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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바라 고개에서 바라 본 얌드록쵸(해발 4,441m).남쵸호수와 더불어 신성호(神聖湖)로 불리는 호수를 티베트 사람들은 푸른보석이라고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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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싸에서의 비교적 여유있던 일정도
어제가 마지막이었다. 이제부터 다시 오지를 향해 나아가야 된다. 탐험대 차량도 며칠에 걸쳐 테스트와 정비를 통해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었고
대원들도 기력을 보충한 것뿐 아니라 고산병에 완벽하게 적응해 있었다. 더구나 어제는 중국 국가체육총국 소속의 중국국제체육여유공사의 이원 총경리가
탐험대에 합류하기 위해 북경에서 내려왔다. 앞으로 갈 지역은 군사보호지역이 많고 정말 대책 없는 오지가 많다는 것. 유사시 문제를 해결해 주기
위해 중앙에서 고위관리가 내려 온 것이다. 고맙기도 하지만 그만큼 향후 일정이 무겁게 다가 온다. 히말라야 호텔 사장과 직원들이 탐험대의 장도를
축원하기 위해 걸어준 카닥(무병장수와 행운을 빌어줄 때 쓰이는 비단 스카프)을 차에 매달고 출발한다.
이른 아침 라싸는 물안개처럼 향
연기와 눈부신 햇살이 도시전체를 물들이고 있다. 멀리 포탈라 궁도 아침햇살을 튕겨내며 깊은 시름을 감추고 있었다. 집집마다 옥상 위에 매달린
오색찬란한 룽다가 늦가을 히말라야 바람에 휘날리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퍼뜨리는 듯하고 그들의 신심도 한없이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듯이 보였다.
옴마니반메훔!
라싸 외곽으로 나가자 여러 채의 신축 중인 아파트가 보인다. 그 옆으로는 인민해방군 부대가 주둔하고 군용 기름을 수송하는
트럭이 여러 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시내 중심에는 공안국이, 외곽에는 군부대가 튼튼한 지주처럼 자리하고 있어 갑자기 답답함을 느낀다.
라싸시내를 벗어나 칭하이성과 라싸를 잇는 칭짱공로가 만나는 삼거리를 지나면 이내 얄룽창포 강을 만나게 된다.
얄룽창포강은 ‘어머니의
강’이라는 뜻으로 티베트 서부 아리에서 발원하여 2000여 킬로미터를 흘러 시가체와 체탕을 거쳐 인도의 갠지스 강으로 이어지는 그야말로 티베트의
젖줄이다. 얄룽창포의 유장한 흐름을 거슬러 탐험대 차량이 달려간다. 샛노랗게 물든 백양나무 가로수와 가로수 사이에 언뜻언뜻 보이는 티베트 불교의
4대 명산이라는 취괄르(曲果日)산이 오른쪽에 자태를 뽐내고 있다. 늦가을 풍취를 느끼기에는 더할 나위없는 경치다. 들판에는 보리의 일종인
‘칭커(靑麥)’를 수확하기 위해 온 동네사람들이 다 나와 이삭을 털고 검불을 날리며 알곡을 거두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고 여유로워 보인다.
라싸의 그 암울한 현대화된 문명이라는 것에서 움추러진 마음이 확 풀리는 어떤 카타르시스를 느껴본다.
취수이(曲水)대교에 다다랐을 때
비로소 다리가 공사 중이라는 사실은 알았다. 간체를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되는 다리. 다리를 지키던 경비병이 다가오더니 돌아가란다.
중국감독관들이 내려 사정 얘기를 해보았으나 군사보호시설이라는 설명에 더 이상 여지가 없는 일. 할 수 없이 달려왔던 40킬로미터를 되짚어 내려갈
수 밖에 없다. 여러 번 그것도 질리도록 경험해 봤지만 중국인들의 공사방법에는 두 손 두 발 다든다. 갈림길에 안내표지판 하나만 세워두면 될
것을...
거의 라싸 외곽에 이르러 새로 신축한 얄룽창포 대교를 건너 간체로 향한다. 얄룽창포 강 주변에는 곳곳에 수로를 내어 농수로에
연결하는 등 치수관련 사업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넓게 자리한 과수원과 밀밭이 풍요로워 보인다. 티베트지역 안내인에게 물어보니
“티베트에서는 길 내는 곳 바로 옆에는 수로작업이 따르고, 토양과 환경에 맞는 나무를 심어 치수관리를 한다”고 한다. 높은 산에도 송수관 작업을
통해 물을 공급하는 등 토양의 사막화를 막기 위해서 안간힘을 쏟고 있다고 한다. 간간이 지나치는 마을에서는 늦가을에 담벽 단장이 한창이었는데
자세히 보니 야크 똥을 한웅큼씩 들어 벽에 척척 바르고 있다. 중국 감독관이 웃으며 “겨울 땔감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일러준다. 벽에 한
무더기씩 곱게 펴서 발라 놓으면 건조가 빠르고, 벽돌처럼 만들어 담 위에 쌓아 놓으면 바람을 막아 준다고 한다. 이방인들은 더럽다고 하지만 이
척박한 환경에서는 나름의 지혜를 가진 겨울 준비였다. 마을의 느낌이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 것은, 라싸시내나 외곽의 티베트 마을에서는 타르쵸와
함께 중국의 오성홍기가 대부분 같이 게양이 되어 있었으나 이곳 마을만 해도 타르쵸만 건 집이 훨씬 많다는 점이었다. 시내에서 멀어 질수록 중국의
영향이 덜 한 때문으로 보인다.
갼체(江孜)로 가는 길은 해발 4900미터가 넘는 캄바라 산을 넘어야하는 비포장도로의 험난한 코스.
고도를 높일수록 계곡은 까마득해지고 차가 겨우 스쳐 지날만한 비포장 길은 흙먼지 조차 숨을 몰아 쉴 정도다. 이렇게 한 시간 정도 구절양장을
어지러울 정도로 돌다보면 고갯마루에 이르게 된다. 정상에 있는 타르쵸가 히말라야 바람에 부르르 떨고 있고, 고개를 지나는 또 다른 여행객이 한줌
종이 다발을 던져 뿌린다. 불교의 경구와 소원을 담은 종이조각들은 강한 바람을 타고 하늘 높이 올랐다가 물고기 비늘처럼 반짝이며 이내 시야에서
사라진다.
푸르다 못해 시린 히말라야 하늘에 맞장구라도 치듯 맑은 에메럴드 빛이 반짝 눈에 찍힌다. 바로 얌드록쵸 호수다. 호수 뒤로는
7천미터가 넘는 설산 노진강 산이 있어 에메럴드 빛이 더욱 짙푸르게 부각된다. 티베트인들이 ‘푸른 보석’이라 할만 하다. 해발 4,440미터에
위치한 이 거대한 호수는 티베트 4대 성호(聖湖) 중에 하나다.
‘위에 있는 목초지’라는 뜻과 함께 ‘화가 난 신들의 안식처’라는 뜻도
있듯이 호수 주변은 천연목장이다. 이 호수를 의지하여 티베트 사람들이 밭을 일구고, 물고기를 잡고, 목동도 없이 야크와 양떼들이 서로 어울려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었다. 둘레 250킬로미터, 최대 수심 60미터나 된다는 아름다운 얌드록쵸는 한눈에 담을 수 없다. 전갈처럼 생긴 호수
사이에 커다란 산이 다섯 개나 솟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신비롭고 아름다운지도 모른다. 히말라야 북쪽 최대의 내륙호수로서 염호(鹽湖)지만
티베트 최대의 조류서식지며 풍부한 어족을 자랑하는 보배로운 호수이기도 하다. 캄바라 고개에서 내려와 굽이굽이 한 시간 이상 달려야만 호수의
그늘을 벗어날 정도로 커다란 호수. 강수량이 적은 이 티베트 고원에서 얌드록쵸 의 중요성은 여러 번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런데
중국은 1996년 이곳에 수력발전소를 건설했다. 라싸에서 갼체로 가는 700번 국도에 면해서 세운 양후 수력발전소다. 수 백 미터에 이르는
낙차를 이용해 만든 전기를 일대에 공급하기 위해서다. 덕분에 평화롭게 자연을 벗 삼아 살던 티베트 사람들은 강제 이주를 해야 했고 옛날 길과
집은 모두 인공호수에 의해 수몰되고 말았다. 중국인들은 우려하는 환경파괴나 생태계 변화는 없고, 수리시설이 정비되고 전기가 공급되어 훨씬 살기
좋아졌다고 항변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티베트 사람들은 걱정을 하고 있다. 지금이야 얌드록쵸 호수의 수량이 풍부해 제한적으로 수력발전을 한다고
하지만 히말라야의 눈 녹은 물이 주수원인 호수는 수 십년이 지나면 바닥이 날 것이라고. 우리 탐험대가 얌드록쵸를 지날때도 여기저기 공사를 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얌드록쵸 호수 역시 개발이라는 명분하에 여기저기 상처를 입고 있었다. 티베트에서 호수는 종교적인 성지이자 티베트
사람들의 생명의 식수임을 감안할 때 전기보다, 관계시설보다 더 중요한 것이 호수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티베트
사람들에게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 엄습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글·사진=백민섭 경인지역 새방송 창사준비위원회
지원처장