는가? <올드미스 다이어리> 같은 경우는 시트콤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출연한다. 하지만 이 경우는 특별한 경우다. 일반적으로 반대라고 생각한다. 방송사에서 만든 영화에 TV에서 보는 배우들이 나오면 가뜩이나 핸디캡을 안고 가니, 오히려 힘들다. 공동제작을 할 때 선호하는 영화사가 있는가? 특정 영화사를 고집하기보다는 믿을 만한 영화사와 하고 싶다. KBS라는 특성상 자극적인 영화를 하는 영화사는 안 맞는다. 이익이 조금 남더라도 추구하는 방향이 맞아야 같이 작업할 수 있다. 배급 사업까지 할 계획인가? 배급이라기보다는 부산, 울산, 창원에 있는 KBS홀에서 우리가 기획, 제작한 영화를 재개봉 비슷하게 상영할 계획이다. 지역 방송국홀은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경우가 많아 공익 차원에서 재개봉할 생각이다. 흥행이 잘 안 되면 어떡하나? (웃음) 안 됐을 때는 모르겠다. 욕 많이 먹겠다. 하지만 제작은 앞으로 계속 한다. 단발성은 아니다. 안 되면 앞으로 더 잘 하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겠나. |
김종훈 기자 2006.04.11 |
출처: 무비위크 http://www.moviewee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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